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ICT·KT링커스 등 5개 업체 각축…공중전화 부스 활용 등 아이디어 경쟁 KT링커스가 공급하고 있는 공중전화 부스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새롭게만 바라보던 시각이 변해 이제는 전기를 충전해 달리는 전기 자동차가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다.
전기차 개발, 배터리 성능 개선 등이 화두로 등장하던 예전과 달리 전기차 판매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났다. 실질적인 시장 개화가 시작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 충전과 관련된 인프라 산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전기차 활성화의 관건이 충전 인프라에 달렸기 때문이다.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200km 남짓에 불과한 전기차는 충전 시설이 없으면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의 대중화 속도가 더뎠던 것도 결국은 충전 인프라 부족이 원인이었다.
◆ 정부, 급속 충전기 1400대로 늘린다
현재 환경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는 총 687곳이다. 그마저 절반 정도(337곳)는 환경부가 설치했다. 세계에 몇 없는 ‘전기차 제조국’이란 타이틀이 무색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선진국들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2020년까지 10분 충전에 32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인프라를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고 직장 내 충전 시설 설립 지원에는 무려 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제조 및 보급이 높은 일본은 이미 기본적인 전기 충전 인프라가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충전소 구축을 확장하며 인프라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로 올라선 중국의 시도는 더욱 파격적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충전소 1만2000여 곳, 충전기 480만 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이를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고 있다.
한국도 약간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전기차 육성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내 150개 부지에 급속 충전기 300여 대를 구축하고 완속 충전기 3만 대를 4000개 아파트 단지에 깔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특히 서울과 제주 지역에 2km당 1대의 공공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전기차 르네상스’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20년까지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를 20만 대, 공공 급속 충전 시설을 1400곳까지 늘리기로 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시장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해외를 공략했듯이 전기차 역시 국내시장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아야 기술 발전을 꾀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수출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비긴스, 배터리 교환 시스템 개발
이처럼 정부가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전기차 충전 ‘민간 시장’을 사로잡기 위한 관련 업계의 ‘퍼스트 펭귄’ 전략이 분주하다. 현재 전기차 충전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민간 사업자는 5곳(포스코ICT·KT링커스·에스에너지·삼성SDI·비긴스)으로 자신들만의 충전 기술력으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간 사업자로 가장 먼저 기반을 다지고 있는 곳은 포스코ICT다. 포스코ICT는 포스코 내 철강솔루션마케팅실 TF와 협업해 전기차 전용 충전기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연내 고강도 철강재를 활용한 벽걸이 타입과 스탠드 타입을 결합한 복합형 충전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협업해 민간 부지 대상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GM의 AS센터·판매 대리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생활 거점 120여 곳에 설치하는 방안을 GM과 논의 중이고 GM의 전기차 운전자를 위한 가정용 충전기 구축도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ICT는 운영 충전기를 총 300여 대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최대 규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다.
KT의 계열사인 KT링커스는 2015년 2월부터 서울시·한카(카 셰어링 업체)와 공동으로 서울 시내 3개 지역의 공중전화 부스에 전기차 충전소(완속 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KT링커스는 앞으로도 정부 지자체나 자동차 사업자 등과 지속 협력해 전기차 충전소 보급에 힘쓸 계획이다.
KT링커스 관계자는 “도로변에 자리한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해 전기차 이용자의 접근성 및 편의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KT링커스와 환경부는 매년 약 20곳씩 급속 충전소를 확충하기로 했고 국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에스에너지는 최근 관련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등 전기차 충전기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재생 배터리(reuse battery)를 활용한 에너지 저장 장치 시스템 등을 개발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 밖에 삼성SDI는 셀·모듈·팩 등 다양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과충전 방지 장치와 외부와의 전기 접촉을 차단하는 절연 구조, 과열 방지 온도 제어 기술 등 세계 톱 수준의 기술을 적용했다는 게 삼성SDI 측의 설명이다.
2013년 국내 최초의 민간 유료 충전 사업자로 출발한 비긴스는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이 아닌 교환하는 시스템으로 개발, 전기버스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지난 5월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정규 노선에 전기버스를 투입, 운행하고 있다.
cwy@hankyung.com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