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⑧ 한화그룹]
{한화그룹 회장 취임 후 자산 216배 키워…방산·화학 빅딜로 재계 순위 ‘껑충’}

글로벌 선두 기업을 꿈꾸는 ‘승부사’ 김승연 회장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과감한 승부수가 또 한 차례 통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재계 순위가 두 단계나 뛰어올랐다.

2016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순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공기업을 제외한 8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전체 15위, 공기업 제외 순위는 10위였다.

한화그룹의 이 같은 약진은 인수·합병(M&A) 덕분이다. 한화그룹은 2014년 삼성그룹과 2조원대 빅딜을 체결하고 지난해 화학 계열사 2곳과 방산 계열사 2곳의 인수를 마쳤다. 이에 따라 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가 그룹 계열사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또한 상반기께 두산DST마저 계열사로 추가 편입될 예정이어서 매출 4조원에 이르는 방위 사업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부친 타계로 29세에 회장 올라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 역사의 굵직굵직한 M&A를 진두지휘해 왔다. 김 회장은 1981년 7월 창업자이자 부친인 고 김종희 한국화약그룹(현 한화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는 바람에 29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올랐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출발한 한국화약그룹의 당시 규모는 15개의 계열사와 매출액 1조1079억원 수준이었다.

1992년 10월 한국화약은 그룹의 경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의 명칭을 ‘한화그룹’으로 바꿨다. 모기업인 한국화약을 (주)한화로 변경하는 한편 새로운 기업 이미지(CI)를 도입했다. 1994년에는 계열사의 상호에 ‘한화’를 사용, 그룹 이미지를 통일했고 1995년 계열사를 축소해 5개 소그룹제로 개편했다.

김승연 회장 취임 후 3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화그룹의 매출은 1981년보다 47배 증가한 52조6000억원을 달성했다. 2015년 기준 총자산은 7548억원에서 216배나 불어난 16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 수도 52개로 늘어났고 임직원은 1만1600명에서 4만495명으로 증가했다.

오늘날의 한화그룹이 이처럼 경이로운 실적과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김 회장 특유의 승부사적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5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 받은 후 사업 다각화와 성장 위주의 기업 경영을 통해 계열 기업군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한화그룹의 성장사는 가히 ‘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M&A를 통해 성장했다. 흔히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보면 ‘승자의 저주’로 불리는 M&A의 법칙이 있다. M&A를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인수에 나선 기업이 위기에 처해 몰락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인수에 따른 잡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인수 후 조직 간 문화 통합을 원만하게 잘 이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부실한 기업을 모두 정상화하는 탁월한 경영 능력도 발휘했다.

대표적인 M&A 사례는 2002년에 있었던 한화생명 인수가 있다. 한화그룹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대규모 공적자금을 받는 등 심각한 상황에 처했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했다.

당시 김 회장은 대한생명 인수와 동시에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보수 근무를 선언하며 책임 경영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의지를 보였다. 기업 인수에 따른 내부 조직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한편 급여 및 복리후생도 유지함으로써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했다.

이에 따라 대한생명 임직원들은 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한화그룹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우수한 역량을 다시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인수 당시 약 29조원에 불과했던 총자산은 올해 초 3배 이상 늘어 100조원을 달성했다. 현재 한화생명은 그룹 전체 매출 비율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한화 DNA는 ‘신용과 의리’

승부사 선장을 둔 한화호(號)도 느닷없이 몰아닥친 IMF 외환 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한화그룹은 경쟁사보다 한 발 먼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고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알짜 사업을 매각하고 전 사업 부문에 걸쳐 경쟁력 제고 차원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김 회장은 1998년 4월호 그룹 사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 해보자고 호소합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도 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갑시다. 죽을 각오를 하면 살아남고 어설프게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점을 진리로 받아들여 가슴에 새겨 나갑시다”라며 ‘필사즉생 필생즉사(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의 정신을 강조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1차 구조조정의 첫째 목표를 ‘부채비율 축소’로 정하고 수익성이 우수한 핵심 계열사 및 우량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부채비율 축소에 힘썼다. 그 결과 1997년 말 1200%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1999년 말 197%로 떨어졌고 2000년에는 130%대까지 낮아졌다.

또한 32개에 달하던 계열사는 24개로 줄었고 자산이나 매출액 등 외형을 중시하던 경영 패턴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발전성을 중시하는 미래 지향의 내실 경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이했다.

한화그룹은 이처럼 뼈를 깎는 듯한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완전고용 승계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관철, ‘의리의 경영인’으로 기억에 남았다. 이때부터 한화 특유의 ‘신용과 의리’라는 정신이 한화맨 DNA에 각인됐고 재계에선 가장 모범적으로 구조조정을 한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화그룹은 ‘혁신과 내실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 기반 구축의 해’로 삼아 ‘일류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것”이라며 “그룹의 ‘핵심 사업 경쟁력’을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끊임없이 끌어올려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선제적인 대응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잘할 수 있는 사업 부문의 핵심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혁신해 ‘글로벌 한화’로서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쟁력이 없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 부문은 과감히 매각하고 석유화학 및 태양광 사업 부문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 강화함으로써 관련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2012년 독일의 큐셀(현 한화큐셀), 지난해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까지 인수함으로써 한화그룹은 석유화학·방위산업·태양광의 제조 부문과 금융·유통·레저의 서비스 부문을 아우르며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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