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만 재건축이 이뤄지는 이유…강북 정비사업 무더기 포기
재건축의 비밀…땅값 비싼 곳이 ‘용적률 효과’ 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재건축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시세 차익, 투기와 같은 단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재건축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건축은 건물의 수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건물은 튼튼해 보여서 영원할 것 같지만 사람과 같이 수명이 있다.

다만 무엇으로 지어졌는지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 주택을 짓는 데 들어가는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건물의 뼈대에 해당하는 구조물을 어떤 재료로 만드느냐에 따라 건물의 수명이 좌우된다. 저층 주택은 벽돌이나 나무와 같은 재료도 쓰지만 고층 건물은 철골이나 철근과 콘크리트의 조합을 쓰기도 한다.

◆결국 무너지고 마는 ‘철근콘크리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같이 아주 높은 건물들은 철골조라는 건축 구조로 지어진다. 한국의 63스퀘어나 타워팰리스도 이런 방식이다. 철골조는 H빔이라고 하는 철로 만든 자재로 지어지기 때문에 수명이 영구적이다. 건물의 뼈대가 강철이라는 뜻이다. 힘을 받지 않는 부분은 경량 자재를 쓰기 때문에 언제든지 그 부분만 철거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할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철골 자재는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에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초고층 주상 복합의 분양가가 비싼 이유가 철골조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9·11사태 때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것을 기억할 것이다. 비행기 충돌로 건물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화재로 철골이 약해지면서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철골조로 지어진 건물은 비쌀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 빌딩에는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한다. 철근과 콘크리트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구조물이다. 콘크리트는 바위와 같이 단단하기 때문에 고층 건물의 무게를 잘 견딜 수 있다.

문제는 콘트리트만으로는 횡압력(옆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견딜 수 없다는 점이다. 분필 여러 개를 세워 놓고 그 위에 벽돌을 올려 놓아도 분필은 부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분필의 옆을 손가락으로 살짝 쳐도 쉽게 부러진다. 구부러지는 힘이 약한 탓이다.

이 때문에 압축력에 강한 콘크리트와 인장력에 강한 철근을 섞어 만든 것이 바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철골조에 비해 싸면서도 튼튼하기 때문에 오늘날 지어지는 아파트는 대부분이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산성에 약한 철근을 알칼리성인 콘크리트로 감싸는 구조이고 화재에 약한 철근을 불에 강한 콘크리트로 감싸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난 환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콘크리트가 강철과 달리 수명이 유한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무너지게 된다는 점이다. 시멘트·모래·자갈과 물의 화합물인 콘크리트는 그 배합 비율과 시공이 제대로 되면 60년까지는 강도가 점점 강해지다가 그 이후로는 점점 약해져 종국에는 자연 붕괴되는 운명에 처하고 만다.

이론적으로 60년 이상의 수명을 가지지만 현실적으로 그보다 수명이 짧은 경우도 많다.

◆수익 없는 재건축은 관심 없어

문제는 돈이다. 공학적인 측면만 보면 건물이 낡으면 그냥 부수고 새로 지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누구 돈으로 지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일반적으로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으로 본인들의 집은 본인들이 다시 짓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 단독주택은 건물주가 한 사람이니 본인만 결심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여러 사람이 한 건물을 소유하므로 소유주들의 의견을 한 곳에 모으기 어렵다.

자산이나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는 낡았지만 그냥 쓸 만하니 재건축하지 말자는 의견을 낼 것이고 자산이나 소득이 많은 사람은 재건축을 빨리 해 새 아파트에서 살아보자고 할 것이다.

심지어 그 건물에 살지도 않으면서 얼마 이상 주지 않으면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재건축 사업이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매력을 느낄 만한 정도의 수익이 나지 않으면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수익은 어떻게 날까. 건물을 새로 짓게 되면 건축비가 들어가므로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기존 면적만큼만 그대로 지으면 재건축 사업은 무조건 적자가 난다. 그러므로 일정한 땅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비율, 즉 용적률을 기존보다 높여 주면 여기서 수익이 발생해 건축비 부담을 보조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과도하게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점이다. 물론 그들의 논리도 일부 설득력이 있다. 특정 단지에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은 그 소유주에 대한 특혜이기 때문에 기부채납을 통해 수익의 일부를 회수해 공공의 목적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사업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기부채납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업이 무산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피해가 주로 집값이 싼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서울 지역에서 추진돼 온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중 절반가량이 정비 사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전체 683개 구역(예정 구역~착공 전) 중 44.1%인 301곳이 정비 사업 구역 지정이 해제된 것이다.

가장 해제가 많았던 영등포구의 26개 구역을 포함해 중랑구(23개)·종로구(22개)·성북구(22개)·강북구(21개)·서대문구(21개) 등이 해제됐다. 이에 비해 강남구·서초구·용산구와 같이 집값이 비싼 지역은 단 1개 지역만 정비 구역이 해제됐다.

지역별로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의 특징 때문이다.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비용은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다. 하지만 차이가 나는 것은 땅값이다. 예를 들어 용적률을 두 배로 허용한다고 하는 것은 기존의 대지 면적만큼이 더 생기는 것과 경제적 효과는 같다. 이때 땅값이 싼 지역과 땅값이 비싼 지역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땅값이 비싼 지역의 재건축은 수익이 생기지만 땅값이 싼 지역은 오히려 손해가 나는 것이다. 늘어나는 땅의 가치보다 건축비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현행법상에서는 무조건 비싼 지역에 투자해야 그나마 수익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잘사는 지역은 더 잘살게 되고 못사는 지역은 더 못살게 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된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개발 계획을 유도해야 한다. 자치구별로 용적률과 기부채납의 수준을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 작년 하반기 법이 개정되면서 정비 구역 지정 권한을 도지사에서 시장·군수로 이양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 서울시나 광역자치단체급인 시는 그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해 그 지역에 맞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체에 빠진 도시재생 사업의 유일한 해법이라 할 수 있다.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