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 포레’보다 싸지만 평면 잘 골라야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미분양’은 건설사로선 빨리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다.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 늘어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실수요자와 투자자에게 미분양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남아 있는 물량 중 원하는 동·호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할인 혜택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주택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06가구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공급 물량이 급증하면서 12월 6만1512가구를 기록한 뒤 다시 감소하는 모양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12월보다 96가구(0.9%) 감소한 1만422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 주택이 하나둘 주인을 찾아 가고 있는 가운데 옥석 가리기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서울시 ‘미분양 톱 3(2015년 12월 31일 기준, 서울시 집계)’를 살펴봤다.
[미분양 ‘애물단지’서 보물찾기]① 서울숲 트리마제
미분양 '톱 1', 서울숲 트리마제

서울시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곳은 두산중공업이 성동구 성수동에 짓고 있는 ‘서울숲 트리마제(47층 4개동, 688가구)’다. 강북 최고급 아파트로 관심을 끌며 2014년 3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266가구가 아직 남아 있다.

지난 2월 20일 찾은 트리마제.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6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2번 출입구로 나와 큰 길을 따라 걷자 성인 남성의 걸음 거리로 9분 정도 걸렸다. 단지 남쪽으로는 한강이 펼쳐져 있다. 직선거리로 100m도 안 된다. 남쪽으로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서쪽으로 서울숲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이 트리마제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처럼 준수한 입지 여건을 자랑하면서도 트리마제는 좀처럼 ‘미분양 넘버원’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최고급 고가 아파트인 만큼 수요층이 한정돼 분양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 포레(45층 2개동, 230가구)’와 견줘볼 필요가 있다. 한화건설이 지어 2011년 입주한 갤러리아 포레는 한강 이북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유명하다. 서울숲 주변에 들어선 고급 주택이라는 점에서 트리마제와 자주 비교된다.

2008년 분양 당시 가격이 3.3㎡ 평균 4390만원에 달했지만 최고급 아파트로 인정받으며 ‘완판’ 아파트로 이름을 올렸다.

트리마제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800만원대다. 트리마제는 2017년 5월 입주 예정인 새 아파트이면서도 갤러리아 포레보다 가격 면에서 부담이 적다. 특급 호텔 수준의 다양한 주거 서비스는 덤이다. 입주민에게는 조식부터 린넨(세탁 대행)·청소·발레파킹·포터(짐 운반)·컨시어지 서비스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미분양 ‘애물단지’서 보물찾기]① 서울숲 트리마제
트리마제는 다양한 평면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용면적 25㎡ 소형부터 216㎡ 대형까지 11개 평면으로 구성해 수요자의 선택 폭을 넓힌 것이다. 모두 233㎡ 이상 대형 평면인 갤러리아 포레와 차이를 보인다.

특히 트리마제의 중소형 평면은 1~2인 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25㎡ 76가구, 35㎡ 38가구, 49㎡ 38가구 등 중소형 트리마제는 모두 일찌감치 분양을 마무리했다.

다양한 평면을 선보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트리마제의 발목을 잡은 것도 평면 설계였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거실 창가 중앙에 기둥(직경 900mm)이 서 있는 평면들(136·140·152㎡)이었다. 커다란 기둥이 트리마제의 자랑인 조망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 것이다.

확인 결과 136㎡ 28가구(전체 76가구), 140㎡ 75가구(전체 78가구), 152㎡ 37가구(전체 52가구) 등 대다수 미분양 물량이 이런 평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84㎡ C타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체 방 3개 중 1개 방(그림)이 현관 옆으로 깊숙이 들어가 덩그러니 배치돼 있어 쓰임새를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식모(도우미) 방’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두산중공업은 84㎡를 두고 3~4인 가구를 위한 평면이라고 소개했는데 자녀의 방으로 쓰기에는 너무 외진(?) 곳에 숨겨져 있다”며 “차라리 1~2인 가구에서 도우미 방으로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렇게 사용하고 싶은 사람도 많지 않은 듯싶다”고 말했다. 84㎡ C는 전체 78가구 중 38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낙된 주변 지역 주민들과의 융화도 트리마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트리마제 주변은 한강 공공성 회복을 목표로 2009년 성수전략정비구역(1~4지구)으로 지정돼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엇갈리며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거 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시선은 트리마제와 초등학교로 쏠리고 있다. 트리마제 주변에는 경일초교가 유일한데 트리마제 입주민 자녀와 기존 지역 주민들의 자녀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한 주민은 “임대 아파트 자녀 차별 논란과 비슷한 형태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대다수는 사립학교를 희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첨 등에서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애물단지’서 보물찾기]① 서울숲 트리마제
이 밖에 두산중공업의 영업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두산중공업이 2월 4일 발표한 지난해 경영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6% 감소한 16조204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3% 줄어든 62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수주액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한 8조5687억원, 수주 잔액은 전년 대비 11.4% 늘어난 17조6494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전체 실적에 부정적으로 반영됐지만 올해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마제 모델하우스는 사전 예약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예약하지 않은 방문객은 입구에서 경비원들의 제지를 받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팁.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하더라도 인근 공인중개소를 찾아가 사정을 말하면 공인중개사와 함께 모델하우스에 입장할 수 있다.

kbh@hankyung.com

[기사 인덱스]
1.[미분양 ‘애물단지’서 보물찾기]① 서울숲 트리마제
2.[미분양 ‘애물단지’서 보물찾기]②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3.[미분양 ‘애물단지’서 보물찾기]③ 상암DMC 파크뷰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