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가을 이사철 맞물리고 가족 모임서 투자 심리 증폭 효과…올해는 상승세 확산
추석이 끝나면 집값이 오르는 이유
(사진) 서울시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추석과 같은 명절 이후에는 부동산 시장이 상승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가을 이사철이 추석 이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사철이 시작되면 전세 수요든 매매 수요든 집을 구하러 나서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1986년부터 30년간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 월평균 상승률은 0.50%에 그쳤지만 9월에는 0.67%로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세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1986년부터 30년간 8월 전국 아파트 전셋값 월평균 상승률은 0.69%에 그쳤지만 9월에는 1.41%로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추석 이후 집값이 오르는 것은 추석 효과라기보다 가을 이사철이 추석 이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이라는 명절이 주택 시장에 주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

둘째 이유인 확산 효과 때문이다. 추석 때는 가족들이 마주하면 자녀 교육 문제나 부동산 문제가 자연스럽게 화제로 떠오른다. 이때 어떤 사람이 사 놓은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된다.

본인과 관련 없는 사람이 집을 사 이익을 본 것과 주변 사람이 그 주인공인 경우는 전혀 다르다. 이런 심리가 집에 대한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 차별화 극심…상승률 10배 차이도

결국 추석을 계기로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장 분위기를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상승기에는 상승 분위기를, 하락기에는 하락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이다. 그러면 올해 추석은 어떤 쪽일까.

전국 기준으로 볼 때 추석 전보다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주간 상승률이 추석 전주에는 0.05% 상승에 그친 반면 추석 직후에는 0.06%로 오름 폭을 키우고 있다. 시장 전체로 보면 악재와 호재가 상쇄되면서 약간의 상승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별로 살펴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다른 해에 비해 올해는 지역별로 편차가 상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첫째 차별화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즉 지방과의 차별화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추석 이후 수도권 아파트의 월평균 상승률은 0.38%로, 지방 소재 5개 광역시의 0.05%보다 7~8배 정도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둘째 차별화는 지방 내에서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같은 지방 소재 광역시라도 부산은 월평균 0.35%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대구나 광주광역시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충북·충남·경북·경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셋째 차별화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같은 서울이라도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 지역은 강남 3구와 양천구·영등포구·용산구와 같은 집값이 비싼 지역이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고 있는 지역은 금천구·도봉구·종로구와 같은 저가 지역이다. 두 그룹 간의 상승률 차이는 3~4배에 달한다.

이런 현상은 부산에서도 나타난다. 해운대구와 같이 집값이 비싼 지역은 상승률이 높은데, 중구나 사하구와 같은 곳은 해운대구 상승률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 공급과잉·저금리 유동성이 원인

이렇게 지역별로 극심한 차별화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의 특징은 전셋값 상승률도 높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매매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서울이나 부산의 전셋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의 두 배 정도다.

어떤 지역에 주택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집값만 오른다면 투기적인 수요를 의심할 수 있지만 어떤 지역의 전셋값이 꾸준히 오른다는 것은 그 지역에 실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집값이 많이 오르는 지역의 또 하나의 특징은 미분양 물량이 적다는 것이다. 2016년 8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총 6만2562채다. 그런데 서울은 372채에 불과하다. 전체 미분양의 0.6%만이 서울에 있는 것이다. 인구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량이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1364채가 미분양인데, 이는 전국의 2%에 불과하다. 서울과 부산의 인구가 전국 대비 각각 20%와 7%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은 수량이다.

어느 지역이 미분양이 없다는 의미는 그 지역에 공급이 아예 없거나 수요에 비해 적게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미분양이 많은 지역은 집값뿐만 아니라 전셋값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수요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벌어지고 있는 차별화 장세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잉과 그 가능성에 기인한다. 공급이 상당히 늘고 있는 지역은 물론 아직은 본격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있는 지역도 그 가능성만으로 집값을 약세로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의 힘이다. 금리가 높았던 시절에는 실투자금이 몇 천만원만 차이가 나도 금융비용 차이가 크기 때문에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주택은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저금리 상황에서는 금융비용의 차이가 작기 때문에 집값 상승 가능성만 있다면 투자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역사상 최저금리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고가의 주택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면 이런 차별화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까.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별화의 원인이 단순히 투기 심리에 의한 것이라면 정부의 규제 등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런 차별화는 상당히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차별화는 수급의 균형 문제로 발생된 것이기 때문에 그 지역의 수급이 균형을 이루기 전에까지는 심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 다시 말해 현재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 공급이 많아지거나 약세를 보이는 지역에 수요가 많이 늘어나야 현재의 차별화 장세가 완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계속 뛴다면 정부에서 규제의 칼을 빼어들 것인데, 올해 집값 상승률은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에서 규제할 명분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 잘나가는 지역의 시장 분위기를 잡기 위해 시장 전체에 규제책을 내놓는다면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지역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보일 것이다.

이에 따라 올가을 이사철에는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역별 차별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a-cute-bear@hanmail.net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