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청바지 '머드진스'와 휴대용 물병 '도퍼' 등 인기몰이
[한경비즈니스=김민주 객원기자]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유럽 내에서 주목 받고 있다.청바지를 구매하는 대신 월 사용료를 내고 빌려 입자는 이른바 ‘청바지 대여 프로젝트’를 앞세우며 2013년 론칭한 머드진스(Mud Jeans)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갈수록 뜨겁다. 이 기업은 우버(자동차)나 에어비앤비(남는 방)처럼 청바지를 공유경제 트렌드와 접목한 점 때문에 사업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론칭 후 3년이 된 현재 5000명의 고객들이 빌려간 청바지를 반환했고 이 가운데 3000벌은 새 청바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로 재사용될 것이라고 머드진스 측은 밝혔다. 업체는 이 옷들을 스페인 발렌시아의 공장으로 보냈고 곧 낡은 청바지에서 새로운 원사를 추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머드진스의 청바지는 터키에서 생산된 고품질 유기농 면을 사용했기 때문에 재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 바지는 이르면 올해 가을쯤 다시 대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2000벌도 재활용하거나 빈티지진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 빌려준 청바지 돌려받아 다시 재활용
머드진스는 지난 5월 암스테르담 본사에서 스페인의 공장까지 중고 청바지를 전달하는 과정을 재활용 투어란 이름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원정대는 투어 도중 해변을 청소하고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쓰레기 없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투어에 앞서 머드진스 측은 온라인 플랫폼 선더클랩(thunderclap)으로 후원자를 모집했는데 목표했던 100명을 크게 초과한 194명이 후원 의사를 밝혔다.
머드진스의 창업자인 베르트 반 손 씨는 이익 창출 대신 환경보호에 더 큰 방점을 두고 해당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그는 과거 중국·대만·홍콩의 의류 업체에서 수년간 일하며 패스트 패션 산업으로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에 따라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다.
손 씨는 빌려준 청바지를 고객에게 다시 돌려받아 이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버려지는 직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사업을 시작하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을 때 이런 콘셉트를 은행 관계자들에게 이해시키느라 애를 태웠다고 네덜란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큰 수익을 기대하기가 힘든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머드진스의 고객들은 가입비와 운송비를 포함해 25유로(3만2000원)를 내고 이후 한 달에 7.5유로(1만원)씩 청바지 임차료를 내고 있다. 청바지 한 벌을 빌리는 데 연간 115유로(15만 원)를 지불하는 셈이다.
계약이 끝나고 난 후 고객들은 3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청바지를 회사에 다시 돌려주거나 추가 요금을 내고 새로운 청바지로 교체하거나 원래 입고 있던 청바지를 계속 빌리는 것이다.
손 씨는 보도 자료를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삶이 더 즐거워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용한 후 태워지거나 버려지는 대신 재활용되는 원재료를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을 고객에게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머드진스는 네덜란드 전역을 비롯해 벨기에 브뤼셀, 독일 뒤셀도르프, 영국 런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 전역의 편집숍에 입점하며 판매 범위를 꾸준히 넓혀 가고 있다.
◆ ‘환경보호+세련된 디자인’ 도퍼 물병 인기
일회용 생수병 사용을 줄이기 위해 휴대용 물병 제작에 나선 사회적 기업 도퍼(Dopper)의 성장도 눈에 띈다. 도퍼의 대표적 아이템인 도퍼 물병은 최근 네덜란드의 히트 상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네덜란드 경제지 쿼트에 따르면 도퍼의 2015년 판매량은 130만 개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세련된 디자인 덕에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물병의 뚜껑에 받침대가 있어 바닥에 올려두면 컵으로 쓸 수 있어 실용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450mL에 12.5유로(1만6000원)로 가격도 적당한 편이어서 젊은 소비층들도 구입을 망설이지 않는 편이다.
도퍼에 대한 아이디어는 창립자 머레인 에버라트 씨가 2009년 접한 한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됐다. 그는 태평양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 이것들이 일회용 생수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를 개선할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했다.
에버라트 씨는 우선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본금을 모았고 강력한 디자인이 비즈니스 성공의 관건이라고 판단해 ‘식수를 담을 수 있는 완벽한 물병’을 주제로 디자인 콘테스트를 열었다.
총 100여 건의 응모작 가운데 델프트공대 출신 디자이너의 작품을 선택해 현재의 도퍼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이와 함께 도퍼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물병을 만드는 것을 기업의 사명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퍼는 창업 초기부터 도퍼재단을 통해 수익금의 일부를 네팔의 식수와 위생 지원 사업에 기부하면서 ‘착한 기업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이와 함께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깨끗한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장소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용자의 필요를 고려한 섬세한 아이디어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김민주 객원기자 vitam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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