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 줄인 미니 골드바 인기…은행·홈쇼핑 등 판매처 다양해져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국제 금값이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국제 금값이 급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31일 온스당 1060달러였던 국제 금 시세(한국거래소 발표 기준)는 지난 2월 11일 1247달러를 돌파했다. 올 들어 17%나 오른 것이다. 저유가와 세계 증시 침체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인 금 거래로 몰리고 있다. ‘금테크’ 광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다시 뛰는 금값’ 골드바 투자해 볼까
국내에서 ‘금테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저유가에 글로벌 경제 침체,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금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금 시세가 연일 오르고 ‘금 투자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g당 4만670원이던 국내 순금 가격은 지난 2월 12일 4만8000원으로 올 들어 18% 넘게 뛰어올랐다. 금 거래량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월 12일 하루 동안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이뤄진 금 거래량은 56.7kg으로 2014년 3월 시장 개설 후 1일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이 같은 금 거래 열풍의 주역은 단연 골드바다. 금 거래량이 늘면서 골드바 판매량 또한 덩달아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국내 최대 귀금속 도소매 업체인 한국금거래소는 은행·온라인몰·쇼핑몰 등에 골드바를 공급하는데 작년에만 총 5415kg을 판매했다. 이는 1년 전(1383kg)보다 약 4배 늘어난 수치다. 2년 전(704kg)에 비해서는 8배 가까이 뛰었다.

한국금거래소에서의 골드바 판매 집계는 2012년 12월부터 시작됐다. 금 거래량을 월 단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거래량이 기록됐을 때는 금값이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로 한 달 동안에만 870kg이 거래됐다.

골드바 판매, 2년 만에 8배 급증
‘다시 뛰는 금값’ 골드바 투자해 볼까
‘다시 뛰는 금값’ 골드바 투자해 볼까
‘다시 뛰는 금값’ 골드바 투자해 볼까
골드바 구입은 몇 해 전만 해도 ‘골드리치’들 사이에서 선호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천만원대에 달하던 기존의 1kg 골드바를 대신해 1~100g 등 다양한 중량의 ‘미니 골드바’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중산층과 젊은 층 등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니 골드바의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골드바 구입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나타난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상무는 “한국금거래소의 미니 골드바 판매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작년에만 연 2만2000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월평균 2960건이 판매된 셈”이라며 “그런데 올 들어선 1월에만 총 3261건이 판매됐다. 일반 투자자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니 골드바 판매 건수는 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액 투자 자산으로 미니 골드바가 각광 받으면서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금테크’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송 상무는 “무엇보다 시중은행들에서 저렴하게 골드바를 살 수 있게 된 것이 골드바 열풍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중에서 가장 먼저 골드바 유통에 나선 곳은 은행이다. 시중에 골드바 유통이 시작된 것은 2003년 신한은행이 전국 영업점에서 골드바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때 금값이 급등하면서 골드바 판매가 반짝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제 금값이 2011년 9월 온스당 1899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2013년 ‘금값 바닥론’이 제기되기에 이른다. 금값이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면서 이 시기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골드바 판매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지방은행·저축은행까지 판매전 가세
2014년 8월부터 우리은행이 전국 영업점에서 골드바를 판매하기 시작해 다른 시중은행들 또한 잇달아 골드바 판매에 줄을 섰다. 국민은행이 우리은행의 뒤를 이어 2014년 12월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골드바 판매에 나섰고 이후 하나은행이 지난해 1월부터 전국 영업점 판매를 시작했다. 4월에는 IBK기업은행이 가세했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또한 골드바 판매 대열에 줄을 섰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5월부터 전 지점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골드바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대구은행도 판매에 나섰다. HK저축은행도 지난해 5월 골드바 판매에 나섰다.

최근에는 NH농협은행이 판매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월 2일부터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전국 영업점에서 골드바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골드바 판매에 나섰지만 실적이 상당했다. NH농협은행의 골드바는 판매를 시작한 후 약 2주 동안 252건(2월 2~16일), 총 8억7000만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각 16억, 12억원어치의 골드바가 팔린 것을 감안하면 판매 실적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중량·순도라도 판매가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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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테크 바람이 불면서 골드바 외에도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금 시세에 따라 잰 금의 무게를 통장에 적립해 주는 골드뱅킹 상품도 거래량이 늘고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인 골드리슈의 잔액 합계는 지난해 1월 말 기준으로 4441억원에서 올해 1월 말에는 4799억원을 기록하면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은행을 통한 골드바 구입 늘고 있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골드바는 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몰과 홈쇼핑,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경로로 구입할 수 있다.

구입할 때 부가세를 10% 지급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추가로 내야 하는 수수료가 각각 다르다. 일반 소매상에서는 세공비 등을 포함해 통상 10%, 홈쇼핑은 30~50% 수준의 수수료가 붙는다.

업계 관계자는 “골드바는 은행에서 구입하는 게 가장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약 5%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또 골드바에는 제조사·순도·중량 등이 표기돼 있어 그 자체로 품질보증서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은행이 파는 골드바라는 보증까지 더해져 구입할 때 더 신뢰를 갖게 된다”고 귀띔했다.
‘다시 뛰는 금값’ 골드바 투자해 볼까
은행에서의 판매 수수료가 낮은 이유는 골드바 판매가 대고객 서비스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금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고객들이 기존 거래 은행에서 편리하게 매입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수익만 가지고 봤을 때는 지난해 골드바 판매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며 “은행들이 줄줄이 골드바 판매에 나서는 것은 수익보다 고객 유치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지난해 12월 17일 온스당 1050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뒤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값은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최근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시장의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향후 금값의 변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10일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직접 나서 금리 인상 신중론을 펼친 이후에도 금값이 폭등했다.

미국 금리 인상 지연, 금값에는 호재

김종길 신한은행 투자전략팀장은 “앞으로 금값이 연평균 온스당 1200달러 선을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팀장은 “최근 금값이 반등한 것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또 최근 국제 유가가 저점을 확인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연돼 금값이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앞으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온스당 1200달러에서 10% 이상 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중동 불안이 잠잠한 상태지만 또 지정학적 리스크가 생기면 금 투자에 대한 우호적 환경이 조성돼 올해 안에 한 번쯤 10% 정도 상승을 보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이어지는 금 투자 열풍이 국내 금시장의 저변이 확대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의 공업용 금에 대한 수요는 세계 7위 정도 수준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한국이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떨치면서 IT 기기나 부품 관련 도금재 화합물로 쓰이는 금의 양이 덩달아 늘어났다.

귀금속 시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금에 대한 선호 현상이 중산층과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금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송종길 상무는 “한국의 주얼리 시장 규모는 17위로 아직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기존에는 투자처로서 골드바에 대한 관심이 없다가 최근 들어 부동산과 주식의 투자 메리트가 줄면서 현금성이 큰 골드바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졌다”며 “앞으로 국내 금시장이 (GDP 규모에 맞게)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주 기자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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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금값' 골드바 투자해 볼까
-골드바 구입 시 '체크포인트'
-국내 금값, 어떻게 정해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