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방화 월세 '발산역의 반값'…6000여가구 배후수요 장착
LG 등 대기업 40여 곳 입주 예정…마곡지구 ‘주거+교육’ 상권 주목

판교테크노밸리 업무지구의 5배, 상암DMC의 6배, 여의도의 1.3배에 달하는 규모.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초대형 국제업무단지. 수식어가 화려해질수록 마곡 상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달아오른다. 하지만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투자는 많이 이르다.

설익은 마곡지구 상권 가운데서도 유일한 완성형 상권인 '신방화 상권'이 주목 받고 있다. 마곡지구 내 주거단지의 입주가 마무리되며 다양한 연령대가 이곳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아직 걸음마도 못하는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젊은 신혼부부에서부터 손자들 재롱에 푹 빠진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상권으로 진화를 시작했다.

취재 이정흔 기자ㆍ김태림ㆍ주현주 인턴기자 | 사진 김기남ㆍ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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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지도 26] '마곡 신방화역'…설익은 마곡 상권 중 유일한 완성형 '신방화역'
‘돈이 몰리는 상권’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직주근접이다.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첨단 융·복합 연구·개발’ 거점으로 조성하고 있는 마곡지구가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이유다.

판교테크노밸리 업무지구의 5배, 상암DMC의 6배, 여의도의 1.3배에 달하는 규모.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초대형 국제업무단지. 수식어가 화려해질수록 마곡 상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달아오른다. 하지만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투자는 많이 이르다.

설익은 마곡지구 상권 가운데서도 유일한 완성형 상권인 ‘신방화 상권’이 주목 받고 있다. 마곡지구 내 주거단지의 입주가 마무리되며 다양한 연령대가 이곳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아직 걸음마도 못하는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젊은 신혼부부에서부터 손자들 재롱에 푹 빠진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상권으로 진화를 시작했다.
[상권지도 26] '마곡 신방화역'…설익은 마곡 상권 중 유일한 완성형 '신방화역'
◆“발산역, 투자는 1~2년 뒤”

마곡지구 내에는 5개의 지하철역이 있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발산역,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과 마곡나루역 그리고 인천향교역이다. 향후 마곡지구의 핵심 상권으로 예상되는 곳은 발산역 상권이다.

기존의 발산역 먹자골목과 길 하나를 건너 마주하고 있는 데다 마곡지구 내 5개의 지하철역 중 상업시설의 규모가 가장 크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산역 신축 상가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지금 이 상권은 누가 들어와도 살아남기 힘들다”며 “이곳에 투자하려면 최소 1~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임대 시세 때문이다. 현재 발산역 일대 신축 상가 건물의 임대 시세는 33㎡(10평)를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 정도, 월세는 500만원 안팎이다. 신축 건물인 만큼 권리금은 없지만 향후 ‘부르는 게 값’일 만큼 높은 수준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향교역·마곡나루역·마곡역 역시 임대 시세는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보타닉공원’과 가까이 자리한 마곡나루역과 인천향교역은 외부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며 몸값이 날로 높아지는 중이다.
[상권지도 26] '마곡 신방화역'…설익은 마곡 상권 중 유일한 완성형 '신방화역'
발산역 4번 출입구에 자리한 부동산 관계자는 “신축 건물 상가는 분양가만 33㎡에 10억원을 넘어섰다”며 “그것도 모자라 웃돈까지 붙어 거래됐기 때문에 상가 임대 시세가 낮아지려야 낮아질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현재 이 상권은 높은 임대 시세를 감당할 배후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부분의 산업단지가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전 세대’ 아우르는 주거 상권

발산역 인근 오피스텔 상가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임대 시세는 강남권과 맞먹을 만큼 높은데 매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점주는 처음부터 1~2년 뒤 권리금을 받고 나갈 생각으로 이 상권에 입주했다.

그는 “1~2년 동안은 가게 유지만 하는 게 목표였다”며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유지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33㎡ 규모의 가게를 보증금 8000만원, 월세 500만원에 계약한 그는 올해 9월 가게를 정리하고 발산역 상권을 떠날 계획이다.

마곡지구 상권에 관심을 둔 이들이 최근 신방화역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발산역과 마곡나루역 등의 상권이 대부분 산업단지를 끼고 조성돼 있는 데 비해 신방화역은 주거지역과 인접해 있다. 마곡지구 내 유일한 ‘주거 상권’인 셈이다.
[상권지도 26] '마곡 신방화역'…설익은 마곡 상권 중 유일한 완성형 '신방화역'
그러다 보니 임대 시세 또한 다른 상권들에 비해 저렴하다. 현재 신방화역 상가 건물의 임대 시세는 16.3㎡(11평)를 기준으로 보증금 8000만~1억원, 월세 350만원, 권리금 8000만~1억원 정도다. 인근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26.4㎡(8평)를 기준으로 보증금 3000만~5000만원, 월세 150만~300만원, 권리금은 없거나 3000만원 수준이다.

월세만 보더라도 마곡지구 내 다른 상권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2014년 아파트 완공 이후 2015년부터 올해까지 입주를 거의 완료한 상태라는 점도 창업 투자자들에겐 장점으로 다가온다.

마곡지구 내에서도 신방화역 상권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일이다. 2014년 6월 완공된 엠밸리아파트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대략 7000여 가구의 입주가 완료됐다. 마곡스타부동산의 김연선 부장은 “79㎡(24평)엔 주로 신혼부부, 112㎡(34평)엔 30~40대 4인 가족, 149㎡(45평)엔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주로 거주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신방화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상가 건물들이 준공되며 상권 형성의 분위기를 잡았다. 2015년 2월 에스비타운, 2015년 5월 마곡우성르보아, 2016년 3월 W타워가 오픈하며 상가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현재는 가장 최근에 오픈한 W타워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의 상가가 입점 완료된 상태다.

신방화역 상권은 업종 구성만 봐도 주거 상권의 특징이 뚜렷하다. 1층엔 주로 커피숍·음식점·맥주전문점·반찬가게·화장품가게·약국 등의 업종이 포진해 있다. 2층 이상의 고층엔 태권도·영어·창의력학원 등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과 미용실·병원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업종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상권지도 26] '마곡 신방화역'…설익은 마곡 상권 중 유일한 완성형 '신방화역'
실제로 인근엔 송화초·마곡중·세민정보고·공항초·공항중 등의 학교들이 인접해 있다. 신방화역 상권이 향후 마곡지구의 ‘핵심 교육 상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곳에서 영어학원을 운영 중인 임정민 씨는 “김포공항 주변에 자리하다 보니 승무원이나 항공사에 다니는 가족들이 많은 편”이라며 “굳이 이들만이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학부모들의 해외경험이 늘어나면서 영어 뿐만 아니라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LG사이언스파크, 내년 입주

지난 8월 16일 저녁 8시 30분 무렵.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에서는 쉴 새 없이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을 쏟아낸다. 서울 9호선 운영주식회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신방화역의 평일 승차 인원은 8395명이며 하차 인원은 8089명에 달한다.

대부분은 서울 강남과 여의도 그리고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등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2009년 신방화역 개통 이후 강남 30분대, 여의도는 20분대면 도달할 수 있다.

길거리가 어둑어둑해질수록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피해 가족들과 손잡고 밤마을에 나선 이들이 하나둘 상가 주변으로 모여든다. 어린 꼬마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 주거 상권으로서 신방화역 상권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상권이 가장 붐비는 시간은 저녁 8시 이후부터 밤 10시까지다. 점심시간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그리고 젊은 엄마들이 주요 고객이다. 저녁 시간이 되면 가족 단위 손님들이 늘어난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밤 8시 직장 퇴근 시간이 지나면 상가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고 전했다.

이곳 상인들에 따르면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마곡 메디컬약국 사장은 “지난해보다 매출은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권이 발달할수록 주변에 비슷한 업종의 출점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주거형 상권이라는 특징이 뚜렷한 만큼 입점 가능한 업종의 제한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상권지도 26] '마곡 신방화역'…설익은 마곡 상권 중 유일한 완성형 '신방화역'
이처럼 ‘주거형 상권’이라는 한계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상인들 사이에서는 향후 상권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마곡지구 내에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LG전자·LG이노텍 등 LG그룹의 11개 계열사가 들어올 예정인 LG사이언스파크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2만5000여 명의 근로자가 상주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롯데R&D센터에 600여 명, 이랜드에 1900여 명, 코오롱에 2000여 명이 2017년 입주가 예정돼 있다. 대기업 40여 개를 포함해 중소기업까지 총 70여 개의 기업이 마곡지구 내에 들어서면서 배후 수요만 총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대기업들의 입주가 완성되는 2020년 무렵이면 발산역 상권이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권리금이 개인 창업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을 확률이 높다.

산업단지가 완성되면 신방화역과도 도보로 10분 내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대거 신방화역 중심의 주거단지에 유입될 가능성 또한 높다. 무엇보다 마곡지구 내 산업단지 대부분이 ‘연구단지’로 조성되고 있다는 것 또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만큼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층을 배후 수요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발산역이 대규모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회식 상권으로 발달해 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비해 신방화역 상권은 개인 창업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의 먹거리 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POTLIGHT
■‘부동산 천국’이 된 마곡지구 상권, 왜?


8월 22일 찾아간 발산역 LG사이언스파크 입주 예정지. 이곳엔 공사 현장의 굉음만이 가득했다. 재미있는 것은 신축 상가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꽉 차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발산역에서 인천향교까지 이어진 오피스텔 1층 상가까지 비슷한 모습이었다. 사실 이는 신도시 개발 지역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상권지도 26] '마곡 신방화역'…설익은 마곡 상권 중 유일한 완성형 '신방화역'
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관계자는 “자세히 보면 목이 좋은 자리마다 부동산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양쪽으로 통유리를 사용해 가게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는 모서리는 신축 상가에서는 최고의 입지 조건으로 친다. 하지만 발산역 신축 상가가 건설되자마자 이 모서리 자리를 채운 것 역시 이들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업체가 굳이 새로 개발된 상권에서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상권이 완성되면 그만큼 높은 ‘권리금’을 받고 나가기 위해서다. 아무리 임대 시세가 높아지더라도 ‘꼭 팔릴 수밖에 없는 자리’를 부동산들이 선점해 놓은 것이다.

이 편의점 관계자는 “마곡지구 내 임대 시세가 워낙 높으니 부동산 업주로서는 상가 매매 하나만 성사시켜도 돈을 그러모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높은 임대 시세를 더 높이려고 건물주들을 펌프질하는 곳이 많다”고 조심스럽게 어려움을 전했다.

그러니 이후 이곳에 투자하는 개인 창업자들은 선택권이 두 가지밖에 없다. 부동산을 피해 자리가 좋지 않은 곳에 들어가거나 혹은 높은 임대 시세를 감당할 수 있는 좋은 입지로 입점하기 위해서는 이들 부동산에 거액의 권리금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권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게들이 입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상가 길목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편의점 관계자는 “부동산 업체들은 빠져나가면 그만이지만 남아 있는 상인들은 사정이 다르다”며 “지금도 부동산만 가득한 1층 상가는 그나마 얼마 없는 행인들도 볼거리가 없으니 잘 지나다니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했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김태림 주현주 인턴기자 vivaj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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