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제품 선별해 놓은 자도랭킹샵 ‘주목’…푸드코트형 매장도 늘어}
식품 편집숍 “맛있는 것만 골라 드려요”
[한경비즈니스=이해인 인턴기자] 지난 3월 1일 신촌 연세로에 ‘식품 편집숍’ 자도랭킹샵 신촌연세점이 문을 열었다. 기존의 편집숍이 의류·액세서리·라이프스타일 소품을 취급한 데 비해 최근 등장한 식품 편집숍은 먹거리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매장이다.

한국 최초의 식품 편집숍을 표방하는 자도랭킹샵은 ‘맛있는 것만 판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2월 신림역에 첫 매장을 오픈한 자도랭킹샵은 불과 1년 만에 서울에만 10개의 매장을 냈다.

수도권 유명 베이커리 한자리에 모아

자도랭킹샵 신촌연세점에 들어서면 수북이 쌓여 있는 크림빵이 반긴다. 신촌기차역 앞 3.3㎡(1평) 남짓한 매장에서 줄 서서 먹는다는 ‘만나역’ 크림빵이다. 자도랭킹샵 스테디셀러인 크림빵은 신촌점에서만 매일 800개 넘게 판매된다.

자도랭킹샵은 만나역 크림빵처럼 수도권 인근에서 인기 있는 베이커리의 시그니처 상품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판매한다. 크림빵 옆으로는 베이글·하라롤·베이커스필드 등 한번쯤은 들어본 유명 베이커리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매장 안쪽에서는 세계 각국의 스낵·초콜릿·음료 등 공산품들이 판매된다. 대만의 ‘3시15분’ 밀크티, 일본의 ‘훈와리메이진’ 콩가루 과자 등이 베스트셀러다. 자도랭킹샵 마케팅팀 임태순 팀장은 “시식단이 2만 가지 이상의 식품을 먹어 보며 말 그대로 맛있는 제품들만 모았다”고 말했다.
식품 편집숍 “맛있는 것만 골라 드려요”
(사진)자도랭킹샵의 위클리 베스트 진열대.

자도랭킹샵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운영한다. 위즈덤하우스는 2014년 6월 서울 합정동에 북카페 ‘빨간책방’을 열면서 숍인숍 형태로 베이커리 편집숍을 마련했다.

베이커리 매출이 북카페 전체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자 위즈덤하우스는 본격적으로 식품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임 팀장은 “출판사에서 책을 기획·편집·홍보하던 전략을 식품에 적용해 자도랭킹샵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뷰티 브랜드 벨포트도 2015년 10월 서울 압구정에 디저트 편집숍 ‘블루리본딜라이트’를 열었다. ‘메종드조에’, ‘밀갸또’, ‘디저트리’ 등 국내 유명 베이커리의 디저트를 한곳에서 판매한다. 다양한 디저트를 한곳에 편집해 놓은 매장이다.

자도랭킹샵이나 블루리본딜라이트처럼 베이커리나 쿠키 등 단품 중심의 식품 편집숍뿐만 아니라 아예 맛있는 가게를 한곳에 모아 놓은 푸드코트 형태의 매장도 트렌드다. 일명 ‘셀렉 다이닝숍’이다.

지난 2월 광화문 디타워 3층에는 셀렉 다이닝숍 ‘파워플랜트’가 문을 열었다. 파워플랜트에는 ‘랍스터쉑’, ‘부자피자’, ‘길버트버거’ 등 가로수길·이태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집들이 모여 있다. 매장 중간에는 수제 맥주를 편집해 놓은 바(bar)도 있다. 대동강 페일에일부터 분더바 필스너, 브루클린 라거 등 인기 있는 크래프트 비어 19종을 전국의 양조장에서 공수해 온다.

파워플랜트는 ‘오버더디쉬’를 성공시킨 외식 기업 ‘오버더D’에서 운영한다. 2014년 오픈한 오버더디쉬 건대점은 20~30대의 인기를 끌면서 시청·홍대·영등포로 매장을 확대했다. 셀렉 다이닝이라는 개념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사공훈 오버더D 이사는 “점점 다양해지는 사람들의 개성과 식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셀렉 다이닝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오버더디쉬가 한국에서 셀렉 다이닝 숍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시도한 매장이었다면 파워플랜트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단순히 음식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크래프트 비어로 특화해 맥주와 잘 어울리는 맛집들을 모았다. 파워플랜트에는 점심보다 저녁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저녁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본 30분은 대기해야 한다.

취향 세분화…‘셀렉 다이닝’도 뜬다

2014년 등장한 오버더디쉬가 인기를 얻자 부동산 컨설팅 회사들도 본격적으로 셀렉 다이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서울역사 건너편 ‘메트로타워’에는 ‘어반리테일앤리얼에스테이트’가 기획하고 인버스에프앤비가 투자해 전국 각지의 맛집을 한곳에 모아둔 ‘빌앤쿡인서울’이 오픈했다. ‘송추가마골’, ‘스테이크레이브’, ‘우리동네 미미네’ 등 10여 곳의 식당이 입점했다. 매장에는 하루 평균 1000명의 손님이 찾는다.

어반리테일앤리얼에스테이트 송현철 매니저는 “서울역 빌앤쿡인서울에 대한 주변 회사원들의 반응이 좋아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지하에도 셀렉 다이닝숍 식탁애행복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원래 식품 편집 숍이나 푸드코트는 백화점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백화점이나 대형 몰 외에 단독으로 셀렉 다이닝숍이 속속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 푸드코트는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단독 셀렉 다이닝숍은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직장인들이 회사 주변에서 점심·저녁으로 ‘검증된’ 맛집을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매장이다.

이 때문에 셀렉 다이닝숍은 대부분이 회사가 모여 있는 도심에 자리한다. 서울역 ‘빌앤쿡인서울’과 을지로 ‘식탁애행복’을 비롯해 시청역 ‘오버더디쉬’, 광화문 ‘파워플랜트’, 강남역 ‘킵유어포크’가 대표적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는 “과거 의류 관련 편집숍처럼 큐레이터에 의지해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식품 편집숍”이라며 “사람들의 취향이 잘게 쪼개지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한 공간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식품 편집숍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hi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