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인사이드]
최근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 불참…종합 금융그룹 도약 위한 10년 숙원 사업
끝나지 않은 ‘교보은행의 꿈’
(사진)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한국경제신문

‘어슈어뱅크’는 보험사가 은행 상품 및 업무를 취급하거나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방카슈랑스의 반대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2001년 설립된 미국 메트라이프뱅크와 1998년 영국 푸르덴셜(PCA생명)이 설립한 온라인은행 에그뱅크가 대표적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역시 ‘교보은행’의 꿈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은행업 진출 기회 무산, 다음번에는?

“은행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10년 전부터 같은 고민을 했다.”

신창재 회장이 2014년 범금융회사 신년 인사회에서 했던 말이다. 보험업을 중심으로 한 교보생명그룹에 ‘은행’은 숙원 사업이다. 은행을 발판 삼아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우선적인 이유다. 저금리·저성장·고령화로 보험업의 환경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신 회장의 의지와 결단이다. 그동안 교보생명은 은행업에 진출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교보생명은 2014년 우리은행 인수에 꽤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신 회장의 장고 끝에 결국 입찰을 포기했다.

2015년에는 인터넷 전문 은행 진출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KT·우리은행과 함께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했지만 이마저도 오랜 검토 끝에 무산됐다.

최근에도 지난 9월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교보생명은 정기 이사회를 통해 불참을 선언했다.

그때마다 신 회장은 여러 차례 출장을 통해 해외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치열하게 논의를 거쳤지만 내부의 신중론과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쳤던 것으로 알려진다. 보험업의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외연 확장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보다 실리 중심의 내실 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원칙적이고 꼼꼼한 경영 스타일이 보험업에는 최적이지만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데는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와 같은 은행업 진출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보생명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첫 어슈어뱅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로 손꼽힌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는 데다가 금산분리에 반하지 않는 지배구조를 가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교보생명은 교보문고와 같은 비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산업자본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M&A를 결정하기까지는 더딜 수 있지만 M&A 이후 시너지를 키우는 데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