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 블록체인 컨소시엄 구성, 모든 거래에 적용 가능해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블록체인(Blockchai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핀테크’ 열풍이 블록체인으로 옮겨붙었다.
디지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기저에 깔린 핵심 기술로 관심을 받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가상 화폐뿐만이 아니다. 거래가 발생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

가상 화폐를 얻으려면 ‘마이닝(mining)’이라고 불리는 채굴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고난이도의 연산 문제를 풀어야 하는 채굴은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져 일반 가정용 컴퓨터로는 어림도 없다.
채굴자들을 통해 얻은 비트코인을 사용자들이 서로 거래함으로써 화폐의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암호화돼 블록(block)이라는 단위로 확정돼 기록된다.
비트코인의 보안을 위해 탄생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거래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제3의 신용기관 없이 P2P(개인 대 개인 간 연결) 방식의 분산된 네트워크로 운영하고 암호화했다.
참여자들 간에 동일한 블록체인을 가지며 각 블록에는 동일한 거래 내역이 담겨 있다. 현존하는 컴퓨터로는 사실상 거래 기록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가상 화폐의 미래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지만 블록체인만큼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그 어떤 보안 시스템보다 보안성이 높은 데다 활용 가능성마저 무궁무진해서다.
‘거래 장부’ 네트워크서 분산·공유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분산된 공공 거래 장부’다. 비트코인처럼 거래 당사자인 A와 B가 전자상으로 거래하면 각자 서로의 장부에 거래 내역이 기록된다. 이때 각각의 거래는 고유의 비밀번호를 갖고 있고 거래 기록은 뒤따라 생성되는 블록에 담긴다.
과거의 모든 거래 정보가 담긴 블록은 그다음 블록과 끊임없이 연결된다. 가장 최근에 연결된 블록이 체인 방식으로 늘어져 모든 거래 정보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은 철저한 보안성이다. 위험을 관리하는 최적의 방법은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한국거래소나 한국예탁결제원과 같은 ‘공인된 제삼자’에 집중된 중앙 집중형이 아닌 네트워크상의 모든 참여자들에게 분산된 시스템이어서 사실상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한 번 기록된 장부는 지우거나 고칠 수 없다. 모든 거래가 서로 맞물려 있는 데다 이전 블록의 암호 값을 다음 블록이 참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블록에 담긴 거래 기록을 조작하려면 해당 블록 이후에 연결된 모든 블록을 또 다른 블록이 생성되기 이전에 앞서 전부 수정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 다른 장점은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모든 거래 이력은 누구나 볼 수 있다. 해커들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커가 본다고 해도 앞서 말한 대로 해킹의 여지는 없다. 모든 기록에 공개적 접근이 가능한 만큼 투명성도 지녔다.
이런 기술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고객의 편리성과 업체의 비용 절감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기존 중앙 집중형 금융 시스템의 분산화에 따른 절감 효과가 연간 약 2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공개’ 블록체인 연구 활발
최근 금융권에서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공개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허가된 이에게만 네트워크의 참여를 허용하는 비공개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씨티그룹·바클레이즈·UBS 등 40여 개 주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R3CEV’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다.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도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컨소시엄에 포함되면 회원사 간의 고객 거래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고 거래비용 및 보안비용 등 각종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이 통화·파생상품·실물자산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해외 송금뿐만 아니라 부동산·금·다이아몬드 등 실물 자산의 거래가 가능하며 거래 가능한 모든 자산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금융 업계도 글로벌 동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타트업과 손잡고 블록체인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플러그에 15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해외 송금 서비스에 대한 기술 검증(PoC)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지난 2월 22일 밝혔다.
NH농협은행은 또 다른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과 제휴했고 신한은행은 외환 송금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스타트업인 ‘스트리미’와 손잡았다. KEB하나은행은 핀테크 기업 육성 센터인 ‘원큐랩’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우리은행 역시 블록체인 기술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뷰] 김진화 코빗 이사
“투표에도 블록체인 활용 가능”

블록체인의 단점은 없나.
“블록체인은 예전의 그 어떤 보안 시스템보다 진일보한 효율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서 봤듯이 시간이 지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부작용이나 단점에 대해 예측할 수 없지만 만약 누군가 악한 마음을 품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예컨대 전 세계 테러 조직들이 하나씩 장부를 가진다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금융권 외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나.
“투표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다. 투표 인명부를 금융 장부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상에서 발행된 토큰(비트코인과 같은 일종의 토큰)을 유권자들에게 나눠주고 마음에 드는 정책이나 후보에게 토큰을 다시 보내는 방식으로 투표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선거를 진행한다면 누가 투표했는지 알 수 없어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고 투표 집계 전 과정을 유권자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분야를 예로 든다면.
“현재 국내 자전거 이용자들은 도난·분실을 막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을 활용한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자전거를 등록, 이력을 관리한다면 비용도 적게 들고 중고 자전거를 사고파는 자전거 중고 시장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공공 기록 관리 시스템을 더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구축해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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