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희망 회복 2017’ 프로젝트① 대한민국의 과장들 : 인터뷰]
가쓰키 요시쓰구 리브컨설팅 경영기획본부장…‘저성장 시대 기업의 생존법’ 강조
“과장이 변해야 모두가 산다”
(사진) 가쓰키 요시쓰구 리브컨설팅 경영기획본부장.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1991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일본 직장의 풍경을 깡그리 바꿔놓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이들이 기업의 중간관리직인 ‘과장급’이다.

실질적으로 업무를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과장~부장까지의 직급은 그야말로 한 기업을 지탱하는 ‘허리’나 다름없다. 일본이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기업의 중심축인 ‘과장’에 주목한 이유다.

장기간의 불황을 버텨낸 일본의 ‘과장’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을까. 우리나라 ‘과장’들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 것일까. 일본계 기업경영컨설팅회사인 리브컨설팅의 가쓰키 요시쓰구 경영기획본부장에게 그 답을 물었다.

◆ 과장, ‘정리형’이냐 ‘참모형’이냐

가쓰키 본부장은 한 달에 절반은 일본에서, 나머지 절반은 한국에서 보낸다. 본사가 있는 일본의 기업들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컨설팅 또한 상당수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과장~부장급 직원들의 직무교육과 관련한 컨설팅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직무교육이라고 해서 주제가 거창한 것은 아니다. ‘회의를 주재하는 방법’이라든지 ‘팀원들에게 칭찬하는 법, 꾸짖는 법’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얼마 전 S기업의 5개 금융계열사 과장~부장 직급을 대상으로 한 강연 의뢰를 받았습니다. ‘회의를 주재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였어요.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업무 전반을 좌우하는 문제입니다. 매일 바쁜 업무시간을 쪼개서 회의 시간을 갖지만, 정작 회의를 통해 도출되는 성과가 없어요.”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회의 시간을 보면 사실 천편일률적이다. 회의를 주재하는 팀장은 각 팀원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이때 팀장에게 주어진 역할은 위쪽으로부터 임원진들의 전달사항을 아래의 팀원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고, 아래 팀원들의 진행상황을 잘 ‘정리’해서 임원진들에게 보고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유형의 관리직을 분류하자면 ‘정리형’에 속한다. 지금도 과장 직급에선 이런 능력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라는 얘기일까.

“업무 환경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고성장이 이뤄지던 시기에는 어떤 한 사업이 성공하면 꽤 장기간 이를 유지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기업의 사업전략이 고착화되는 만큼, 각자 직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빠르게 효율적으로 잘 수행해 내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랫동안 성장하는 사업 영역’을 찾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존과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된 거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찾아내는 것으로 회의 목적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과장은 말하자면 ‘참모형’이다. 단순히 팀원들이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맡은 업무 영역에만 시선을 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큰 밑그림을 볼 줄 아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뿐 아니다. 팀원들을 위해 기꺼이 ‘개그맨’이 될 줄 아는 것도 과장의 능력이다.

팀원들이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주도하고, 그 안에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략적 사고는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는 임원들의 몫이었다. 말하자면 예전 임원진들이 해야 할 역할을 이제는 과장 직급에게까지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의 ‘머리’가 아닌 ‘허리’ 직군에서 이런 역할을 도맡는 게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이에 대한 가쓰키 본부장의 대답은 꽤나 무겁고 심각하다.

“일본은 말하자면 ‘과제 선진국’입니다. 한국보다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먼저 맞닥뜨렸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동안 어려운 시간을 겪었어요. 물론 과장들에게 더 많은 능력과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일본의 과장들은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오히려 과장급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교육 프로그램들을 찾아다녔죠.”

◆ ‘논리적 사고, 커뮤니케이션’이 관건

일본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해 성공 패턴을 이끌어 낸 사례는 여럿이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과장급을 중심으로 한 중간관리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육성스쿨 등을 통해 중간관리자급의 능력을 함양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글로벌 의류업체인 유니클로는 과장~부장의 역할을 단순한 실무수행자가 아닌 ‘경영자 인재’로 설정했다. 2009년부터 FRMIC라는 조직을 통해 인재육성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재 일본의 기업들은 대부분 ‘역 피라미드’의 직급 체계를 갖고 있다. 여전히 피라미드 형태를 유지하는 한국의 기업들이 상부에서부터 지시가 떨어지는 ‘톱$다운’ 형태라면, 일본은 그와는 반대라고 볼 수 있다. 팀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참신한 의견을 끌어내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장 직급의 능력이 강조되는 데는 이런 배경도 강하게 작용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과장급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관련 서적이나 교육 프로그램들은 대체로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돼 있는 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강조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리더십 교육’이다. 전략적 사고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팀원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인 소통능력이 보다 중요해 질수밖에 없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어를 배웠어요. 그런데 가장 놀랐던 건 수업 방법입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문제를 푸는 법’만 가르쳐요.

예를 들어 볼게요. 예전에는 ‘1+3=( )’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라는 정답을 빨리 찾으면 그만이죠. 그런데 지금 기업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는 ‘( )+3=( )’라는 거예요. 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공식을 새로 써내려가야 하는 상황인거죠.”

가쓰키 본부장은 한국의 기업들은 중간관리자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는 자격증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논리적 사고’는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우선은 지금까지 당연한 듯 여기던 모든 전제를 다 뒤집어엎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도 모르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고착화돼 있던 시선을 유연하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한 가쓰키 본부장의 조언은 의외로 단순하다. 평소 생활 속에서 ‘시선을 바꾸는’ 연습을 지속하라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상황극’을 통해 반복 훈련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한번은 팀원이 되고 한번은 팀장이 되어 서로의 입장을 느껴보는 것은 물론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서로의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훈련이다.

“아직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처럼 성장이 멈춘 단계는 아닙니다.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체감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한일 양국의 GDP 성장률 추이를 보면 그 흐름이 매우 비슷해요.

앞으로 3~5년이면 한국의 기업들도 비슷한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중간관리자를 키우고 이들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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