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美 엘리엇, 삼성전자 인적 분할 요구…해당 법안 통과 시 걸림돌로 작용
다시 불거진 삼성 관련 경제 법안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미국 월가의 대표적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전자에 인적 분할을 전격 요구하고 나서자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와 관련된 법안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어떠한 형태로 지배 구조를 개편하든 간에 삼성으로선 해당 법안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삼성 관련 법안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다. 박용진·박영선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과 이종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인 삼성 관련 법안으로 꼽힌다.

먼저 지난 7월 12일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회사가 분할 또는 분할 합병할 때 단순 분할 신설 회사, 분할 합병 신설 회사는 분할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에 대해 신주의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분할 승계 회사의 신주 발행뿐만 아니라 자기주식 교부 행위도 금하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을 하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기주식에 대해 신주 배정 금지

박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2011년 자기주식 취득 한도 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활용해 재벌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적인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주주 가치 제고라는 자기주식 본래 목적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회사의 자본을 통한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 구조 체제를 육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이 지난 6월 7일 19대 국회에 이어 재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삼성전자의 향후 지배 구조 개편 작업에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법사위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개정안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 각 주주가 가진 주식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해야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은 더 이상 우호 세력인 ‘백기사’를 동원할 수 없게 된다. 백기사와 같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주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현행법은 회사의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 이를 처분할 상대방과 처분 방법을 회사의 정관 내지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자기주식을 처분할 상대방 선택이 불공정하다면 그 회사의 지배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 상대방의 결정과 방법에 대해 주주 평등의 원칙 및 신주 발행 절차에 따라 상대방의 공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불거진 삼성 관련 경제 법안
◆개정안 통과 시 지배력 약화 불가피

이종걸 의원 역시 19대 국회 때 대표 발의했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22일 재발의했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한도를 종전의 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재산정해 총자산의 3%까지 제한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해당 개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개정안의 변경된 기준이 적용되는 전체 보험사들 가운데 삼성생명이 가장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라 취득가액 대신 시가로 바뀌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7.55% 중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그러면 삼성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박찬대 의원이 지난 9월 2일 대표 발의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주회사 및 자회사의 소유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의 주식 보유 기준을 상장 법인의 경우 현행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할 것을 명시했다.

박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소수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이 20대 국회 문턱을 넘어선다면 삼성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해야만 한다.

앞서 말한 4개의 삼성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달리 여소야대를 형성하고 있어 해당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삼성 스스로 꺼내기 힘들었던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과 지배 구조 변환에 대한 명분을 살려준 엘리엇의 최근 제안에 삼성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