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결과]
신한금융지주, 금융사 중 첫 톱10 진입
롯데케미칼·한국항공우주산업·LGD·SKT도 새로 명함 내밀어
네이버·삼성전자·LG화학·카카오·한미약품 등
상위 10개 기업 중 절반이 ‘새 얼굴’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경영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은 그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산업 사이클의 주기가 짧아지고 ‘파괴적 변화’가 일상화된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는 기업들의 미래 대응은 더욱 힘들어졌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사라진 기업집단만 봐도 그렇다. STX·웅진·동양·팬택 등은 한때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 곳으로 평가 받던 곳들이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하게 성장한 기업집단도 있다. 삼성이 대표적이다. 삼성을 이끄는 곳은 삼성전자다. 10년 전인 2006년 삼성전자의 매출은 85조430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5년 매출 200조원을 달성했다. 그 사이 기업의 규모가 2배 넘게 커진 것이다. 결국 미래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 나아가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해 지난 8월 25일 발표한 ‘기업의 중·장기 사업 계획 수립 실태와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기업 80% 이상이 중·장기 사업 계획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은 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 사업 계획은 기업이 연간 사업 계획을 넘어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뜻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장기 계획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84.3%가 ‘중·장기 경영 계획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1년을 넘어서는 중·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절반 정도인 54.7%만이 ‘수립한다’고 답했다.


중·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도 그리 멀리 내다보고 있지는 않았다. 최대 예측 기간이 5년을 넘는 기업은 30.7%에 그쳤다. 또한 중·장기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조직·인력 등에 대한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전체의 21.2% 기업만이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반대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78.8%에 달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지금은 이종산업 간 융·복합, 창조적 파괴가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며 “이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상명하복식 업무 지시, 순혈주의 등 폐쇄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존중하고 오픈 마인드를 갖고 다양한 계층과 교류하는 것이 미래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절반’ 만이 미래를 준비한다

그러면 다가올 10년 후 한국 경제를 이끌 수 있는 기업들은 어디일까. 한경비즈니스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2015년 ‘미래기업지수’를 개발했다. 2016년에도 2015년에 이어 미래기업지수에 따라 한국 경제를 이끌 10곳의 ‘미래 대표 기업’을 선정했다.

그 결과 네이버·롯데케미칼·삼성전자·신한금융지주·SK텔레콤·LG디스플레이·LG화학·카카오·한국항공우주산업·한미약품(이상 가나다 순) 등 10개 기업이 미래 대표 기업으로 선정됐다.

미래기업지수는 최고경영자(CEO)의 역량, 조직 문화, 미래 예측 및 대응, 혁신 역량, 산업 환경, 산업 생태계를 기본으로 이를 다시 21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해 점수화했다.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와 기존 성장 모델의 한계로 위기에 직면한 국내 기업들에는 미래기업지수가 생존의 방향을 제시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이번에 조사·평가한 미래기업지수는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총 6개 부문의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각 지표에 해당하는 세부 평가 항목의 점수를 합산해 점수를 구했다.

지난 조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2회 연속으로 미래 대표 기업으로 선정된 곳은 모두 5개 기업이다. 네이버·삼성전자·LG화학·카카오·한미약품 등이 그곳이다. 삼성전자·LG화학과 같은 기존 한국 산업의 주력 기업은 물론이고 네이버·카카오·한미약품과 같은 신성장 기업이 2회 연속 포함된 것도 의미가 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 인터넷 산업의 리딩 기업들이다. 특히 두 기업 모두 ‘조직 문화’ 부문에서 15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네이버는 지난 7월 자사의 메신저 서비스 기업인 ‘라인’을 일본과 미국에 동시 상장하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네이버는 라인 상장을 통해 무려 1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중 4000억원 정도를 인수·합병(M&A)에 투자해 새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카카오 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등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시장점유율 1위의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예측과 혁신 역량 등 2개 부문에서 15점이 넘는 고득점을 올렸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미래 대응은 국내외 그 어느 기업보다 치밀하고 민첩하다.

가전 산업에서 반도체로, 반도체에서 휴대전화 및 스마트폰으로 ‘주력 사업’을 꾸준히 확장시키며 지속 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 전장 사업에까지 영역을 넓히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한미약품은 최근 한국 기업 중 가장 주목 받는 기업 중 한 곳이다. 한미약품의 2015년 기술수출 규모는 공개된 것만 7조8662억원에 달한다. 무려 4개 부문에서 15점이 넘는 고득점을 올렸다. 특히 산업 환경 부문에서 15점이 넘는 점수를 받은 기업은 한미약품이 유일하다.

그만큼 한미약품이 속한 제약·바이오 부문은 한국의 미래 대표 산업으로 평가 받기 손색이 없다는 의미다.

또 신한금융지주·롯데케미칼·한국항공우주산업·LG디스플레이·SK텔레콤 등 5개 기업은 이번 조사에서 첫 미래 대표 기업에 선정됐다.

이 중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업 중 첫 미래 대표 기업에 선정됐고 금융권에서 ‘유일한 미래 대표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또한 CEO 역량 등 4개 부문에서 15점이 넘는 고득점을 올렸다. 다만 산업 환경 부문은 13.5점에 머물렀다. 그만큼 신한금융지주의 주력인 은행업의 미래가 미궁 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 ‘신한금융지주’·제약 ‘한미약품’ 주목

물론 산업 환경 부문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은 기업도 있었다. LG디스플레이의 산업 환경 점수는 11.4점에 그친다.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에서 천문학적 투자를 하며 ‘한국 기업 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디스플레이는 다른 다섯 개 항목에서 모두 14점을 거뜬히 넘어서며 기업의 ‘미래 경쟁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롯데케미칼도 눈여겨볼 만하다. 롯데는 기존 유통업 중심에서 제조업까지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롯데케미칼이 있다. 롯데케미칼의 작년 매출은 8조4000억원에 달한다. 벌써 그룹 매출 비율의 15%에 달하는 높은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2015년 삼성SDI·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등 삼성의 화학 계열사를 전격 인수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이에 따라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롯데케미칼을 롯데의 미래를 이끌 기업으로 평가한 것이다.

[‘미래기업지수’ 어떻게 평가했나]

한경비즈니스는 2015년에 이어 2회째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미래기업지수를 조사·평가했다. 조사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1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평가 대상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전체 기업이다. 구체적인 설문 평가 부문은 CEO의 역량, 조직 문화, 미래 예측 및 대응, 혁신 역량, 산업 환경, 산업 생태계 등 총 6개로 나눴고 각 부문당 세부 평가 항목을 둬 이를 점수화했다.

설문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는 담당·비담당 업종 구분 없이 ‘10년 후 한국 경제의 대표 기업’을 4개씩 선정해 세부 항목을 평가했다. 평가 점수는 각 항목별로 7점 척도를 적용했다. 7점 척도는 ‘타 기업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1점으로 ‘세계 톱클래스 수준’을 7점으로 평가했다.

조사 대상인 전체 상장사 중 5번 이상 언급된 상위 그룹에 든 기업은 30개였다.

*설문 대상 :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150명
*설문 방법 : e메일 설문 조사
*평가 척도 : 1~7점
*분석 : 글로벌리서치
상위 10개 기업 중 절반이 ‘새 얼굴’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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