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근 의원 ‘리베이트 방지 3법’ 발의
제약업계 “취지는 공감하나 과도한 규제”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국회가 의료·제약업계에 만연한 불법 리베이트 척결에 나섰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하고 나서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술·임상 목적 지원과 불법 리베이트를 보다 분명하게 구분 짓는 한편 적발 시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의료법·의료기기 일부개정법률안, 소위 ‘리베이트 방지 3법’을 8월 18일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의약품 공급자 및 의료기기 제조업자가 매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약사·의사·의료기관 종사자 등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제공에 관한 지출 보고서를 작성, 이를 보건복지부장관(의료기기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출하고 관련 장부와 근거 자료를 비치하도록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이를 검토·조사해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항목도 신설됐다. 현행법은 리베이트 제공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2년에서 3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
인재근 의원실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하고 나서도 리베이트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불법 리베이트를 완전히 근절하기에는 현실적인 벽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안을 발의하기 전) 의료업계 종사자나 제약업계 관계자로부터 민원성 전화가 왔다”며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었고 반발이 있더라도 법안 추진을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인재근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적발 금액은 77억9700만원에 달한다. 이는 71억8300만원을 기록한 지난해 금액을 넘어선 금액이며 이와 같은 추세라면 138억9200만원으로 집계됐던 2014년에 맞먹을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난 금액만큼 리베이트를 불법으로 제공한 제약회사와 의약품 도매상의 수도 증가했다. 지난해 29개 업체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적발됐고 올해 6월까지 적발된 업체는 총 44개다. ◆제약업계 “과도한 규제”라며 불만 표출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제약협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아직 공식 방침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담당 부서에서 법안을 검토하며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견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현재 리베이트 담당 부서에서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며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해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측의 조심스러운 반응과 달리 일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리베이트 방지 3법’은 과도한 규제라며 불만을 성토했다. 이미 현행법으로 리베이트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어 업계의 자정적인 노력으로 근절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은 리베이트가 허용하는 범위와 허용되지 않는 범위를 구분지어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도 처벌 조항이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을 추가적으로 입법하는 것은 업계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우며 과도한 제한”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약업계는 ‘쌍벌제’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투아웃제’라는 제도가 있어 특정 금액을 넘어서는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때 일차적으로 해당 직원의 급여 지급이 정지되고 반복되면 보험 급여 목록에서 아예 삭제되는 식의 강력한 법적 조치가 취해진다”며 “법이 미비해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식의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제약회사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척결하겠다는 취지와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법이 한층 더 강화되면 현장에서 뛰는 영업 사원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면서 “고유의 영업 활동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의사와 영업 사원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시각과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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