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미일 동시 상장으로 1조원대 ‘실탄’…대형 M&A 추진 관측}
라인, 상장 지렛대로 북미·유럽 시장 노린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에 상장된다. 라인은 네이버의 100% 자회사다.

네이버는 라인 상장을 통해 모집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존 무대인 아시아를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금융 투자 업계에서 예상하는 공모 자금 규모는 1조원대다. 특히 한국 기업이 해외 두 곳의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인은 2000년 네이버재팬으로 출발했다. 2011년 모바일 메신저 라인 출시로 폭발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에서 40대 이하의 스마트폰 사용자 중 64%가 라인을 이용하며 태국과 대만에서도 메신저 점유율 1위로 ‘국민 메신저’로 통한다.

라인의 상장은 일본 원주 상장 이외에 미국에서 주식예탁증서(DR) 방식을 활용해 상장 규모를 극대화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상장 과정은 이렇다. 라인은 구주 매출(기존 주주 보유분 매각) 없이 일반 공모 유상증자 방식으로 3500만 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상장 예정인 신주 3500만 주는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1300만 주, 일본 외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2200만 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공모 예정가는 주당 2800엔(3만244원)이므로 전체 공모 예상액은 1조700억원 정도다.

물론 상장 주식 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최종 발행 주식 수는 수요 예측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공모가 원활히 진행되면 라인 주식 1억7499만 주(지분율 100%)를 보유한 네이버의 라인 지분율은 83% 정도로 떨어지게 된다.

먼저 라인은 6월 11일부터 상장을 위한 투자 설명회(마케팅 로드쇼)를 열고 6월 28일(미국은 27일)부터 7월 8일까지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 수요 예측 후 원주와 DR 상장 주식 수가 확정된다.

그 다음 원주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되고 DR는 해외 예탁 기관인 JP모건체이스에 예탁된 뒤 ADR로 바뀌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다. 일정대로라면 라인은 7월 15일(미국 시간 14일) 일본 도쿄 및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동시 거래된다.

도쿄에서는 원주가, 뉴욕에서는 DR가 거래되는 것이다. DR는 국내 주식의 해외 거래를 원활하게 하려고 고안된 유가증권이다. 국내 기업은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하고 이를 근거로 DR를 발행한다.

현재 관심의 대상은 네이버가 라인의 상장을 통해 얻은 대규모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이냐 하는 점이다. 물론 라인은 이미 공식적으로 예상 사용 내역을 밝혔다. 라인은 조달 자금을 시설 자금(1312억원) 및 운영자금(2700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1721억원), 기타 자금(4852억원)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라인, 상장 지렛대로 북미·유럽 시장 노린다
◆일본·동남아 치중 한계 넘는다

업계에서는 특히 공모 자금을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한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를 공략해 왔다. 라인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국가별 사용자 분포에서 잘 나타난다.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주요 4개국의 월간 사용자 수(MAU)에서 라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분기 60%에서 올 1분기 69%로 늘었다. 아시아에서 다진 입지를 기반으로 전체 MAU는 2억510만 명에서 2억1840만 명으로 6.5% 늘었다.

지난 5월 태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심부름 서비스 ‘라인맨’ 등 신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소개하고 모바일 메신저를 넘어 ‘스마트 포털’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라인의 MAU가 작년 1분기 2억 명을 돌파한 이후 증가 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실제로 주요 4개국을 제외한 기타 지역의 이용자들은 8180만 명에서 7780만 명으로 4.9% 줄었다. 특히 라인은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 아직 본격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라인이 상장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공격적인 M&A를 통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성장 발판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 역시 지난 3월 인터뷰에서 “1위를 노릴 수 있는 아시아와 다른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이 지금까지 아시아 주요 4개국에 집중하는 사업 전략을 펼쳐 왔지만 재도약을 위해서는 구매력이 큰 북미와 유럽 시장을 잡아야 한다”며 “일본과 미국 동시 상장은 전 세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라인의 전략이 단지 ‘영역 확장’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도통신은 라인이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국외 사업 강화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음악이나 동영상 외에도 결제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아사히신문은 라인이 이번 상장을 계기로 해외시장 개척 외에 우수 기술자 영입을 노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인공지능(AI)·로보틱스·스마트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술 투자를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