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인터뷰]
{3D 프린터에 빠진 ‘우주인’ 출신…공유 플랫폼 5월 말 문 열어}
“도면 올리면 ‘프린팅’ 결과 택배로 보내죠”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고산(39)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한국의 첫 우주인 후보’다. 2006년 말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을 통해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주인 후보로 선정됐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한 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이었다.

그는 2007년 초부터 1년 이상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실전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중도 하차해야만 했다. 그는 3D 프린터를 제작·판매하는 스타트업의 대표로 변신해 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러시아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고 귀국한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기획부에 자원해 한동안 일했습니다. 연구원에서 일하던 중 관련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의 공공정책 전문대학원인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공부했죠.

유학 중 실리콘밸리에 10주 정도 머무르면서 창업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러한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귀국 후 창업 지원 비영리단체인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설립했습니다.

이 단체는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분명 기여했다고 봅니다. 특히 하드웨어 창업을 포함한 ‘메이커 무브먼트’를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합니다. 세운상가에 만든 ‘팹랩서울’은 누구든지 쉽게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할 수 있는 셀프 제작소로, 전국의 메이커 공간 중 가장 긴 역사와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4년부터 또 다른 도전에 나섰어요. 타이드인스티튜트 일선에서 물러나고 영리법인 에이팀벤처스를 설립했습니다. 창업을 지원하다가 직접 창업에 나선 셈이죠.”

▶에이팀벤처스는 어떤 회사인가요.

“에이팀벤처스는 지난해 보급형 3D 프린터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6월 초에는 새로운 버전의 100만원대 3D 프린터를 출시합니다. 이 프린터는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주자들과 제대로 경쟁해 볼 계획입니다.

그전에 5월 말에는 3D 프린터 공유 플랫폼인 ‘쉐이프엔진’을 론칭합니다. 3D 프린터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웹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프린터를 선택해 3D 도면을 업로드하고 프린팅을 신청하면 프린터 소유자가 결과물을 택배로 보내주는 형태입니다. 프린터 소유자와 서비스 사용자 모두 윈-윈하는 플랫폼이죠.”

▶3D 프린터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죠.

“현재 제조업의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금형·사출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금형을 만들고 플라스틱을 사출 성형하면 수천만 개의 제품을 정말 저렴한 비용에 만들 수 있거든요. 앞으로도 이러한 대량생산 방식이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다만 금형·사출 방식은 1만 개 이하 혹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제품을 생산할 수 없죠. 금형에 투자되는 초기 비용이 무척 많이 들기 때문이죠.

3D 프린팅 기술이 보급되면서 원하는 제품을 도면만 있으면 1개건 100개건 마음대로 생산해 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3D 프린터는 개인화한 제품 분야에 대해 특히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3D 프린터가 보급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진 것이죠.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된 셈입니다.”

▶주로 어느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까.

“시제품 제작 혹은 치과 등 제한적인 의료 분야에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일상 제품으로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 얼굴 곡면을 스캔해 자신에게 딱 맞는 안경테를 만들 수 있다면 기성품과 해당 제품 중 어떤 걸 선택하겠어요. 기성품에 비해 다소 비싸더라도 맞춤형 제품을 선택할 겁니다.

소재도 다변화하고 있어요. 일반 플라스틱에서부터 전기전도율을 높이는 등 여러 특성을 가미한 플라스틱류, 강성을 개선한 카본파이버 필라멘트 등등이 시장에 나와 있고요, 텅스텐이나 타이타늄 등 금속 프린팅, 세라믹 프린팅 등 이미 수많은 재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몇 가지 물질을 조합해 하나의 프린터로 출력하기도 하는데 출력 부위마다 물질이나 강성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고 컬러를 자유롭게 구현하기도 합니다.”

▶국내 벤처 생태계 활성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보다 넓은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시장 사이즈가 제한적이에요. 한정된 시장에 대기업이 우글거리고 있습니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을 논하기도 약간 멋쩍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시장 사이즈가 크지 않습니다.

국내시장만 목표로 하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한 중국을 비롯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함께 노크해야 합니다.”

choies@hankyung.com

[기사 인덱스]
- 3D 프린터,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 [인포그래픽] 제조업의 미래 '3D 프린팅'
- 3D 프린터로 주택 만드는 중국…한국은 '제자리 걸음'
- '책상 위의 공장' 항공기 부품서 초콜릿까지 '척척'
- 3D 프린터 직접 사용해 보니
- 50만원대 보급형 등장…'소재'가 미래 좌우
- 맞춤 인공뼈 '출력' 피부조직 프린터도 개발 중
- "도면 올리면 '프린팅' 결과 택배로 보내죠"
- [ECONOPOLITICS] 연말 시행 앞둔 '3D 프린팅산업 진흥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