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주택 시장 부실의 금융권 전이 예방에 초점…사실상의 집값 떠받치기?
공급 줄인 8·25대책, 집값 끌어올리나
(사진) 정부는 최근 아파트 집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 8월 25일 신규 분양 물량 조절 등을 골자로 한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앞에 내걸린 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정부는 8월 25일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을 다시 한 번 발표했다. 그 요지를 살펴보면 집단 대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가계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 중도금 집단 대출에 있다는 것을 정부에서 인지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6월 말 가계 부채를 포함한 가계 신용은 1257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4조2000억원 증가한 가운데 이 중 주택 담보대출 증가분은 23조6000억원 수준이다.

◆ 원인은 ‘중도금 집단 대출’

문제는 주택 담보대출 증가 추이가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데 반해 집단 대출 증가세는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은행권 주택 담보대출 증가분은 2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증가분 32조7000억원에 비해 9조1000억원 줄었다.

올해 상반기부터 시행된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2016년 상반기의 기존 주택 시장이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집단 대출 증가분은 8조7000억원에서 11조6000억원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

이렇게 중도금 집단 대출이 늘어난 것은 건설사의 무분별한 밀어내기 분양과 분양권 투자를 노린 일부 투자자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건설사는 분양이 잘되니 분양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일부 투자자는 분양권을 사더라도 프리미엄이 붙어 적은 돈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문제는 이들 투자자들이 100% 실수요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분양권 전매 제도가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과연 이들이 분양권을 샀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결국 이번 8·25 조치의 핵심은 분양권 투자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책의 특이점은 공급량 조절을 통한 가계 부채 조절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 공급 물량을 전년 12만9000가구에서 7만5000가구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가계 부채 대책과는 약간 상관없어 보이는 이번 조치로 논란이 많다.

이번 대책을 통해 집값 하락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서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분양권 투자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분양권 시장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부에서는 왜 이런 대책을 만든 것일까.

◆ 분양 물량 축소 통해 부채 감소 노려

앞서 말한 대로 가계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분양권 시장에 있기 때문에 분양 물량을 축소하는 것은 가계 부채 증가세를 누그러뜨리는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부수적인 효과가 더 크다. 시장경제는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른다.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보다 많은 물량이 시장에 공급된다면 미분양 물량도 증가되고 장기적으로 집값도 떨어지게 된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2018년 위기설의 핵심은 바로 공급과잉이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나서 그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공급을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2014년 9월에 있었던 9·1 조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주택 시장이 망가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수요 공급의 원칙은 시장의 고유 권한인데, 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일까. 공급과잉이 되면 미분양 물량이 넘치면서 일부 건설사가 도태되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하지만 그러면 그 파장이 커 잘못되면 금융 시스템 붕괴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권 투자를 하는 사람 중에는 투자에 경험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단순히 분양권만 사 놓으면 가격이 오른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본인이 사 놓은 분양권을 누군가 사 주지 않는다면, 즉 입주 의사 없으면서 마지막 분양권 소유자가 된다면 그 집을 무리해 인수하거나 부도를 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쉽게 생각해 전세를 빼 잔금과 중도금을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청라나 위례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초기 전셋값은 집값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 곳이 많다.

분양권을 하나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찌 해결할 수 있겠지만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부도를 내는 수밖에 없고 이는 직접적으로는 그동안 중도금 대출 보증을 해줬던 주택금융공사의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택지 공급을 제한해 신규 공급을 줄이면 그만큼 분양권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택지 공급 축소가 왜 가계 부채 대책으로 나왔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또한 공급과잉은 기존 집값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대규모 공급 앞에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존 주택에 대한 대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발생 원인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금리가 올라서라기보다 집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면 서로 집을 먼저 팔려고 들면서 집값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번 8·25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과열된 분양권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조치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집값이 하락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선제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은 일부에서 기대하는 대로 집값을 떨어뜨리는 조치가 아니다. 주택 시장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되지 않게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다만 이런 조치들이 집값을 떨어뜨리기보다 올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일부에서 문제를 삼는 것이지 이번 조치는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이 맞다.

집값이 상승할수록 주택 담보대출이 부도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정부의 메시지가 확실한 만큼 그동안 집값 하락을 기대하고 집을 사지 않았던 계층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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