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런베이스’, 나이키 ‘런클럽’ 등 인기…운동화 빌려주고 코칭 클래스도 운영 (사진) 런베이스 방문객이 운동화를 고르고 있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 주현주 인턴기자] 직장인 이억이(28) 씨는 퇴근이 기다려진다. 야근이 잦아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취미 생활로 평일 저녁 1~2회 달리기 모임에 나가기 때문이다.
이 씨는 퇴근길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남산·여의도·광화문·상암동 등 각자 원하는 장소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2~5km의 코스를 달린다. 20~30대 젊은 층들 사이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달리기’라는 공통점 하나로 함께 달리는 모임을 ‘러닝크루(running crew)’라고 한다.
30대 이하 젊은 층은 스포츠 용품을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러닝 열풍…마라톤 대회만 292개 (사진) 2016년 5월 열린 나이키 마라톤. /나이키 제공
스포츠 브랜드들이 매년 개최하는 마라톤 대회는 유명 가수 공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대회 참가 상품으로 자사 제품을 나눠 주고 완주자에게는 신제품을 주기도 한다. 간식을 제공하고 축하 공연도 개최한다.
올해 개최된 마라톤 대회는 모두 292개나 된다. 서울에서 열린 주요 마라톤 대회만 71개에 달한다. 7개의 스포츠 브랜드가 주최하는 마라톤은 모두 유료 행사다. 평균 참가비용은 4만원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해 올림픽공원까지 뛰는 나이키 마라톤 대회는 접수 시작 10분 만에 참가 신청이 마감됐다. 강원 평창에서 12월 열리는 ‘데상트 스노우런’은 참가비가 14만9000원으로 가장 비싸다.
이은지(25) 씨는 5년째 스포츠 브랜드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다. 이 씨는 “참가비가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참가 상품으로 브랜드 티셔츠와 발광다이오드(LED) 암밴드, 완주 메달을 받았기 때문에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참가자가 너무 많아 중간에 뛰지 못하고 한동안 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여러 스포츠 브랜드의 마라톤 행사 중에서 참가 상품이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한다.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애슬레저(운동과 레저를 합친 스포츠웨어 업계의 용어) 열풍과 함께 관련 업계의 마케팅도 다양화되고 있다. 마라톤 대회 같은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피트니스 체험 매장을 개설하는 곳이 많아졌다. 먼저 아디다스가 지난 4월 서울 경리단길에 문을 연 ‘런베이스 서울’은 베를린·보스턴·도쿄·모스크바 등 전 세계 9개 주요 도시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면 누구나 방문해 운동과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서울의 러닝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시설이 부족해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 운동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런베이스의 목적이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직접적인 매출 상승보다 잠재적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기업과 연결되는 관계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면적 330㎡, 3층 규모의 ‘런베이스 서울’은 1회 3000원의 책임 사용료만 지불하면 짐을 보관하기 위한 로커와 샤워 시설, 무료 음료 등의 편의 시설과 아디다스 운동화의 렌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까운 6km의 남산 코스에서 러닝을 하고 언제든지 런베이스 서울에서 편히 쉴 수 있게 꾸몄다. 또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전문 트레이너들이 러닝 코칭, 폼 롤러(스펀지로 만든 원기둥 형태의 도구를 이용한 스트레칭) 등 다양한 피트니스 클래스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50여 개 이상의 러닝크루와 6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런베이스를 방문했다. 러닝을 처음 접하는 초보 러너의 방문이 증가하는 추세다.
마라톤 열풍은 서울만이 아니다. 부산 광안대교를 달리는 10km 마라톤에 2만여 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아디다스는 런베이스를 지방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나이키는 서울 주요 도심 매장에서 전문 코치·트레이너와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체험 매장을 운영한다. 강남점과 코엑스점에서 매주 화요일(강남점)과 목요일(코엑스점)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을 진행한다. 90분의 근력 강화 트레이닝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강남과 코엑스 매장에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보다 트레이닝 참가자가 더 많은 적도 있을 정도다.
강남점과 IFC점·올림픽점에서 운영하는 ‘나이키 런클럽 서울’은 365일 각자의 특성에 맞게 러닝 경험을 제공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입문자들을 위한 ‘레디-셋-고 런’, 속도 향상과 보다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스피드 런’과 ‘롱 런’, 체력 회복을 위한 ‘로컬 런’과 ‘홈 런’ 그리고 크로스 트레이닝 등이 있고 각자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나이키 마라톤에 완주할 수 있도록 대회 전 12주 동안 1주일에 3~4회씩 총 44회의 특별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랜드월드 뉴발란스의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3층에서는 전문 강사의 요가·발레·필라테스 등 피트니스 클래스가 열린다. 별도로 2만원의 수강료(월 4회)를 내야 한다.
국내에 직상륙한 룰루레몬코리아의 룰루레몬애슬레티카도 매장에 피트니스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샤워실과 로커가 준비돼 있는 지하 1층에서 전문 트레이너의 요가와 피트니스 클래스가 열린다. 현재 청담점과 삼성점 2곳의 피트니스 체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체험 매장을 자주 이용하는 장승교(28) 씨는 “스포츠 브랜드들이 단순히 제품만 팔지 않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반갑다”며 “언제든지 운동한 후 씻고 쉴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애슬레저 열풍으로 글로벌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들까지 스포츠 웨어 시장에 뛰어들며 스포츠 브랜드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소비자와 소통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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