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내비게이션 전쟁 : 내비게이션의 역사]
국내선 1997년 현대오토넷이 첫 제품 출시, 2004년 이후 대중화
GPS 개방으로 내비 시장 급성장…초기엔 카세트에 지도정보 저장
[한경비즈니스= 김현기 기자]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돼 버린 내비게이션. 인류는 언제부터 내비게이션을 사용했을까.

내비게이션(navigation)의 어원은 ‘항해하다, 바다로 나가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내비게이어(navigare)’에서 유래됐다. ‘내비스(navis)’는 ‘배’라는 뜻이며 ‘아기어(agere)’는 ‘움직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기발한 발명품’ 루트 파인더
GPS 개방으로 내비 시장 급성장…초기엔 카세트에 지도정보 저장
(사진) 세계 최초의 내비게이션인 영국의 '루트 파인더. /historydaily.org

오늘날과 같은 현대적 내비게이션의 탄생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 개발된 ‘루트 파인더(Route finder)’가 그 시초다. 루트 파인더는 여러 개의 지도 다발을 손목에 묶은 형태로 일종의 초창기 웨어러블형 기기였다.

사용자들은 이동할 때마다 지도를 직접 돌려봐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더욱이 1920년대에는 차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에 루트 파인더를 사용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루트 파인더는 현재 런던 대영도서관의 ‘기발한 발명품 컬렉션’에 전시돼 있다.

내비게이션의 진화가 더디게 이뤄지는 가운데 60여 년의 세월이 흘러 1981년 일본에서 최초로 아날로그 방식의 내비게이션을 선보였다. 자동차 업체 혼다가 ‘일렉트로 자이로게이터(Electro Gyrogator)’를 발표한 것이다.

이 내비게이션은 회전체가 방향을 가리켜 주는 자기 방식의 장치와 필름 지도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지도와 오차가 커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이후 1985년 미국 자동차 용품 회사인 이택(Etak)이 전자 지도를 활용한 전자식 내비게이션 ‘이택 내비게이터(Etak Navigator)’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 제품은 전자 나침반과 자동차 바퀴에 달린 센서로 작동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진보한 기술을 자랑했지만 저장 용량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카세트테이프에다 지도 정보를 저장했는데 미 로스앤젤레스 지역 한 곳의 정보를 담으려면 3~4개 정도의 카세트테이프가 필요했다. 따라서 미국 전 지역의 지도 정보를 모두 담으려고 한다면 자동차 트렁크에 200개가 넘는 카세트테이프를 지니고 다녀야 했을 것이다.
GPS 개방으로 내비 시장 급성장…초기엔 카세트에 지도정보 저장
(사진) 일본 혼다의 '일렉트로 자이로게이터(위)'와 미국 이택의 '이택 내비게이터(아래)'. /world.honda.com 및 navigadget.com

내비게이션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2000년부터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984년 미국이 GPS를 민간에 조건부로 일부 개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비게이션은 빠른 속도로 진화할 수 있었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GPS는 애당초 군사용 목적으로 개발됐다. 미소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73년 미 국방부에서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위성 발사를 논의했고 1978년에 첫 항법 위성을 발사했다.

◆TPEG,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국내에선 1997년 현대오토넷이 첫 차량용 매립형 내비게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구형 2D 지도가 사용된 이 제품은 국내 최초 내비게이션인 만큼 획기적이었지만 정확성과 품질이 떨어져 시장으로부터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2D 제품은 점·선·면으로 만든 지도에 기호나 상징 등을 사용해 공간을 압축하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GPS 개방으로 내비 시장 급성장…초기엔 카세트에 지도정보 저장
(사진) 초창기 맵피의 내비게이션 화면. /현대엠엔소프트 공식 블로그(blog.hyundai-mnsoft.com)

이후 수많은 내비게이션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내비게이션 전용 단말기가 2004년에 출시되면서부터 국내도 바야흐로 ‘내비게이션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팅크웨어에서 제작한 아이나비와 맵피유나이티드가 국내 초창기 내비게이션의 양대 산맥을 이뤘다. 이어 만도맵앤소프트(현 현대엠엔소프트)에서 ‘맵피’와 ‘지니’ 두 개의 회사를 만들었는데 초창기 맵피는 PDA용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했고 지니는 저가형 내비게이션 전용기에 쓰였다.

이 밖에 파인디지털의 ‘파인드라이브’, 현대오토넷의 ‘폰터스’, 지오텔의 ‘엑스로드’, 아이스테이션의 ‘아이스테이션’ 등이 속속 등장했다. 티펙(TPEG)이라는 신기술도 생겼다. 티펙은 라디오 회사 등과 같은 교통 정보 제공 사업자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교통 정보를 경로 탐색에 반영한 기술이다.

현재 차량용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기존의 경쟁 업체는 물론 T맵이나 카카오 내비, 올레 내비 등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일부 업체는 주력 맵을 스마트폰 제품에 기본으로 탑재하거나 단말기의 기능을 다양화해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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