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지도 28 - 하남 미사]
‘먹자 상권’으로 바뀐 라이브 카페…스타필드 이후 매출 하락에도 ‘낙수효과’ 기대감
[상권28] 미사리 카페촌, ‘옛 영광’ 되찾을까?
(사진) 라이브 카페 ‘윤시내의 열애’에서는 여전히 라이브 가수들의 무대가 열린다. /윤시내의 열애 제공

[한경비즈니=이정흔 기자·주현주 인턴기자] 한때 이 거리는 ‘통기타와 낭만’의 상징이었다. 1970~1980년대, 한강변을 낀 미사리 조정경기장 앞 미사대로에는 수십여 개의 라이브 카페가 늘어서 있었다.

노래깨나 한다는 가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나 다름없었고 그 통기타 선율을 따라 수많은 연인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미사리 카페촌은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미사리 카페촌과 이어진 미사대로에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이 들어서며 미사리 카페촌에도 다시금 예전과 같은 활력이 살아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때 50여 개에 달하던 라이브 카페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불륜의 성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때문이다. 2009년 지금은 고인이 된 유명 DJ 이정환 씨가 운영하던 ‘쉘부르’의 폐업은 미사리 카페촌의 몰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라이브 카페 단 두 곳 남아

2010년을 전후해 하남 미사지구 개발 공사가 본격화되며 미사리 카페촌의 절반 이상이 개발 지구에 편입됐다.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라이브 카페는 윤시내의 ‘열애’와 송창식의 ‘쏭아’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이 두 곳에서는 여전히 옛 미사리 카페촌을 빛냈던 가수들이 마이크를 잡고 있다. 쏭아에서는 송창식 씨를 비롯해 양하영·위일청 씨 등의 가수들이 무대에 서고 있고 ‘열애’에서는 윤시내·조광조·채은옥 씨 등이 활동 중이다.

오균아 열애 대표는 “예전엔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라이브 카페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던 시절이 있었다”며 “전성기 때와 비교할 수 없지만 여전히 주말이면 빈자리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0시까지는 대부분이 젊은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는 중년 손님들이고 11시 이후에는 20~30대 젊은 손님들도 종종 찾는다.

오 대표는 “미사리 카페촌은 40~50대들에게 추억의 장소로 의미가 깊은 곳인데 사라져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우리 카페만은 끝까지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40~50대 중년들의 건전한 문화 공간으로 개발한다면 미사리 카페촌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 또한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중음악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온 이곳 라이브 카페들은 국내 최고의 음향과 조명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 대표는 “음악이라는 문화적 요소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상권인 만큼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면 새로운 고객층을 흡수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추억이라는 코드가 남아 있을 때 향후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보다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경기장 내 테마파크 조성 중

사라져간 라이브 카페의 자리를 채운 것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을 중심으로 한 대형 음식점들이다. 초계국수나 한우국밥 등이 중심을 이루며 ‘라이브 카페촌’에서 ‘먹자 상권’으로 성격이 변한 지 오래다.

업종이 달라지면서 그에 따라 고객들의 성격 또한 변했다. 기존의 라이브 카페들은 하남을 비롯한 인근 거주자들보다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오 대표에 따르면 대략 90% 정도의 손님이 외부에서 오는 이들이었다.
[상권28] 미사리 카페촌, ‘옛 영광’ 되찾을까?
(사진)미사리 라이브 카페촌 거리는 삼계탕을 비롯한 대형 음식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김기남 기자

반면 라이브 카페를 대신한 대형 음식점들은 인근 거주자들의 고객 비율이 높다. 인근에 하남 미사지구와 풍산지구 등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 거주자들이 늘어난 효과다. 그 외에 강남·잠실·의정부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손님은 대략 3분의 1 정도다.

미사리 카페촌에 자리한 한우 전문점 ‘한우1번지’ 관계자는 “예전에는 라이브 카페를 찾았다가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지금은 식당이 많이 생기면서 외식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최근 스타필드 하남이 들어선 이후에는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오픈 초기인 만큼 고객들이 스타필드 하남 내부로만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교통체증 또한 매출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상인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식당 매출이 스타필드 하남 오픈 이후 30~40% 하락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런 현상도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체증과 관련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해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6년째 이곳에서 운영 중인 레스토랑&카페 ‘더 리버’ 관계자는 “신세계에서도 스타필드 하남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안다”며 “초반이어서 사람이 몰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외부 상권으로도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대는 한강이 흘러 전망이 좋은데다 자전거도로가 있어 외부 손님들을 유치하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하남 미사지구 개발 계획에 따르면 현재 미사리 카페촌 구역에 대형 상가가 조성된다는 것 또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미사리 카페촌의 매물은 없고 임대 시세는 월세가 1200만~2500만원 수준으로 264㎡(80평) 이상의 규모가 큰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개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데다 기대감까지 곁들여진 때문인지 매물이 없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향후 먹자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가협의회 결성을 계획 중이기도 하다. 한우1번지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한강변으로 먹자 거리가 쭉 이어진 곳이 이곳 미사지구밖에 없다”며 “조정경기장 안에 테마파크도 조성 중이어서 스타필드 하남 외에도 외부에서 즐길 곳이 더 많아진다면 상권이 성장하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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