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빚 ‘1억 이상’ 16.9% 달해, 22.1%는 재테크 꿈도 못 꾼다 (사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지난 7월 열린 부동산박람회에서 시민들이 동부산관광단지에 들어서는 해양리조트 개발사업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흔히 50대는 직장 생활과 자녀 교육에서 한 발짝 떨어져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시기로 본다. 최근 들어 50대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불리며 문화 콘텐츠 시장의 소비 주역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문화 활동에 시간과 돈·열정을 쏟는 50~60대 층을 통칭하는 액티브 시니어는 70~90대 실버 세대와 달리 문화생활을 즐기고 자신을 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향을 보여준다.
2016년 현재 대한민국 50대의 경제생활은 어떨까. 한국의 50대들은 그동안 얼마의 자산을 모았고 얼마의 소득을 벌며 이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이번 설문에서 50대의 현재 보유 자산 규모를 살펴본 결과 1억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이가 27.7%로 가장 많았고 1억원 이상 3억원 미만이 27.5%로 뒤를 이었다. 3억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이의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55.2%에 달해 절반을 넘었다.
◆월평균 소득 200만~400만원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도 21%에 달해 전체의 3분의 2가 5억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5억원 이상 7억원 미만은 10.6%, 7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은 4.6%, 9억원 이상은 8.6%로 집계됐다.
보유 자산 규모의 격차는 지역별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가령 보유 자산이 1억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서울과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각각 22.7%, 29.9%로 나타났다.
반면 대구·경북 지역은 31.1% 광주·전북·전남 지역은 40.7%, 강원·제주 지역은 62.5%로 집계돼 수도권 지역과 비수도권 지역 거주자 간 보유 자산 규모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0대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이 29.7%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0만원 이상 600만원 미만(29.5%), 200만원 미만(26.3%), 600만원 이상 800만원 미만(8.8%), 8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3.7%), 1000만원 이상(2%) 순으로 집계됐다.
50대의 월평균 소득이 400만원 이상 600만원 미만의 소득 구간과 200만원 미만의 소득 구간에 두루 분포해 있는 주된 이유는 남녀 소득의 격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남성 응답자는 월평균 소득을 400만원 이상 600만원 미만으로 지목한 이의 비율이 3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32%), 200만원 미만(16%), 600만원 이상 800만원 미만(8.6%), 8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4.6%). 1000만원 이상(3%) 순이었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36.6%가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집계돼 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2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27.4%), 400만원 이상 600만원 미만(23.2%), 600만원 이상 800만원 미만(9%), 8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2.8%), 1000만원 이상(1%) 순으로 집계됐다.
◆지출 비중, 생활비·자녀 교육비 순 50대는 이렇게 번 돈을 어디에 쓰고 있을까.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며 대한민국의 ‘신(新)소비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근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20~30대 층이 늘면서 이들을 돌봐야 하는 50대 이상 부모 세대의 주머니 사정도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50대의 월 지출 항목 조사 결과를 보면 생활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월 지출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항목’을 조사한 결과 생활비를 지목한 이가 54.5%나 됐다. 이어 자녀 교육비가 26.6%, 대출 상환 14.5%, 자기 계발비 1.8%, 의료비 1.2%, 보험료 0.8%, 주택 임차비 0.4%, 공과금 0.1%, 경조사비 0.1% 순이었다.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못지않게 50대의 짐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대출 상환금이다. 자녀들의 구직 시기가 점점 늦춰지면서 고정 지출이 줄지 않다 보니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상환금이 점점 갑갑한 족쇄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50대가 앞으로 더 갚아야 하는 대출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앞으로 상환해야 하는 대출 규모’를 조사한 결과 ‘대출금이 없다’는 응답이 43.7%로 가장 높았고 5000만원 미만(24.8%)이 뒤를 이었다. 이어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14.6%),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10.7%), 2억원 이상 3억원 미만(3.6%), 3억원 이상(2.6%) 순이었다.
50대가 돼도 1억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이들이 16.9%에 달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50대는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고정적 수익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억대에 달하는 빚은 앞으로의 경제생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50대가 빚을 지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집 때문이다. 대출 이유를 묻는 물음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2.6%가 ‘주택 마련’을 답변으로 꼽았다. 이어 생활 자금(21.3%)과 사업 자금(13.9%), 자녀 교육(8%), 자녀 결혼(2.3%), 의료비(1.6%), 자동차 구입(0.4%) 순이었다.
비록 대출금에 기대고 있다고 하더라도 50대 상당수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50대의 ‘현재 주거 형태’를 살펴본 결과 ‘자가’라고 응답한 이가 70%나 됐다. 전세는 21.4%, 월세는 8.6%로 집계됐다.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 부담은 줄지 않고 자녀 뒷바라지와 빚을 갚는 데 많은 돈을 쓰다 보니 ‘재테크’는 여전히 밀린 과제로 남아 있다.
50대의 재테크 실행 형태를 조사한 결과 22.1%는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재테크를 실행하는 이들이 꼽은 주요 재테크 유형은 저축(29.7%)·부동산(19.7%)·주식(15.1%)·보험(8.4%)·펀드(5%) 순으로 나타났다.
◆‘노후’·’자녀’ 사이에서 갈팡질팡 또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221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86%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이 밖에 경기 불확실성(5.4%)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경우(4.5),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경우(4.1%) 등의 순이었다.
50대가 재테크에 투자하는 월평균 비용도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7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만원 미만(50.4%)을 꼽은 이가 가장 많았다.
이어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30.8%),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8.7%), 3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4.4%), 500만원 이상(3.6%), 4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2.1%)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큰아들이 결혼한 뒤 경제적 타격이 상당했는데 내년이면 둘째 결혼 계획이 잡혀 있다. 요즘 가계부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방법이 뭐 있겠나. 당분간은 허리띠를 더 바짝 조이고 사는 수밖에.”
서울에서 수년째 커피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9) 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한 집 건너 커피집’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월수입은 눈에 띄게 줄고 있는데 돈 쓸 일은 자꾸만 늘고 있다”며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박 씨와 같이 50대에는 장성한 자녀의 결혼 문제가 큰 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허리띠를 졸라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마저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자녀 세대의 취업 시기가 점점 늦춰지면서 자녀 뒷바라지에 드는 ‘푼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향후 소비 지출액 증감 계획’을 묻는 문항에 대해 50대 전체 응답자의 51.3%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한 것이 이를 대변해 준다. 다소 줄이겠다는 응답도 38%에 달했다. 이 밖에 크게 줄일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5%, 다소 늘릴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1%, 크게 늘릴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0.1%로 나타났다.
목돈이 새어 나갈 일은 쌓여 있고 당장 소비를 줄일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50대가 겪고 있는 경제적 고민의 중심에 ‘불안한 노후 문제’가 있다. 실제 ‘현재 재정적으로 가장 큰 불안 요인’을 묻는 물음에 대한 50대의 답변은 ‘노후 준비(62.5%)’였다. 이어 자녀 교육(15.4%)과 자녀 결혼(13.3%) 또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16년 대한민국의 50대에게 ‘노후와 자녀 문제’가 가장 큰 경제적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취업을 못해서 혹은 취업을 하더라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20~30대 ‘캥거루족’이 늘면서 나이 든 자녀를 돌보는 나이 든 부모의 시름도 늘고 있다. 자녀 뒷바라지가 먼저인지 노후 준비가 먼저인지는 50대에게 여전히 풀기 힘든 과제인 듯하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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