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파크하비오·아현역, 잇단 상가 미분양에 곤혹… ‘이유는 제각각’ (사진) 최대 10% 할인 분양 중인 ‘아현역 푸르지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푸르지오 상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찌감치 분양을 마무리하고 웃돈(프리미엄)까지 붙은 푸르지오 아파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현역 푸르지오’와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가 대표적이다.
대우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푸르지오만 상가 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규모 단지들 중에는 주거 시설을 보란 듯이 완판하고 상가 분양(임대)에 애 태우며 진땀을 흘리는 곳이 종종 발견된다.
아현역 푸르지오와 송파 파크푸르지오의 사업 주체는 대우건설이 아닌 만큼 분양에 대한 책임은 없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푸르지오 상가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언덕에 걸린 ‘아현역 푸르지오’
10월 26일 오전, 아현역 푸르지오를 찾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아현역 1번 출입구로 나와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아현역 푸르지오가 눈에 들어왔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아현역·이대역·신촌역과 가까운 트리플 역세권 단지면서도 상가 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첫째 이유가 바로 ‘언덕’”이라며 “주변 유동인구까지 끌어와야 상권이 살아날 수 있는 만큼 언덕 위에 있는 상가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현역 푸르지오 아파트는 지하 5층, 지상 13~20층 16개 동 총 940가구 규모다. 지난해 4월 분양에 나서 평균 5.9 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고 같은 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9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아현역 푸르지오 상가는 ‘테마형 스트리트 상가’를 모델로 한다. 중앙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1단지와 2단지가 서로 마주보면서 양측 전면부로 상가가 배치돼 있다. 단지 내 상가로는 드물게 전체 매장이 1층으로 구성됐다.
현재 아현역 푸르지오 상가 총 47개 점포(1단지 34개, 2단지 13개) 중 15개 점포만 주인을 찾은 상태다. 심지어 언덕 경사로 층고가 낮은 2단지 상가는 단 한 곳도 분양하지 못했다.
당초에는 단지 가까이 들어서는 ‘e편한세상 신촌’(1584가구)과 ‘북아현 힐스테이트’(1226가구)까지 약 2800여 가구의 배후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각 단지별로 상가가 조성돼 배후 수요 효과는 반감됐다. 오히려 아현역 푸르지오 단지 길목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신촌으로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현역 푸르지오(1-2구역)와 북아현 뉴타운 1-1구역을 공중으로 연결하는 다리 ‘과선교(경의선 철도 복개 사업)’ 건설도 지지부진하다. 당초 2015년 11월 말 착공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서울시와 예산 문제로 행정소송 끝에 공사비를 떠안은 조합은 구청에 120억원을 예치했고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조합에 110억원 상당의 압류를 걸었다.
아현역 푸르지오 상가는 현재 5~10% 할인 분양 중이다. 1단지 전면 상가(33~34㎡)는 5%를 할인해 4억6000만~5억원(부가세 제외), 1단지 후면(16~33㎡)과 2단지 상가(25~42㎡)는 10%를 할인해 3억4000만~6억원대다.
◆ 입주 후에도 텅 빈 ‘파크하비오 푸르지오’ (사진) 법인 임대 계약만 하고 있는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 /김기남 기자
같은 날 오후에 찾은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업시설, 업무시설, 관광호텔, 문화·체육시설 등이 들어서는 대형 복합 단지로 주거용만 아파트 999가구, 오피스텔 3456실에 달한다. 2013년 말 분양 당시 강남 최대 단일 사업으로 주목받으며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각각 7.31 대 1과 7.94 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가는 모두 비어 있다. 입주가 9월 말부터 시작된 가운데 모든 상가가 공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 공인중개업소조차 입점해 있지 않았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피스텔에 입주해 1층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영업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상가를 분양이 아닌 임대로 공급 중인데 법인만 받고 일반 개인에게는 계약 자체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공인중개사들도 오피스텔 등을 계약해 사무실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법인 임대 계약에 집중하는 것은 일종의 고급화 전략이다. 규모가 큰 핵심 점포를 입점시켜 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상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인 임대 계약 후 시세가 상승하면 분양으로 돌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이미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입주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입주자들은 단지 내 상가가 영업을 하지 않다 보니 외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비어 있는 점포는 혐오감마저 줄 수 있다. 더욱이 상가 점포가 500여 개에 달하고 가격 등 기본적인 임대 정보를 공인중개업소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상권 형성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상가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입주자 대표회의가 구성돼야 제대로 항의라도 할 수 있는데 현재 입주율이 30%(입주자 대표회의 구성 요건=입주율 50%)도 안 되는 만큼 시간을 최대한 끌면서 실익을 챙겨볼 만하다”며 “작은 회사도 아니고 굴지의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파크하비오 푸르지오는 도급 사업으로 시공만 했을 뿐 분양·임대 등은 시행사가 총괄한다는 것이다. 파크하비오 푸르지오의 시행사는 주식회사 파크하비오다.
파크하비오 관계자는 “입주가 시작된 시점에서 상가 임대가 늦어지고 있는 점은 안타깝지만 임대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임대가 늦어지면 시행사도 상가 관리비로 인한 부담이 커지는데 시간을 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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