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상권’ 마포역, 복합 쇼핑몰로 ‘변화의 물꼬’ 틀까
먹자상권 ‘갈매기골목’…고소득 1인 가구&신혼부부 ‘주상복합 상권’
마포역 상권은 오랜 역사를 품은 만큼 겉으로는 정체된 듯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변화가 그 어느 곳보다 활발하다.
‘마포갈매기골목’으로 잘 알려진 전통 상권이 여전히 활기를 띠는가 하면 최근 몇 년 사이 대로변을 끼고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늘어나며 새롭게 유입된 젊은 수요층을 흡수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공덕역 인근에 복합 쇼핑몰인 ‘효성해링턴스퀘어’가 오픈하면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돌아본 서울 시내 상권 중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가장 바쁜 동네예요.”
마포역 상권을 둘러본 취재진 중 한 명의 소감이었다. 최근 마포역 주변의 부동산 경기가 그 어느 곳보다 뜨겁다는 것을 방증한다. 마포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유독 바빠진 이유는 최근 들어 전월세 거래가 유독 많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교통편이 편해 젊은 직장인들이 거주지로 많이 찾는다”며 “인근 여의도·광화문 등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마포역 상권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마포역 상권은 지하철 마포역과 공덕역 사이에 자리한 ‘도화동 일대’를 그 중심 지역으로 볼 수 있다. 공덕역만 하더라도 지하철 5·6호선 외에 공항철도(2011년), 경의중앙선(2012년)까지 총 4개의 노선이 지나가는 ‘쿼드러플 역세권’이다.
여기에 공덕역과 지하철 5호선 마포역의 거리 또한 도보로 10분 정도여서 같은 역세권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마포대교를 건너면 바로 여의도와 근접해 있고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진입이 쉬워 강남으로 출퇴근도 용이하다. 그야말로 사통팔달의 입지다.
◆사람을 불러 모으는 ‘쿼드러플 역세권’
교통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도심 내 주거지로서의 매력 또한 커지고 있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마포 도화동 일대의 거주자는 9445가구, 2만2641명이다. 취재 중 만난 부동산 관계자는 “학군이 좋은 동네가 아니어서 초·중·고생 자녀를 둔 사람들은 떠나고 젊은 층이나 자녀를 다 키운 장년층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든호텔 뒤쪽으로는 26~27년 정도 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오래된 단독주택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이 지역은 비교적 싼 물건이 많아 혼자 사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아파트 단지에는 오랫동안 이 동네에 거주해 온 장년층들의 비율이 높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우성쌍용아파트는 112.2㎡(34평)를 기준으로 매매가가 5억원, 전셋값이 4억원 정도다.
이와 비교해 대로변 주상복합은 기본적으로 99㎡(30평) 이상의 대형 평수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 또한 비싼 편이다. 한화오벨리스크는 99㎡ 기준 매매가 5억원, 전세는 3억6000만원 정도다.
부동산 관계자는 “주상복합은 보안이 철저해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다”며 개인 사업자나 고소득 전문직의 1인 가구, 신혼부부의 비율이 높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빈약할 수 있는 40~50대 수요층을 채워 주는 것이 이 일대의 직장인 수요다. 실제로 공덕역 일대만 보더라도 에쓰오일과 효성 본사 등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자리 잡고 있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도화동과 공덕동 일대 사업체 종사자 수만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편리한 교통 환경에 탄탄한 배후 수요, 상권으로서는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인 셈이다.
◆‘해링턴스퀘어’ 집객 효과 기대
이와 같은 배후 수요층의 특징은 결과적으로 ‘높은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로 연결된다. 실제로 인근의 대표적 대형 상권인 홍대와 신촌 등과 달리 마포역 상권의 주요 소비층은 30대 후반~60대 사이의 중·장년층이다.
아크로타워공인중개사 김정우 대표는 “홍대 유동인구가 이 일대보다 훨씬 많지만 객단가는 2000~3000원 수준”이라며 “여기는 객단가가 1만~2만원대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인근 직장인과 거주민을 주요 소비층으로 하다 보니 이 일대는 ‘고여 있는 상권’의 특징이 강하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 일대는 여의도가 잘돼야 같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래야 여의도·시청·광화문 출퇴근족이 늘어나는 건 물론이고 이들 지역에서 점심·저녁을 해결하러 오는 외부 유입 인구도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마포역 상권에 외부 인구를 유입할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은 내년 상반기 오픈 예정인 효성해링턴스퀘어다.
공덕역 1번 출입구(마포역 방향)에 자리한 에쓰오일 본사 옆쪽으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효성해링턴스퀘어에는 향후 호텔·예식장·명품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갈매기골목 상권 : 맥주·고깃집 성행, 노래방은 고전
마포역 상권의 중심은 마포삼성아파트와 도화동주민센터를 중심으로 골목길을 따라 길게 형성돼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골목은 다름 아닌 ‘마포 갈매기골목’이다. 1980년대부터 유명세를 타던 갈매기골목 외에는 활력을 잃어 가던 가든호텔 뒷골목 일대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부터다. 이는 2012년 공덕역에 공항철도와 경의선 개통으로 주변 지역에 오피스텔·아파트·사무실 등이 늘어난 효과다.
그 덕분에 최근에는 서서히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갈매기집·돼지갈빗집 등 주로 회식용 고깃집이 포진해 있던 이 골목에 맥줏집이나 커피숍 등 젊은 사람들이 즐길 만한 외식 업종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빽다방과 같은 프랜차이즈 영업점의 진출도 늘고 있다.
임대 시세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항철도와 경의선 개통 전후를 비교해 그리 차이가 크지 않다. 33㎡(10평)를 기준으로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0만원, 권리금 7000만~80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 먹자상권이기 때문에 으레 저녁시간을 프라임타임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오히려 이 일대 커피숍이나 음식점(고깃집 제외)은 점심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다. 업종이나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음식 업종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략 직장인 수요가 70%, 거주민 수요가 30% 정도의 비율이다.
이에 비해 돼지갈빗집이나 갈매기골목, 횟집 같은 전통적인 회식 수요를 공략한 음식 업종들은 여전히 저녁 손님이 많은 편이지만 밤 11시가 넘어서면 문을 닫는 곳이 적지 않다.
전형적인 먹자 상권의 외형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방과 같은 업종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한일부동산 관계자는 “최근에는 불경기 때문인지 회식 수요가 줄고 있기도 하고 특히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이어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회식을 하더라도 1차, 2차에서 끝내고 3차 노래방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상복합 상권 : 병원·헬스장 등 생활 밀착형 업종 강세
2004~2007년 자리를 잡기 시작한 주상복합 상가는 마포역 상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일대에 30대 후반~40대 초반 고소득의 새로운 주거층이 유입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 상가의 업종을 살펴보면 음식 업종 외에도 네일아트·병원·헬스장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업종이 목격된다.
외식 업종 또한 오래된 고깃집 등이 다수 포진해 있는 갈매기골목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고가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나 뷔페, 패밀리레스토랑 등 고급 외식 업체들을 중심으로 젊고 세련된 분위기가 강하다.
다만 주상복합 상가라고 하더라도 음식 업종은 거주민들보다 인근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하는 곳이 많다. 마포 트라팰리스에서 8년째 영업 중인 관계자는 “대로변에 오피스 건물이 많아 20~30대 직장인 수요가 가장 많다”며 “주말에는 아예 영업을 쉬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주상복합 상가는 기본적으로 월세가 비싸다. 마포 한화오벨리스크는 33㎡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 정도다. 권리금은 7000만원 이상이다. 마포 트라팰리스는 49.5㎡(15평) 기준으로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460만원, 권리금 1억3000만원 정도다.
이처럼 임대 시세가 높다 보니 병원이나 헬스장 등을 제외한 커피숍이나 음식 업종은 개인 창업 투자자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개인 창업 투자자들이 운영하는 외식 업종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형태가 대부분이다.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이해인·주재익 인턴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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