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urance]中 '안방보험'에 韓 '안방'까지 내주나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손에 넣은 중국 안방보험(安邦保險)이 이내 ING생명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안방보험의 거침없는 행보에 국내 보험업계는 “이제 안방까지 내주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손에 넣은 데 이어 ING생명까지 노리면서 “사실상 국내 생명보험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의 시선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안방보험이 ING생명을 인수한 뒤 세 보험사를 통합할 경우 총자산 68조 원과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 10%를 넘어 생명보험업계 ‘빅4’ 체제를 뒤흔들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어떤 외국계 보험사도 누리지 못한 막강한 지위다.

특히 이와 관련, 역차별 및 ‘상호주의 원칙 실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이 너무 무방비로 중국계 보험사에 국내 시장을 열어젖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가 자국의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중국에 반해 한국 금융당국은 안방보험 등 중국 보험사들에 사실상 규제가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투자 한도 규제 때문에 교보생명이 ING생명 인수를 포기하는 등 국내 보험사에 대한 규제가 외국 보험사보다 더 강한, 역차별까지 발생하는 양상이다.

ING생명 노리는 안방보험…‘생보 빅4’ 흔들
안방보험은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약 1조1300억 원에 인수했으며, 올해 4월에는 단돈 35억 원으로 알리안츠생명까지 품에 안았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에는 ING생명까지 노리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ING생명 매각 예비입찰에 안방보험을 비롯해 역시 중국계인 핑안보험, 타이핑생명, JD캐피털 등 6~7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6월 안에 ING생명에 대한 실사에 들어갈 예정인데, 특히 안방보험과 핑안보험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한국 보험사 인수를 위해 준비한 자금은 10조 원에 육박한다”며 “ING생명 매수 대금으로 예상되는 3조 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지불할 수 있다”고 말했다.

ING생명은 지난해 매출액 4조6780억 원, 영업이익 4079억 원, 당기순이익 3048억 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만약 안방보험이 ING생명도 손에 넣을 경우 국내 생보업계는 지각 변동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쉽지는 않지만, 안방보험이 세 생보사를 합병할 경우 ‘생보 빅4’ 체제가 무너지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국내 생보업계는 오랫동안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빅3 체제’로 굴러 왔다. 여기에 NH농협의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의 분리로 인해 NH농협생명이 보험사로 편입되면서 ‘빅4 체제’로 재편됐다. 이외에 중형 생보사들은 ‘빅4’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안방보험은 다르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동양생명 22조5709억 원, 알리안츠생명 16조6510억 원으로 둘을 합하면 40조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ING생명 29조5556억 원까지 더할 경우 총자산이 68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단숨에 NH농협생명 57조2190억 원을 능가하는 자산규모 4위의 생보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에서도 안방보험은 어렵지 않게 ‘빅4’의 한 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안방보험 인수를 전후로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올해 3월 말 기준 동양생명의 시장점유율은 7.01%로 생보업계 5위에 랭크됐다. 여기에 약 2%의 알리안츠생명만 더해도 NH농협생명(9.15%)과 맞먹는다. 만약 시장점유율 3.34%의 ING생명까지 통합될 경우 NH농협생명뿐 아니라 교보생명(10.39%)까지 능가해 업계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지난 수십 년간 생보업계에서 ‘빅3 체제’에 대한 도전자는 없었다”며 “NH농협생명의 등장으로 ‘빅4 체제’가 됐지만, 사실 NH농협생명은 공제 회사 시절부터 이미 그만한 규모를 갖추고 있었으므로 새로운 도전자라고 보기는 힘들었는데 이번에 안방보험이 현 체제를 붕괴시킬 수도 있을 듯하다”고 경계감을 표했다.

외국계, 국내 진출 무방비…한국 기업 역차별?
문제는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금융당국은 두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생명, 알리안츠생명 외에도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이 유안타증권(옛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인수하는 것을 쉽게 허용했다.

최근 유안타증권은 현대라이프와 제휴해 현대라이프의 보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는 중국계 자본이 인수한 유안타증권과 현대라이프 지분의 49%를 보유한 푸본생명의 제휴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흐름에 전혀 제동을 걸어주지 않고 있을뿐더러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중국 시장에서 한국 보험사의 이권을 확보해주지도 못하고 있다. 보험업은 어느 나라나 라이선스 산업이며, 그 라이선스를 따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신규 보험사 인가를 내준 지가 꽤 오래됐기에 보험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험사를 인수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상태다.

한국의 금융당국은 외국계 보험사가 국내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걸지 않고 있다. 자본력만 충실하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게 문호를 활짝 열어젖힌 상태다. 그 덕분에 안방보험은 이미 2개의 보험업 라이선스를 손에 쥔 상태이며, MBK파트너스와 거래가 잘 될 경우 국내 보험사 3곳을 인수하는 엄청난 확장 본능을 보여주게 된다.

반면 중국은 아직도 자국의 보험업 라이선스를 외국에 개방하지 않고 있다. 한국 등 외국자본이 중국에서 보험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 자본과 합작해야 한다. 그것도 절반 가까운 지분을 중국 자본에 줘야 한다. 보험사를 새로 설립하거나 기존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모두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아직까지 단 한 곳도 중국에서 보험업 라이선스를 따내지 못한 상태다.

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보험업은 일단 라이선스만 따면, 어지간히 경영을 못하거나 ‘글로벌 금융위기’급 태풍을 만나지 않는 한 망할 일이 없다”며 “특히 매달 현금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대규모 기업집단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에도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이유로 어느 나라든지 외국계 회사에 보험업 라이선스를 쉽게 내주지 않고, 중국도 마찬가지”라면서 “그에 반해 한국 금융당국은 규제가 너무 약한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굳이 안방보험에 국내 보험사를 내줘야겠다면, 그 과정에서 중국 금융당국과 협상해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 한국 보험사들에 뭔가 메리트를 제공하도록 힘을 썼어야 한다”며 “지금 상황은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하고 있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호주의 원칙은 국제법으로 강제되는 사안이 아니라 단순한 외교적 관행”이라며 “법적인 근거 없이 중국 자본의 진입을 막을 논리는 없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결국 ING생명 인수를 포기하게 된 과정과 맞물려 “상호주의 원칙이 실종된 것은 물론이고, 금융당국이 거꾸로 국내 보험사들에 역차별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된 논란은 국내 보험사에 대한 투자 한도 규제다. 교보생명은 당초 ING생명 매각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관심을 드러냈으나, 제일 먼저 탈락했다. MBK파트너스는 “교보생명이 납득하기 힘든 가격을 써냈다”고 탈락 사유를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매각가로 최소 3조 원 이상을 원하는 데 반해 교보생명은 2조 원 이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는 교보생명의 자금력보다 규제에 의한 원인이 컸다. 보험업법에서는 국내 보험사가,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과 주식을 매수할 때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 2가지 조건 중 더 작은 금액으로 투자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총자산의 3%인 약 2조5950억 원 가운데 이미 9000억 원가량을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 등에 투자해 현재 남은 여력은 1조6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ING생명 매각 예상가인 3조 원대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인 것이다.

따라서 ING생명 인수를 위해서는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지금의 교보생명 입장에서 이는 선택하기 힘든 일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의 국내 시장 진입은 무방비 상태로 허용하면서 국내 보험사에만 엄격하게 제한하는 모습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일러스트 김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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