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콘텐츠 비즈니스 이야기①]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 개척자들…인기 높지만 수익까지는 먼 길
[새 연재] ‘모모 세대’가 만든 동영상…유튜브에 올려 광고 수익
[한경비즈니스=길덕 이노션 미디어컨텐츠팀장 I 사진 각 사 제공]“매 순간순간, 심장이 쫄깃쫄깃해요.”

지난 8월 지독히 더웠던 어느 날,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를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지난해 3월, 대한민국 대표 포털 기업을 나와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했다. 사회생활을 유력 종합 일간지 기자로 시작한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뉴미디어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국내 포털 업체 두 곳에서 일했다. 지난해 3월 그는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50세가 된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동영상을 보잖아요. 이 말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가 바뀌고 이에 따라 콘텐츠의 형식과 문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죠. 여기에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는 최근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사업자가 각광받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지상파TV나 케이블TV 등 전통적인 동영상 매체를 위해 제작된 콘텐츠가 아니라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포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서 우선 소비되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동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최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이 좋아지자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소비가 급증하며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는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라고도 불린다. 단,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라고 부를 때는 세로가 긴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콘텐츠를 뜻할 때도 있다.
[새 연재] ‘모모 세대’가 만든 동영상…유튜브에 올려 광고 수익
(사진)캐리소프트의 권원숙(왼쪽) 대표와 박창신 대표

◆전통 미디어 기업 박차고 나와 창업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사업자들은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다. 유튜브상의 1인 창작자들이 유튜브 광고료 배분을 통해 수익을 얻자 이들과 제휴해 제작 인프라와 사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MCN 사업자들이 그 첫째 유형의 사업자다.

다른 하나는 저작권 확보가 가능한 오리지널 동영상 콘텐츠를 생산해 인터넷·모바일상의 다양한 채널에 공급하는 사업자들이 있다. 이 사업자들을 ‘디지털(동영상) 스튜디오’ 또는 ‘디지털 오리지널 프로덕션’이라고도 부른다.

최근 MCN 사업자들도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두 사업자 간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는 양상이다. 이 때문인지 MCN이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대변하는 용어로도 자주 사용된다.

이런 용어들에 대한 명확한 구분은 어렵겠지만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사업자를 MCN 사업자와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로 구분해 살펴본다.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 창업자들은 콘텐츠의 저작권을 확보하는 일을 중요시하며 일정한 포맷이나 주제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려고 한다. 저작권에 비중을 덜 두는 인터넷 사업자들에 비해 전통적인 콘텐츠 사업자들에 가깝다.

실제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 사업자들 중에는 다양한 미디어 산업 출신들이 많다. 기존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면서 변화의 방향을 목도하며 전통 산업의 강점을 살리며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식을 나름대로 깨달은 사람들일 것이다.

포털에서 뉴미디어·동영상과 관련된 일을 기획했던 김경달 대표의 네오터치포인트는 온라인상의 콘텐츠 유통 및 마케팅에 대한 사업을 실시하며 인하우스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 ‘뭐랩’을 운영한다.

문화·예술계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김욱현 더아이콘TV 대표도 광고계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어린이용 콘텐츠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캐리소프트에 지난 여름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공동대표이사로 참여한 박창신 대표는 정보기술(IT) 및 미디어 담당 유명 기자였고 종합 일간지에서 콘텐츠 관련 비즈니스를 꾸준히 추진해 왔던 인물이다.

가장 유명한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는 칠십이초티브이의 성지환 대표 역시 과거 공연 기획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공동대표는 “전통적인 미디어의 기득권 관점에서는 오늘날 뉴미디어의 변화무쌍한 환경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자신의 부인 권원숙 대표가 창업한 캐리소프트에 동참한 이유를 설명했다.

◆PPL·브랜드 연계·커머스 등 수익원 개발
[새 연재] ‘모모 세대’가 만든 동영상…유튜브에 올려 광고 수익
(사진)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

김욱현 더아이콘TV 대표는 덴츠코리아·맥캔월드와이드·제일기획·TBWA 등 세계적인 광고 대행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에스아포스트로피라는 광고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콘텐츠 제작 조직을 지난해 분사해 더아이콘TV를 차렸다.

그는 “디지털 마케팅 대행 사업을 하다 보니 광고주에게 제대로 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잘 배포하는 것이 중요해져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고 이런 과정에서 우리 회사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하게 활용한다면 의미 있는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최근의 커다란 변화에서 작고 빠른 기업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거인이 된 기존 인터넷 기업들도 이런 변화를 해쳐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직접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PD 1명이 편집·기획·촬영까지

하지만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 사업자들이 추구하는 사업 모델은 아직 큰돈이 되지 않는다. 우선 유튜브를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리거나 자신들의 콘텐츠를 지상파TV나 케이블TV에 판매하는 전형적인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수익 모델을 적용 중이다.

또 자신들의 콘텐츠 속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PPL(Product Placement)을 하거나 기업용 콘텐츠, 즉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를 제작해 주는 마케팅 관련 수익원이 있다.

또한 커머스(commerce)와 연계하는 방식이 있는데,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상품을 전자 상거래 업체와 연계해 팔거나 상품 판매를 위한 동영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중 어떤 모델도 아직까지는 수익성이 높지 않다.

권원숙 캐리소프트 공동대표는 “동영상 콘텐츠는 쉽게 돈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모바일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어 수익을 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다. 어지간해서는 이 기간을 버티기 쉽지 않다”며 “캐리소프트는 창업 후 수개월 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다. 창업 초기 상당한 적자를 감수하고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장난감이나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풀HD로 제작하는 이 회사는 이런 콘텐츠들을 유튜브에 방영할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SK브로드밴드 BTV를 시작으로 KT 올레TV·LG유플러스·전국케이블TV에 주문형 비디오(VOD) 콘텐츠로 공급하고 있다.

이어 중국어 채널을 오픈하고 지난 4월에는 뮤지컬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선보였다. 또한 주요 진행자 ‘캐리’는 KBS의 어린이 프로그램인 ‘TV유치원’에 출연함으로써 지상파에 진출했다.

그간 NHN엔터테인먼트·DSC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총 5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 회사는 특히 영상 분야의 특성화고를 졸업한 PD를 채용한다. 현재 특성화 고교 출신 PD 5명이 정규직으로 활약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의 관점을 반영하고 동시에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권원숙 대표는 “누적 조회수 10억 회, 구독자 100만 채널의 메인 PD는 열아홉 살의 여성 PD”라며 “TV를 모르면서 모바일에 익숙한 이른바 ‘모모 세대(More Mobile 세대를 줄여 표현한 단어)’가 캐리소프트 콘텐츠 제작의 주력”이라고 설명했다.

‘내 손안의 남자친구’, ‘내 손안의 여자친구’ 등과 같은 콘텐츠를 만들었던 네오터치포인트는 자체 스튜디오인 뭐랩을 통해 웹 예능 프로그램 ‘서울여자’를 제작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자들이 한국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고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에 서울 여자들의 트렌디한 삶을 예능 형식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이다.

서울의 핫 아이템과 핫 플레이스 및 문화를 소개하다 보니 브랜드와 제품이 정보이자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란 가정하에 커머스를 연동하는 ‘비디오 커머스’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있다.

이 밖에 이 회사는 기본적인 PPL 외에 콘텐츠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케아의 발주를 받아 스웨덴의 본사를 찾아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국내 대기업의 주문으로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 중이기도 하다.
[새 연재] ‘모모 세대’가 만든 동영상…유튜브에 올려 광고 수익
(사진)김욱현 더아이콘TV 대표

◆전통 미디어보다 해외 진출에 유리

김경달 대표는 “일정한 포맷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이용자들과 친근해진다면 그 콘텐츠를 마케팅용으로 제작해 내보내더라도 이용자의 부정적인 인식이 덜할 것”이라며 “콘텐츠 기반의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이용자를 잘 알고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아이콘TV는 유명 인물·장소·브랜드 등을 주제로 동영상 콘텐츠를 만든다. 주로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이용자들이 마치 대화하는 느낌이 들도록 촬영하는 콘텐츠가 메인이다. 이들은 광고주와 협업하여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에 진출한 더아이콘TV는 중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특히 이들은 PD 한 명이 편집·기획·촬영하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콘텐츠 생산 단가를 낮추고 있다. 현재 9명의 PD가 일하고 있다.

김욱현 대표는 “아직 연예인만큼 유명인은 아니지만 문화 전반에 걸쳐 반짝거리는 친구들을 찾아 이들의 개인 방송을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 기존 팬뿐만 아니라 새로운 팬들이 더 생기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렇게 저변을 넓혀 가며 하나의 매체로 성장해 가고 있다”며 자신들의 성장 방식을 설명했다.

이어 “수익은 기본적인 광고 수익뿐만 아니라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등으로 발생하고 있고 더 많은 유저들이 생기면 다양한 수익원이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유명인과 촬영 전에 저작권들이 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콘텐츠를 만든다고 한다. 더아이콘TV는 현재 600여 명의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의 콘텐츠를 만들어 왔고 이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은 50만 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 사업자들은 텔레비전으로 대변되는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사업적인 성공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그 시기가 언제 오느냐가 중요하다.

김경달 대표에게 언제쯤 그런 지각변동이 본격화되고 새로운 콘텐츠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을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그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좀 더 빨리 올 수 있게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의 새로운 시도들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을 보면 힘이 나다가도 돈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불안하다. 요즘은 그렇게 재미와 위기감이 수시로 교차하다 보니 매 순간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욱현 대표는 “콘텐츠 분야의 스타트업은 기존 거대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쉬운 게임은 아니지만 새로운 세대에 어울리는 콘텐츠는 우리 같은 스타트업들이 더 잘 만들 수 있다. 이는 우리 콘텐츠 이용자뿐만 아니라 젊은 인플루언서들이 우리와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점을 보면서 더 확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경달 대표의 네오터치포인트와 김욱현 대표의 더아이콘TV는 조만간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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