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자마진은 반등 가능성…대출 기업 신용 리스크 따라 은행별 '희비'
2016년 은행업의 주요 이슈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순이자마진(NIM)의 안정화. 둘째, 한계 기업 구조조정 이슈. 셋째, 핀테크 시대가 그것이다.NIM은 은행의 수익성을 따져보는 핵심 지표다. NIM은 기존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보다 확장된 지표다. NIM은 은행이 예금뿐만 아니라 외화 및 유가증권 등의 여러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차감해 운용 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최근 수년간 은행의 NIM은 꾸준히 하락해 왔다. 아직 대부분의 은행이 이자를 통해 전체 수익의 90% 정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 수익은 기준 금리의 추이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당연하지만 이자 수익은 대출 금액과 수신 금액의 차이로 낸다.
그런데 기준 금리가 꾸준히 떨어지면 고객들이 대출을 덜하게 된다. 기다리면 더 싼값에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금도 덜하게 된다. 은행 금리가 낮으니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기준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은행은 더 많은 고객을 모으기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고 수신 금리를 높인다. 결국 대출금리와 수신 금리의 차이가 점차 좁혀지기 때문에 그만큼 은행의 수익성은 나빠진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 주요 은행들의 평균 NIM은 1.62%에 불과하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 전만 해도 NIM은 2% 후반에서 3% 초반을 오갔다. 쉽게 말해 이 기간 동안 은행의 이익 창출력이 반 토막 난 것이다.
금리 인하 마무리 단계 ‘호재’
하지만 은행업 애널리스트 및 업계 전문가들은 수년간 이어지던 NIM의 하락세가 2016년을 기준으로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금리 인하 추세가 끝나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은행이 2016년 한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핵심인 미국이 2015년 말 이미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올부터 조금씩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과 일본의 양적 완화가 지속되긴 하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상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못한 한국이 기준 금리 인하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5년 하반기로 갈수록 은행들의 NIM 하락 폭이 대폭 둔화되고 있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은행도 있다”면서 “따라서 금리 인하가 없다면 2016년 1분기나 2분기에는 NIM이 상승하는 은행이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상당수의 애널리스트들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그 시기는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3월 정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2016년 은행의 수익성이 2015년 대비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16년 은행 추정 순이익은 8조3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며 이는 2015년 대비 2.6%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큰 수익원인 주택 담보대출의 성장률은 가계 부채 종합 관리 방안이 시행되면서 둔화되겠지만 중소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높게 유지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대출 성장률 역시 2015년 대비 5~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구용욱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중소기업들의 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15년은 은행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리스크 인식이 크게 개선된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구조적으로 현금이 필요하다”면서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은 현금 수입이 투자 활동에 따른 현금 지출에 미치지 못하며 직접 금융시장, 즉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구조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시장은 은행이 확실한 우위에 서는 시장으로, 은행들은 건실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NIM의 하락세가 멈추는 것이 2016년 은행 업황의 상승 요인이라면 한계 기업 구조조정 이슈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다. 쉽게 말해 경영이 악화돼 회생하기 어려운 한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들어가면 이 기업들에 대출을 했던 은행들은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더 큰 문제는 한계 기업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고 그 대상이 어디까지 될지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P2P 대출, 중금리 시장서 빠른 성장
물론 아직까지 은행권에서는 한계 기업의 범위를 조선·해운·철강 등 이른바 ‘위험 업종’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 중 중소기업들은 상당수가 이미 구조조정이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대기업들은 좀처럼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대마불사’ 등의 논리가 작용되는 대형 상장사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2016년 경기 전망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선거 등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비상장 중대형 조선사는 시중은행보다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져 시중은행들의 추가 손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전망이다.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2016년 은행권 대손 비용은 약 7조200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총자산 대비 대손비용률은 0.4% 수준으로 2015년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핀테크 시대의 개막은 은행에 성장 요인과 위협 요인을 모두 준다. 단순히 기존의 은행업만 놓고 보면 핀테크 시대의 개막은 확실히 위협 요인이다. 핀테크의 활성화는 은행 업무가 정보기술(IT) 기업에 의해 대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기업 고객보다 개인 등 소매 금융 분야에서 핀테크의 활성화는 은행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인터넷 전문 은행이 도입되면 기존 은행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온라인 은행 대 오프라인 은행의 경쟁도 이뤄진다. 국내 P2P 대출 시장은 아직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른바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핀테크 시대의 개막은 은행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은행이 ‘자금력’ 자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과 ‘합종연횡’ 방식으로 금융업에 진출 중이다.
또 은행이 그동안 쌓아 온 마케팅, 리스크 관리, 대출 심사 등에서도 아직 IT 기업에 비해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은행이 만약 기존의 노하우에 IT를 제대로 접목할 수만 있다면 더 큰 성장이 가능하다. 인터넷 은행도 비슷하다. 아직 인터넷 은행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는 않다.
금융 소비자들의 신뢰도 어느 정도까지 높아질지 불투명하다. 증권사 등을 이용하는 고객에 비해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은행 고객들이 인터넷 은행에 얼마나 큰돈을 맡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얘기다. 신한, 3년 연속 2조원 순이익 가능할까
은행권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2016년 은행권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5%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출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NIM의 하락이 멈추며 이자 이익이 개선되고 구조조정 이후 대손비용이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각 은행 및 금융지주의 2016년 전망을 보자. 먼저 KB금융지주의 2016년 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각각 2조1575억원, 1조6657억원이다. 2015년 대비 6% 정도 늘어난 수치다. KB금융지주는 시중은행 중 소매 금융에 가장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이는 지금과 같은 업황에서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진다. 즉 주택 담보대출의 성장세가 꺾일 전망이어서 NIM의 하락이 불가피해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확률은 낮다.
하지만 대기업 신용 리스크가 별로 없어 갑작스러운 대규모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별로 없다는 게 장점이다. 구용욱 애널리스트는 “올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함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용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임금 피크제 대상 인력의 희망퇴직, 업무 변경 및 재배치를 통해 비용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소매 금융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지주의 2015년 4분기 대출 성장률은 경쟁사 대비 낮은 0.3%”라며 “이는 대기업 여신을 줄이고 보금자리론 등 모기지 대출을 주로 판매한 전략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대출 성장 전략은 수익성 및 신용 리스크 등을 따져볼 때 매우 합리적인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의 2016년 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조4740억원, 1조1574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0% 정도 늘어난 수치다. 하나금융지주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타 은행을 압도하는데, 이는 외환은행 합병 등으로 2015년 일회성 비용이 크게 발생해 전년 대비 역성장했기 때문이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지주는 한계 기업 여신 충당금을 2015년 4분기에 선제적으로 쌓았다”며 “특히 은행 합병 관련 비용, IT 시스템 통합 비용 등을 2015년 하반기에 모두 인식해 2016년 판관비는 전년 대비 3%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의 2016년 영업수익,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조341억원, 2조3330억원이다. 전년 대비 6% 정도 성장한 수치다. 신한금융지주는 은행권 애널리스트들 대부분이 ‘가장 탄탄한 금융지주’로 꼽는 곳이다.
강혜승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지주에 대해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종합 금융지주사로 변화하는 자금 흐름(예금에서 비예금 금융자산으로의 변화, 기업 자금 조달에서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의 변화)도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업계에서 유일하게 8년 연속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월 4일 실적발표를 통해 그룹의 2015년 연간 당기순이익이 2조37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년 연속 당기순이익이 2조원이 넘은 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가 유일하다. 신한금융지주는 비은행권의 약진이 돋보인다.
2015년 기준으로 비은행 계열의 당기순이익은 1조925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18.3% 늘어난 수치다. 그 결과 비은행 그룹사들의 이익 비율도 42%로 전년 대비 3% 포인트 상승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신한은행의 NIM은 2015년 10%나 하락했지만 대출 성장을 통해 NIM 하락분을 상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 “이는 시중은행 평균보다 높은 대출 성장률이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2015년 연말 강도 높은 기업 신용 위험 평가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4분기 대손충당금으로 3200억원을 쌓았다. 이는 전년 대비 52%나 늘어난 수치다. 은행권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선제적 관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016년 이후에는 리스크가 크게 낮아지고 충당금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예상보다 구조조정 타격 적을 수도
우리은행의 2016년 영업수익은 1조4073억원, 순이익은 1조1082억원으로 예상된다. 사실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은 한계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던 은행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우려만큼의 타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4분기 대손충당금이 407억원에 불과해 STX조선·STX중공업 등에서 2300억원이나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다”면서 “하지만 기존 구조조정 조선사들의 여신 감소에 따른 충당금 환입 1050억원, 금호산업의 신용 등급 상향에 따른 충당금 환입 외에도 특수채권 회수에 따른 충당금 환입이 약 1500억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위험 업종 여신 비율이 높은 우리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가장 악화될 것이라고 봤지만 오히려 건전성 개선이 이어지고 있고 대손충당금도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은 올해 일회성 요인으로 예상외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화푸빌딩, 성동조선 반대 매수 청구 행사, 삼부토건 르네상스호텔 매각, 대한전선 매각 등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합하면 모두 3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IBK기업은행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의 금리 하락기에 NIM을 가장 잘 방어한 기업이다. IBK기업은행의 2016년 영업수익 및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1조5672억원, 1조1856억원이다.
이유는 가계 대출 규모가 적어 가계 부채 관련 리스크가 작고 특수은행이어서 자본비율 규제가 타 은행에 비해 낮은 데다 계좌이동제 등 앞으로의 경쟁 심화 요인에서도 타행 대비 불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특히 최근 정부가 정책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성장률 측면에서도 타행 대비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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