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쓰지마] 1만 시간 일해도 집 장만은 ‘난망’
자료 : 톰슨로이터·FRED(세인트루이스 Fed 내 데이터 제공 페이지)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사기는 매우 힘들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평균 연봉의 10배에 달하는 돈이 필요하다.

10년간 아무 곳에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할 수 있어 PIR(Price to Income Ratio : 주택 가격 소득 비율. 일반적으로 PIR에 사용되는 소득은 개인이 아닌 가구당 가처분소득)가 10배라는 뜻이다. 집값은 지금도 빠르게 올라가고 소득이 크게 늘지 않으니 자기 집을 갖는 것이 이제 현실이라기보다 꿈에 가까울 정도다.

저금리 시대에 실물 자산의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때 PIR는 함께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실물 가치가 인간의 노동 가치보다 더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이는 세계 공통 현상이다. 미국 주택 가격은 금융 위기로 폭락했지만 최근 들어 낙폭 대부분을 만회해 신규 주택 가격 매매가의 중위값이 30만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1.32달러로, 집을 사기 위해서는 1만3800시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성공하기 위해 1만 시간의 노력이면 충분하다고 하지만 집을 갖기에는 1만 시간도 부족하다.

생각해 볼 점은 주택 구입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역사적 고점인 1만5000시간에 비해서는 낮지만 1990년 이후 평균 1만2400시간보다는 높다. 집값이 너무 빨리 올랐거나 노동의 가치가 너무 느리게 상승했다고 봐야 한다.

집뿐만 아니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한 단위 구매를 위해 필요한 노동시간도 92시간으로 평균 67시간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임금 상승이 부족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이 같은 고공 행진은 저금리·저물가의 영향도 있지만 비합리적이다. 집값과 주가가 떨어지든지, 아니면 임금이 더 빠르게 올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으로 흘러갈 듯하다. 미국 내 구인난지수나 미국 가계의 향후 소득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이나 주식이 버블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