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내비게이션 전쟁 : T맵 무료화 '쇼크'
내비게이션, O2O·커넥티드 카 '성공 열쇠'로 대변신
단순 길 안내에서 벗어나 모바일 택시 서비스, 실시간 배송 등 위치 기반 서비스(LBS)로 사용처가 확대되면서 단말기 보급형 시장이 줄어든 대신 모바일 내비게이션으로 사용자들이 이동한 것이다.
현재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국내 양대 포털(네이버·카카오)과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T맵의 순이용자 수(UV)는 648만5174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T맵은 지난 7월 경쟁 이동통신사 고객들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전면 무료 개방한 이후 첫 1주일 만에 43만 명의 신규 이용자를 흡수하는 등 인기를 모았다.
2위는 지난 2월 출시된 카카오내비로, 순이용자 수는 229만2263명에 달했다. 카카오내비는 당초 스타트업인 록앤올이 개발했던 인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김기사’를 카카오가 인수한 뒤 새롭게 개편한 것이다.
카카오 역시 해당 내비 앱을 플랫폼으로 삼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사업의 주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3위는 카카오내비와 근소한 격차를 보인 KT의 올레아이나비(순이용자 228만5021명)가 꼽혔다. KT는 최근 내비게이션 전문 업체인 팅크웨어와 손잡고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하는 등 서비스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 내비게이션 통해 ‘빅 데이터’ 확보
이 밖에 네이버의 네이버지도(4위, 193만6419명), LG유플러스의 U네비(5위, 115만5405명)가 100만 명 이상의 순이용자를 확보한 밀리언 셀러로 평가됐다. 그다음은 맵퍼스의 아틀란(47만5793명), 현대엠엔소프트의 맴피(33만7316명)가 뒤따랐다.
국내 포털과 이동통신 기업이 내비게이션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바로 ‘빅 데이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그간 모바일과 PC를 이용한 ‘길 찾기’와 ‘차량용 내비게이션’ 서비스 두 분야로 양분돼 왔다. 하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어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일부에서는 사양산업이라는 싸늘한 시선을 보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내비게이션을 보는 기업의 시각이 달라졌다. 최근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플랫폼 기능과 함께 이용자 정보 축적에 용이한 서비스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각 기업이 관련 벤처를 인수하고 기존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전략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
수천만 명의 이동 경로, 위치 정보 등의 데이터를 축적하면 앞으로 개인 맞춤형 인공지능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부터 살펴보면 ‘운전 습관’ 메뉴다. T맵을 켜고 주행하면 스마트폰에 담긴 가속도 센서 등을 이용해 얼마나 차량을 안전하게 운전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 정보를 고객 동의하에 자동차 보험사에 제공하고 운전자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보험료를 환급받는다. 안전하게 운전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는 얘기다. 보험사는 이 평점 시스템으로 사고율을 낮추고 더 길게 보면 이 서비스 때문에 보험 서비스를 옮기는 그림을 보는 것이다.
실제로 동부화재는 SK텔레콤과 손잡고 T맵을 활용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스마트T-UBI’ 상품을 출시했다. T맵을 켜고 500km 이상 주행하면서 안전 운전 점수가 61점 이상이면 보험료를 5% 할인해 준다. (사진) 분주한 T맵 내비 상황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T맵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해 SK플래닛에 있던 T맵사업부를 이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카카오, 택시에서 주차까지 교통 앱 쏟아내
실제로 해외에서도 지도 기반의 텔레매틱스가 효과적인 마케팅에 쓰일 때가 많다. 차량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가 타이어에 구멍이 났다거나 엔진오일을 바꿔야 하는 등 정비가 필요하면 경고와 함께 이동 경로에 있는 정비센터를 안내해 주는 것이다.
이용자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고 차량은 더 안전해진다. 마케팅은 덤이다. 차량 정보에 위치 정보가 더해졌을 때 가치가 단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이다.
단적으로 SK텔레콤이 T맵을 무료 전환한 이유 역시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을 노리는 것이다. 회사가 확실한 수익 모델을 버리고 서비스 무료화에 나선 것은 이용자 층을 더 넓혀 다양한 위치 정보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을 KT와 LG유플러스 등 타사와 알뜰폰 이용자에게 무료 개방했다. 이에 따라 기존 SK텔레콤의 LTE 요금제 가입자 외에도 월 4000원의 요금을 내며 서비스를 이용한 타사 가입자들이 T맵을 무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무료 개방의 효과는 컸다.
무료 개방 직후인 7월 말 기준으로 T맵의 순 이용자 수는 648만5174명이었지만 지난 8월 870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9월 25일 기준으로 9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연이어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중 단연 1위다.
이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은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실시간 도착 정보를 제공하는 ‘T맵 대중교통’과 모바일 콜택시 앱 ‘T맵 택시’ 등도 서비스하며 계속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카카오는 그간 다양한 교통 관련 모바일 앱 업체를 인수, 사실상 모바일 교통 서비스 분야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자회사 록앤올의 ‘김기사’를 개편해 새롭게 출시한 ‘카카오내비’는 7월 말 기준 월간 이용자 수가 229만 2263명으로 2월 개편 전보다 이용자가 95% 급증했다.
회사는 내비게이션 서비스 외에도 국내 모바일 콜택시 앱 1위 서비스인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대리운전 호출 앱 ‘카카오드라이버’, 대중교통 정보 앱인 ‘카카오버스’와 ‘카카오지하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연내에는 주차장 예약 서비스인 ‘카카오주차’까지 교통 앱 서비스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빅 데이터는 검색 서비스는 물론 카카오헤어샵·홈클린 등 수없이 많이 나올 수 있는 O2O 서비스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발 주자 네이버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네이버는 국내 최고 빅 데이터를 활용해 매월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네이버 지도 앱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하면서 단순히 길만 찾는 기능 외에 맛집·은행, 인기 여행 장소 등 연계 검색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T맵과 카카오에 맞서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연합을 형성했다. 양사는 차량용 내비게이션 1위 사업자인 팅크웨어의 경로 엔진을 함께 쓰고 실시간 교통 정보도 공동 활용하는 등 연합 공세를 펼치고 있다. 각각 ‘올레 아이나비’와 ‘U네비’라는 이름으로 전면 개편했다. 양사 내비 이용자를 합쳐 월간 평균 이용자 수는 340만 명 정도다.
이 밖에 이들 이통사와 포털사들이 내비게이션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커넥티드 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자동차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커넥티드 카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핵심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신산업 분야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가트너가 2020년 전 세계 시장 규모를 1600억 달러(180조원)로 전망할 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다. 국내뿐만 아니라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커넥티드 카에 도전하는 이유다.
커넥티드 카는 항상 움직이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원활한 네트워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IoT 전용망인 LTE-M을 보유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이통사와 포털사들이 사업에 접근하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이다. 애플은 차량용 운영체제(OS) ‘카플레이(CarPlay)’를 개발하고 현대차·기아차·볼보·벤츠 등 자동차 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구글 역시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해 2014년 1월 오픈 오토모비티브 얼라이언스(Open Automotive Alliance)를 결성했다. OAA에는 혼다·아우디·제너럴모터스·현대차·기아차·LG전자 등이 가입해 있다.
현재 국내 포털사와 이통사들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당장 내비게이션 사용자 확보를 통한 시장 접근이다. 가입자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완성차 및 제조사와의 협력이 결정될 수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T맵의 시장점유율 우위를 기반으로 T맵을 기아차의 내장형 내비게이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7월부터 시작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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