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다크호스]
{애널리스트 세대교체 본격화}
{30대 초반·경력 5년 미만 두각…‘투자자 눈높이’ 맞춘 참신성 돋보여}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2016년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사에서는 유독 낯선 이름들이 자주 눈에 띈다. 쟁쟁한 베테랑 애널리스트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하게 5위권 내에 진입한 ‘다크호스’들이다.

이들의 업계 경력은 1~7년 차 사이에 고루 분포돼 있다. 특히 애널리스트 경력이 1~2년 정도인 신인들도 여럿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5~7년 차 다크호스들이 대부분이었던 예전에 비해 상당히 일찍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셈이다.

그만큼 다크호스들의 연령대 또한 낮아졌다. 1985년생들이 대세를 이루며 본격적인 ‘애널리스트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다크호스] 바이오·시황 부문 '스타 신인' 탄생
◆제약·바이오, 경력 1~2년차·동갑내기 ‘라이벌전’ 관심

이번 조사에서 신인들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진 부문은 제약·바이오 부문이다. 바이오·헬스는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을 요하는 데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이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변화에 민감하고 빠르게 흡수하는 젊은 애널리스트들의 강점이 크게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제약·바이오 부문 5위에 이름을 올린 이찬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986년생으로, 애널리스트 경력 1년 차다. 2014년 하나금융투자에 입사한 이후 리서치 어시스턴트(RA) 경력을 포함해도 3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이 애널리스트는 약대 출신 애널리스트들이 강세를 띠고 있는 이 부문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나부터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전문 지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해야 했다”며 “나와 투자자의 눈높이가 같기 때문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내가 궁금한 질문들을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보고서는 글이 매우 길고 자세하다. 기초적인 이해 단계부터 꼼꼼하게 단계적으로 설명을 이어 나감으로써 기술의 가치를 가능한 정확하게 투자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 애널리스트는 ‘제2의 한미약품’이 될 만한 유망주로 항체·약물 복합체(ADC)라는 새로운 기술 영역에 도전한 레고캠바이오와 여러 차례의 기술 수출로 검증된 기술력을 지닌 제넥신을 꼽았다.

같은 부문에서 2위를 기록한 구완성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무서운 신예다. 2015년 하반기 4위로 베스트 애널리스트 순위권에 첫 진입한 후 이번 조사에서 두 계단을 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애널리스트 경력 2년 차다.

1986년생으로 서울대 약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동아에스티 제품개발연구소와 동아쏘시오홀딩스 연구기획팀에 몸담았다. 2015년 하이투자증권에 입사하며 애널리스트로 첫발을 디뎠다.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다운 실질적인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기존의 애널리스트들이 쉽게 다루지 않았던 숨겨진 바이오 기업들을 조명하며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구 애널리스트는 “제약 부문은 국내에 얼마 남지 않은 성장 산업”이라며 “신약 개발에 과감히 투자해 온 기업들이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임상시험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미약품과 제넥신을 대표적인 업체로 꼽았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 2인방...단순하고 직관적인 ‘쉬운 리포트’로 눈도장

데일리 시황과 퀀트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경기의 변화를 읽어 내는 분야도 다크호스들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되며 새로운 관점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한 ‘젊은 감각’이 빛을 발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안현국 애널리스트와 최민 애널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순위권에 진입한 안 애널리스트는 단번에 데일리 시황 부문 2위에 오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1985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IBK투자증권에 입사하며 애널리스트를 시작했다. 2014년 신한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겨 데일리 시황을 맡고 있다. 리서치 어시스턴트를 포함해 애널리스트 경력 6년 차다.

계량 분석 부문 5위를 차지한 최 애널리스트는 1991년생으로 카이스트 수학과와 경영과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해 올해로 3년 차다. 리서치 어시스턴트 경력을 제외하면 이제 본격적인 업무 경력 5개월째인 햇병아리 애널리스트인 셈이다.

두 사람 모두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 소속으로 올해 3월부터 ‘시퀀스’라는 보고서 시리즈를 함께 내고 있다. 영화 용어인 ‘시퀀스’를 딴 제목처럼 파격적인 보고서 형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글은 최대한 생략하고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경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그래프를 최대한 활용한다.

안 애널리스트는 “한 페이지에 차트 하나씩 들어 있기 때문에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다”며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경력 7년차 무시못할 내공, 5위권 내 새로 진입

이 밖에 5위권 내에 새롭게 진입한 애널리스트로는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와 김영옥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있다.

김용구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사에서 데일리 시황 4위, 파생 상품 5위로 두 개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1979년생인 김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 경력 7년 차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증권에 입사해 4년간 주식 영업 경력을 쌓은 뒤 애널리스트를 시작했다. 올해 3월 하나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겼다.

‘시황저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실전적 측면에서 답을 줄 수 있는 전략 종목을 제시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년간 박스권 장세를 유지하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야 하나’에 대한 답을 주는 보고서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삼성전자와 풍산 등 구체적인 업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영옥 애널리스트는 생활소비재 부문 5위에 올랐다. 1982년생으로 뉴질랜드 오클랜드대를 졸업한 뒤 2008년 키움증권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리서치 어시스턴트 경력을 포함해 올해로 7년 차다.

김 애널리스트는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성장성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수요를 봤을 때 매우 유망하다”며 “올 하반기까지만 보면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업체인 쎌바이오텍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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