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인터뷰]
{사이버 감시 등 ‘사전 예방’ 강화…‘아시아 11개국 시장감시기구 협의체’ 구성}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단 9일 만에 주가가 500% 넘게 치솟았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업체의 주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급등하자 주식시장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산한 ‘코데즈컴바인’이다.

이때 심상치 않은 시장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곳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다.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6월 7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코데즈컴바인의 매매 거래를 정지했다. 올 들어서만 다섯째 조치다.
[이해선 시장감시위원장]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감시 시스템 개발”
(사진)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약력: 1960년생. 행정고시 29회. 2001년 금융감독위원회 공보담당관. 2012년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정책관. 2014년 제15대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2015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현). /서범세 기자

국내 증권시장의 ‘파수꾼’인 시장감시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는 이해선 시장감시위원장을 만났다.

▶시장감시위원회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불공정 거래를 사전 예방하는 겁니다. 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에게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에 대해선 신속하고 정확하게 적발하는 기능입니다. 시간대, 수량, 매도 호가, 매도 관여율과 같은 요소를 정밀 분석해 적출된 종목을 금융위원회 등에 통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전 예방’에 역점을 두고 있고요. 시장을 교란하는 투자 행위가 예전에 비해 점점 더 교묘하고 복잡해지는 양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속하게, 시장 상황에 맞게 대처하기 위해서도 사전 예방 시스템이 탄탄하게 뒷받침될 필요가 있습니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증권 범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사실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 거래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종목을 옮겨 가며 시세를 조종하는 일명 ‘박리다매식 시세조종’이 대표적이죠.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시장 교란 행위도 늘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종목 추천과 현실 거래를 결합한 부정 거래라고 할 수 있죠.

인터넷을 통한 투자 기법이 빠르게 발달할수록 단속 기법 또한 이를 쫓아가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특히 사이버 감시 시스템에 빅 데이터 분석 기법을 탑재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증권시장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시장 감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맞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하거나 서로 다른 인공지능 간 ‘통정거래’를 할 수도 있죠. 인공지능이 동일한 방향의 매매 포지션을 취하면서 쏠림 현상이 발생해 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등 다양한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요.

이를 어디까지 규제해야 할지는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문제예요.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시장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재 빅 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최신 기술을 탑재한 차세대 시장 감시 시스템을 개발 중이에요. 2018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입니다. 이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해외에 시장 감시 시스템을 수출하는 등의 성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시장 감시 분야에서도 국제 협력이 중요할 텐데요.

“시장간감시그룹(ISG)이라는 국가 간 협의체가 있어요. 하지만 이 협의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한국·태국·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시장 상황과 괴리가 컸던 게 사실입니다. 미국은 기관투자가 중심인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활발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지난해 시장감시위원회가 아시아 국가들 간의 협의체를 만들 것을 새롭게 제안했고 아시아 11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한국거래소에서 처음으로 ‘아시아 역내 시장감시기구 협의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에요.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협의체인 만큼 향후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봐요. 한국 증권시장의 투명성을 해외에 홍보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효과가 클 테니까요.”

▶최근 시장감시위원회의 독립 문제를 두고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무산됐습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기업공개(IPO)를 하게 된다면 시장감시위원회가 영리법인의 자회사 혹은 내부 기관으로 남아 있어 이해 상충 문제가 심각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거래소가 지주회사로 전환될 때 시장감시위원회의 독립은 당연한 전제로 여겨지고 있고요.

시장감시위원회라는 것은 증권시장 내부의 자율 규제 기관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과 완전히 떨어져 운영될 수도 없지만 그만큼 운영의 독립성이 철저하게 보장돼야 합니다. 현재도 시장감시위원회는 한국거래소에 속해 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이 때문에 시장감시법인이 출범한다면 오히려 현행보다 공적 역할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도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독립 이사를 선임할 때도 거래소 임원들이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고 외부 추천을 받도록 하고 있고요. 의사 결정이나 업무 수행 등 모든 면에서 독립성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