작년 수출 계약금만 한 해 매출 맞먹어…개량·복합 신약 세계적 수준

지난해 한국 제약 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 성과를 거두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회사가 있다.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의 모태는 ‘임성기약국’이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1965년 중앙대 약학과 졸업 후 이듬해 서울 동대문에 약국을 열었다. 임 회장은 ‘더 좋은 약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비전으로 1973년 6월 한미약품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한미약품의 지주회사는 한미사이언스다. 중국 현지법인인 베이징한미약품, 원료 의약품 전문 회사인 한미정밀화학, 약국 영업·마케팅 전문 회사 온라인팜 등 계열사와 의료기기·건강식품 전문 회사 한미메디케어,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한미IT 등의 관계사를 보유 중이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을 전담하는 한미약품연구센터와 제제 연구 및 합성 의약품 생산 기지인 팔탄공단, 바이오 의약품 및 세파 항생제 생산 기지인 평택공단을 운영 중이다.

2015년 매출 23% R&D에 투자

"실패도 자산" 한미약품의 R&D 파워
한미약품의 성공 비결은 지속적 연구·개발(R&D)에 있다. 한미약품은 2013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제약사 중 최초로 R&D 투자액 1000억원을 돌파한 제약사다. 2015년에는 매출 대비 23%(라이선스 계약금 제외 기준)인 1871억원을 투자했다.

노력은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사노피와 바이오 당뇨 신약 3개 물질(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1년 동안 약 8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으로만 한 해 매출과 맞먹는 약 6000억원을 거둬들였다.

회사 주가도 수직 상승을 거듭했다. 지난해 초 10만원대에 머무르던 한미약품 주가는 첫 수출 계약을 체결한 3월 전후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해 11월 19일 열린 ‘한국 제약 산업 공동 콘퍼런스 2015’ 기조연설에서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도전한 사내 분위기가 성공 비결”이라며 “2016년 중국에서 의미 있는 R&D 성과가 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대규모 추가 수출 계약 가능성을 언급한 이날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일보다 7.04% 오른 77만5000원에 마감됐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전년보다 73.1% 늘어난 1조3175억원(연결 기준)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국내 제약 업계 사상 최대 매출 규모다. 사노피·얀센과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금이 일부 반영됐고 베이징한미약품 등의 매출 성장에 따른 결과다.
"실패도 자산" 한미약품의 R&D 파워
“합성·바이오 신약 개발 박차”

한미약품의 R&D 기술력은 체내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 약물 투여 횟수 등을 줄이는 ‘랩스커버리’ 콘셉트의 바이오 신약 부문과 차세대 표적 항암제 중심의 합성 신약 부문, 치료 효율을 극대화한 개량·복합 신약 부문 등으로 구성된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당뇨·비만·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중 한미약품의 개량·복합 신약 제제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고혈압 치료 개량 신약 ‘아모디핀’으로 국내 제약 업계의 개량·복합 신약 붐을 이끌었다. 2009년에는 암로디핀과 로살탄을 복합한 ‘아모잘탄’을 출시했다. 아모잘탄은 출시 5년 만에 연매출 700억원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제약 기업인 미국 MSD와 50여 개국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이 다국적 제약사를 통해 수출된 것은 아모잘탄이 처음이다.

한미약품은 이후 프랑스 제약 기업 사노피-아벤티스와 고혈압·고지혈증 개량·복합 신약 ‘로벨리토’를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다국적기업과 국내사가 제품의 개발부터 발매·마케팅까지 동시에 진행한 사례 또한 처음이다.

개량·복합 신약 개발을 주도한 우종수 한미약품 부사장은 “단순히 두 가지 약물을 결합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량·복합 신약으로서의 효용성과 가치, 복약 편의성, 약값 절감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미약품의 개량·복합 신약 개발 역량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신약 개발에 관한 가시적 성과도 있다. 한미약품은 미국 스펙트럼과 공동 개발 중인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 ‘에플라페그라스팀(LAPSGCSF/SPI-2012)’의 임상 3상을 최근 시작했다.

에플라페그라스팀은 한미약품의 기반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다. 호중구는 혈액 내 세균 등이 인체를 침범했을 때 세균을 파괴하고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호중구감소증에 걸리면 감기 등 일반 감염 증상만으로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세계시장 규모는 약 6조원대다. 한미약품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2012년 이후 임상 2상 단계부터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라제시 슈로트리야 스펙트럼 최고경영자(CEO)는 “에플라페그라스팀 임상은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며 “상업적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국내 최정상 제약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혁신 신약 개발이 필수”라며 “한미약품이 만든 신약 후보 물질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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