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카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구글의 래리 페이지도 1200억원 투자

테라푸기아사의 ‘트랜지션’. 이 비행 자동차는 좌석 2개에 4개의 바퀴를 가졌다. 테라푸기아사 홈페이지.
테라푸기아사의 ‘트랜지션’. 이 비행 자동차는 좌석 2개에 4개의 바퀴를 가졌다. 테라푸기아사 홈페이지.
[유성민 IT 칼럼니스트] 4차 산업혁명에 들어선 지금,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곧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알파벳 최고경영자(CEO)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일명 ‘플라잉카(Flying car)’에 관심을 보이면서 10년 이내에 시장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날개 접고 일반 도로 주행도 가능

오스트리아 빈에서 2014년 10월 29일 열린 기술 콘퍼런스의 ‘파이어니어스 페스티벌’에서 에어로모빌은 자사에서 개발한 플라잉카 ‘에어로모빌 3.0’을 선보였다. 실제 크기가 아닌 그보다 작은 모형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참관객들이 이를 보고 열광했다.

에어로모빌 3.0은 개인 경비행기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매우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지만 가격이 경비행기보다 훨씬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무게는 450kg으로 일반 경차보다 훨씬 가볍다. 자동차에 달린 날개가 경비행기에 비해 매우 작은 것도 특징이다. 날개까지 접을 수 있어 일반 차량이 주차하는 곳에 주차할 수도 있다.

에어로모빌 3.0은 일반 자동차와 차이 없이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하고 공중에서뿐만 아니라 도로에서 주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어로모빌 3.0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일반 비행기처럼 활주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에서는 자동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도로를 활주로로 이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에어로모빌 3.0을 띄우기 위해서는 개인이 활주로를 가지고 있거나 공용 활주로를 이용해야 한다.

먼저 헬리콥터 방식의 플라잉카는 만화 영화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자동차의 모습과 유사하다. 다시 말해 자동차에 로터를 달아 공중에 띄우는 방식이다. 대표 기업으로 테라푸기아(Terrafugia)가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완성을 목표로 플라잉카인 TF-X를 개발 중이다. 테라푸기아는 개발 완료 후 안전 테스트를 거쳐 2024년 상용화할 방침이고 26만1000달러(약 3억2000만원)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TF-X는 최근 미국 위스콘신 주 오시코시에서 열린 시험 비행기 협회 행사에서 소개됐다. 이에 따르면 자율 주행 방식으로 개발될 예정이고 탑승객은 이륙 전 목적지만 시스템에 입력하면 된다. 물론 탑승자가 직접 조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종하기 위해서는 20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어야 하고 자동차 면허증과 조종사 면허증을 소지해야 한다.

▶ 중국 이항, 드론 방식 가능성 보여줘

시속 322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한 번에 최대 805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TF-X는 스스로 악천후 지역, 항공관제 구역, 비행기 활주로 영역을 피해 자동 운항에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위험을 극소화해 준다.

TF-X 디자인을 살펴보면 좌우에 엔진을 가진 2개의 블레이든 팬이 설치돼 있다. 모터는 수직으로 이륙해 수평으로 날수 있게 하고 300마력의 엔진 출력을 가지고 있다. 충전 방식은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이용해 충전한다. 현재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라이트형제 풍동에서 실제의 10분의 1 크기로 테스트 중이다.

둘째로 플라잉카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드론이다. 방식은 단순히 일반 드론을 크게 만들어 그 속에 사람이 탑승하는 방식이다. 일반 드론과의 차이점은 조종석이 있고 사람이 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이러한 드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유사한 기업은 있다. 바로 중국 드론 업체인 ‘이항’이다.
도요타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 날개 특허 이미지.
도요타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 날개 특허 이미지.
201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이항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이항 184를 선보였다. 여기서 ‘184’는 1명의 탑승자, 8개의 로터, 4개의 날개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항 184는 142마력의 엔진으로 시속 100km까지 날 수 있다. 고도는 300~500m에서 운전할 수 있게 설계됐고 최고 3500m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다.

탑승객의 무게는 100kg으로 한정돼 있고 최대 23분간 비행할 수 있다. 자율로 조종되며 탑승객은 시스템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된다. 크기는 개인 주차 공간에 주차할 수 있을 정도이고 어디에서든지 하늘을 날아 비행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이항 184의 상용화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출시되면 판매 가격은 약 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드론이 상용화되면 운송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플라잉카는 ‘수소 엔진 기반’으로 구현할 수 있다. 수소 엔진 방식은 플라잉카를 수소 엔진으로 띄워 날게 하는 방식이다. 제자리에서 이착륙할 수 있기 때문에 활주로는 당연히 필요 없다.

수소 엔진 자체가 신기술이기 때문에 수소 엔진 기반으로 플라잉카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없다. 다만 폭스바겐이 콘셉트카 ‘아쿠아 호버카’를 선보였다. 이 자동차는 2012년 폭스바겐이 주최한 아쿠아 대회에서 중국인 장유한이 디자인한 자동차다.


▶ 조작 간편하고 활주로 불필요

2인승으로 설계된 호버카를 살펴보면 공중 부양을 위해 4개의 팬이 자동차 주변부에 달려 있다. 또한 하단부에는 에어백이 깔려 있다. 이는 호버카가 사막·물·도로 위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100km다.

호버카는 콘셉트카이지만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얼마든지 개발 후 상용화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수소 엔진이 상용화될 수 있는 단계로 개발된다면 수소 엔진 기반의 플라잉카를 볼 수 있다.

자동차와 달리 플라잉카는 구현 방법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성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바로 조작의 간편성이다. 앞서 소개한 플라잉카 조작 방식을 살펴보면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한 자율 주행인 것이 많다.

설사 자율 주행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쉽게 조종하기 위해 조작을 간편하게 한 것이 많다. 이는 비행 전문가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특수 계층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높여 손쉽게 플라잉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판매 전략으로 보인다.

둘째, 에어로모빌 3.0을 제외하고 플라잉카들은 하늘을 날기 위해 활주로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활주로 공간이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고려해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비행기와 달리 주차 공간에 주차할 수 있을 만큼 작게 만드는 것도 플라잉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성이다. 이처럼 플라잉카는 일반인에게 판매할 것을 고려해 개발하고 있다. 그래서 10년 안에 플라잉카가 상용화돼 하늘을 날아다닐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인식한 래리 페이지 CEO가 플라잉카에 큰 관심을 보이며 개인적으로 플라잉카 기업 두 곳을 소유하고 있다. 지에어로(Zee.Aero)는 150명 규모의 중소 회사로 프로토타입 에어크래프트를 테스트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래리 페이지 CEO가 지에어로에 지금까지 투자한 자금만 무려 약 1200억원에 이른다. 또한 스타트업 기업인 키티호크는 플라잉카를 위한 디자인 부문을 맡아 진행 중이다.

구글이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에 발을 들이면서 자율 주행 시대를 이끌었듯이 래리 페이지 CEO가 플라잉카에 적극 투자하는 것은 플라잉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플라잉카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기존 자동차 기업들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데 이어 항공 기업들이 플라잉카로 기존 자동차 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