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촉만으로는 마음 움직일 수 없어…흥미·강점 검사 활용도 효과}

[권상술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리더들은 자신이 이끄는 직원들이 탁월한 성과를 내길 원한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을 실현하는 리더들은 많지 않다. 그저 열심히 일하라고 재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인 에드워드 할로웰은 ‘샤인 : 뇌과학을 활용해 직원들로부터 최고를 이끌어 내는 방법(Shine : Using Brain Science to Get the Best from Your People)’이라는 책에서 최고의 성과는 5단계를 통해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는 뇌과학과 긍정심리학 그리고 행복심리학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탁월한 성과를 내게 하는 5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직원들에게 가장 적합한 일을 맡겨라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딱 맞는 일을 할 때 탁월한 성과를 낸다. 세키구치 도모키 오사카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와 적합도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직무 만족도가 높고 스트레스가 감소하며 출근율과 성과가 개선된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가장 적합한 업무는 무엇일까.

그것을 알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첫째,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둘째, ‘그 사람이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셋째, ‘조직에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겹치는 영역에서 가장 적합한 업무를 찾을 수 있다. 세 질문 모두 간단하지만 그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훌륭한 방법들이 이미 많이 개발돼 있다.

그러면 직원이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직원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게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재미있는가”, “어떤 일을 할 때 짜릿함을 느끼는가”, “어떤 일을 할 때 생기와 활력이 생기는가” 등에 대해 성찰해 보게 하면 된다.

그렇게 해도 잘 모르겠다면 ‘스트롱 직업 흥미도 검사’ 같은 도구를 활용하게 할 수도 있다. 이 검사는 한국어판도 나와 있고 진로 선택이나 직무 선택에 많이 활용된다.

직원들의 강점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 또한 스스로에 질문을 던져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할 때마다 다른 일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인가”, “다른 일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빨리 배우고 익히게 되는 일은 무엇인가”, “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충족감이 느끼는 일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도움이 된다.

갤럽이 개발한 스트렝스파인더나 긍정심리학자들이 개발한 성격 강점 및 덕목(CSV : Character Strength and Virtues) 목록 등을 통해 파악하게 할 수도 있다. 둘 다 한국어판이 나와 있다.

어떤 일을 좋아하면 그 일을 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자신이 어떤 일을 잘하면 그 일을 좋아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서로 상승작용을 만들어 낸다.

이런 상승작용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클레어몬트대 피터드러커대학원 교수가 제시했던 어떤 일에 대한 고도의 몰입 상태, 즉 플로(flow)를 경험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 낮은 성과를 내는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하지 않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지 않고 별로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직원의 성과가 낮다면 노력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책하기에 앞서 그 사람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럽에서 64개국 170만 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회사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는 사람들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직원들이 어떠한 일을 좋아하고 또한 잘하는지 파악해 그에 맞는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책임 중 하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나” 또는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어? 하면 되는 거지”라는 말로 그러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뇌과학으로 본 기업 성장의 비밀 ‘긍정과 행복’
◆직원들을 다른 사람이나 조직과 연결하라

직원들이 좋아하고 잘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가치를 주는 일을 수행하면 자신의 일, 다른 사람, 조직 등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된다.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존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직장인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기 상사와 단절돼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아프거나 결근하거나 심장 발작을 일으킬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았다. 반면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에 친한 친구를 둔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 적극적으로 몰입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7배가 높았다.

조직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 즉 소속감이 높으면 업무 몰입도와 성과가 높아진다. 조직 내의 다른 구성원들과 연결감을 느끼지 못하면 불신과 두려움 및 걱정이 커져 업무 몰입도와 사내 활동에 대한 참여도는 낮아지고 그에 따라 성과가 떨어진다.

짧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직원들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교류를 자주 하는 리더는 직원들에게 연결감을 느끼게 해 준다.

미국의 고급 통계 소프트웨어 회사인 SAS는 네 군데의 탁아소 외에 체육관과 레크리에이션센터를 운영하고 회사에서 의료 및 법률 서비스도 지원해 주고 있다. 대식당에 가족을 데려와 식사를 같이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도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게 하고 개인 생활을 즐기도록 독려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은 가족끼리도 서로 알고 지내는 강한 공동체를 형성해 연결감을 잃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뇌과학으로 본 기업 성장의 비밀 ‘긍정과 행복’
(사진) SAS의 직원 복지 공간.

◆놀이처럼 일하게 하라

사람들은 놀이를 할 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몰두한다. 일을 놀이처럼 할 때 가장 큰 성과가 나온다는 사실은 뇌과학을 통해 입증됐다. 사람들이 놀이를 할 때 우뇌가 활성화되고 뇌유래 신경성장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는 뇌신경의 성장을 유도하는 분자인데, 감정 조절을 돕는 신경핵 편도체의 활동을 촉진한다. 또한 계획 수립, 의사 결정, 분석 등 모든 업무에 꼭 필요한 실행 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그래서 놀이를 할 때면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창의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놀이처럼 일하는 것과 정반대는 지시 받은 대로만 일하는 것이다. 규칙에 따라서만 움직이고 정해진 절차나 틀에 따라 반복적으로 일하는 상태인 것이다. 그 때문에 일을 하면서 플로 상태로 접어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직원들이 놀이처럼 일하게 하려면 리더부터 일에 재미 요소를 부여해야 한다. ‘놀이’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파악한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서는 ‘사람들이 즐겁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해 ‘펀 경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을 직원으로 뽑지 않는다. 회사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열정과 충성심은 놀라운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때 자발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 6주간 200만 달러의 비용을 줄이기도 했고 세계 최고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종 업체에 비해 연봉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일하기 가장 좋은 직장으로 계속 뽑힐 정도로 인기가 높다.

◆어려운 과제를 부여하고 해결하게 하라

사람들은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고통과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해결하다 보면 어느덧 성장하게 되고 뛰어난 성과를 보이게 된다. 뇌과학에 따르면 적당한 스트레스는 뇌를 자극해 신경전달 회로를 강화한다.

강화된 신경전달 회로는 처음에는 어렵게 느끼던 일을 점점 더 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참고 견디다 보면 두뇌도 발달하고 성과도 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일에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때는 오히려 ‘좋은 스트레스(Eustress)를 받게 되는 것이다.

리더십 개발 전문 기관 CCL(Center for Leadership)이나 컨설팅사 맥킨지 등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회사 내에서 사람들의 역량이 가장 크게 향상될 때는 어려운 일을 수행하고 난 다음이라고 한다. 따라서 리더들은 직원들의 업무 범위와 책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주기적으로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소비재 회사인 P&G는 매우 중요하고 어렵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업무를 선별해 핵심 인재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들 업무는 ‘혹독한 역할(crucible roles)’이라고 불리는데, ‘1등 제품의 브랜드 관리자’나 ‘새로운 시장의 마케팅 담당자’와 같은 직책이다.

실력을 갖춘 인재들에게 어려운 과업을 부여하고 해결하게 함으로써 핵심 인재로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성과와 성취에 대해 반드시 인정하라

직원들이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는 반드시 그것을 인정해 줘야 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기 중 하나다. 사람들은 적절히 인정을 받아야 최적의 성과를 낸다.

뇌과학에 따르면 인정과 칭찬을 받으면 행복과 기쁨을 느끼게 해 주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는 타인에게 봉사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한다고 한다.

인정에는 금전적 보상이나 포상 또는 승진과 같은 유형적인 것도 있고 칭찬이나 격려와 같은 무형적인 것도 있다. 직원들을 인정해 주는 기본적인 방법은 긍정적인 피드백이다. 그리고 향상 정도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직원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리더가 알아서 인정해 줄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자신의 성과나 성취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