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뱅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1990년대 후반 한국과 태국, 2000년대 후반 미국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 국가 모두 위기에 빠지기 전에 은행 신용 증가율과 광의통화(M₂) 증가율 간 차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금 중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현재 은행 신용 증가율은 25% 내외로 M₂증가율 12%의 두 배에 달한다. 이에 대해 도이치뱅크는 은행들이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 위해 대출을 늘렸지만 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이 실물경제보다 금융자산에 이 돈을 유입하고 있어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자산의 거품, 실물 자산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을 만한 이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 셈이다. 중국 내 기업들의 부도율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다.
중국 신용 증가에 대해선 우려스럽긴 하지만 크게 걱정할 만한 이슈는 아니다. 당장 은행권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중국 은행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태국·미국은 민간은행 부실이 문제가 된 사례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3조2000억 달러의 외화보유액을 가지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도 43%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적정 국가 채무를 60%라고 제시한 바 있다.
은행권 부실이 가시화된다면 중국 정부가 나서 자금을 수혈해 줄 수 있다는 의미로 과거 한국·태국·미국처럼 민간은행의 부실이 은행 및 국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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