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방 국내 상륙
VR 확산의 기폭제 역할…HMD 등 고가 장비로 창업비는 부담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이후 프로 게이머와 프로 게임팀이 등장하며 게임 자체도 어엿한 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 PC방이라는 새로운 업종이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퍼졌고 이는 국내 정보기술(IT)과 인터넷 산업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다.
◆VR방, 성공 열쇠는 ‘콘텐츠’ 확보
하지만 최근 한 시대를 풍미한 PC방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산업과 게임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1년 2만3548곳이었던 국내 PC방은 2014년 1만3146곳으로 50% 정도 줄었다.
스타크래프트 이후 PC방의 인기를 지탱할 굵직한 게임이 공급되지 못했고 이마저 가정 내 PC를 통해 플레이가 진행되면서 관련 업계는 점차 붕괴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상현실(VR)방’이 중국·대만·호주 등에 등장하면서 ‘제2의 PC방’ 열풍이 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VR방은 이미 중국과 대만에서 PC방을 대체할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HTC는 중국 내 PC방 프랜차이즈와 계약을 마치고 PC방 일부에 VR 체험존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또 HTC는 한국 진출을 위해 일부 유통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진출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VR산업협회와 VR플러스는 7월 22일 강남역 1번 출입구 인근에 ‘VR쇼룸’이라는 국내 최초의 VR방을 열었다. VR쇼룸은 기존 PC방과 카페, VR 체험존을 접목한 VR 기반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이곳에는 게임용 PC 102대, 오큘러스 리프트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4대, HTC 바이브 4대, 어트랙션 2대, 시뮬레이터 1대가 설치됐다.
특히 CPU 스카이레이크 6700, 그래픽카드 GTX 1080, SSD 512G의 최고 사양 PC를 통해 슈팅·액션·시뮬레이션·스포츠·1인칭슈팅게임(FPS)과 롤러코스터나 패러글라이딩 체험 등 다양한 VR 콘텐츠를 무료로 서비스한다.
김재철 VR플러스 이사는 “VR쇼룸을 통해 VR 기기와 콘텐츠 개발 업체들과의 공존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산업과도 공생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예쉬컴퍼니도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형식의 VR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와 건국대 인근에 VR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8월에는 부산과 대구 등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세트당 설치비 5000만원 육박
백성진 예쉬컴퍼니 이사는 “현재 7곳의 매장에서 VR 기기를 운영하고 있고 8월이면 매장이 16개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불과 한 달 사이 2배 이상 점포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5000원을 지불하면 10여 개의 영상물과 게임 콘텐츠 중 하나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VR방이 기존 PC방처럼 빠르게 붐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PC방과 VR방은 시작부터 다르다”며 “PC방은 초기 콘텐츠인 게임이 다양했지만 지금의 VR방은 그렇지 못한데다 창업비용도 비싸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 VR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아직 부족하다. 이 때문에 기존에 나왔던 롤러코스터나 우주여행, 방찾기 게임 등 기초적인 수준의 영상과 게임이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형 VR 콘텐츠의 거의 전부다.
또 기존 PC방은 PC 50대 기준 1억원 정도의 창업비가 들었지만 VR방은 HMD와 진동의자·모니터 등 기기 세트당 설치비가 5000만원에 육박해 PC방처럼 대규모 시설을 갖추기도 사실상 어렵다.
이에 대해 VR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 PC방 수준의 VR방은 아직 국내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VR방은 PC방의 대체 수단이 아닌 보완재로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맞다”고 밝혔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VR 플랫폼과 VR 게임, VR 테마파크 등을 육성하기 위해 3년간 1850억원의 예산을 투자하는 ‘가상현실 신산업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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