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베트남 라이징 : 한국 기업의 힘 ‘전자·IT’]
- IT 불모지에 ‘생태계’ 만든 삼성전자
- 베트남 최대 수출 기업으로…현지 대학생의 ‘일하고 싶은 기업’ 1위 우뚝
삼성전자, IT불모지 베트남에 '12조' 투자한 까닭은?
(사진) 삼성전자가 2009년 설립한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베트남에서 한국 전자 기업들의 위상이 높다.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선봉에 서 있다.

베트남은 삼성전자·LG전자·캐논·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 세계적 전자 기업들이 생산 거점으로 삼아 둥지를 틀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두는 데는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인건비가 한몫한다. 이런 조건을 활용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자 산업의 핵심 축이다. 삼성전자는 동남아에 특화된 제품들로 현지 시장을 공략했고 베트남 내 우수 인력 육성과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 삼성 휴대전화, 절반은 베트남에서 생산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수출 전진기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모듈 공장은 베트남의 호찌민·하노이·다낭 하이테크파크 등지에 자리한다.

삼성전자는 2009년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공단에 휴대전화 생산 공장을 지으며 베트남과 인연을 맺었다. 2014년에는 하노이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도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설립했다.

베트남 삼성전자법인은 전체 휴대전화 생산의 5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셈이다.

2016년 상반기에는 호찌민 사이공 하이테크파크에 TV 중심의 소비자 가전(CE) 복합 단지를 건설해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규모는 70만㎡(약 21만 평), 투자금은 20억 달러(약 2조원) 정도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생산 설비에 투자한 금액은 총 110억 달러(약 12조원)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완성품 제조사가 생산 라인을 구축하면서 부품 협력사들도 동반 진출했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이 이미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이뤄 놓았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시장에서 TV·휴대전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출한 이후 휴대전화는 베트남의 효자 수출 품목이 됐다.

베트남은 2008년까지 휴대전화 수출을 하지 않다가 삼성전자가 진출한 이후 수출액이 2011년 68억 달러에서 2012년 126억 달러, 2013년 215억 달러, 2014년 240억 달러, 2015년 306억 달러로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지 20년 만에 최대 수출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휴대전화 공장을 세운 것은 베트남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베트남은 만성적 무역수지 적자에서 2012년 흑자로 돌아섰다. 당시 수출액의 11%는 삼성 휴대전화가 견인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에서 고용한 인력은 10만 명 이상으로 고용 창출에도 톡톡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 IT불모지 베트남에 '12조' 투자한 까닭은?
(사진) 삼성전자는 베트남 어린이를 위한 놀이자전거를 만들었다. /삼성전자 제공

◆ ‘한류’ 활용한 콘텐츠 서비스도 시작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현지 시장에 특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공략했다.

2016년 6월에는 한류 콘텐츠와 접목해 TV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과 연결된 TV를 통해 CJ E&M ‘티빙 TV’, 채널 ‘엠카운트다운’, ‘가창력 끝판왕’, ‘HOT 보이그룹 특집(K-POP Boy group Stage)’, ‘HOT 걸그룹 특집(K-POP Girl group Stage)’ 등 4개의 케이팝 채널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그동안 케이팝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시청했던 동남아 팬들은 삼성의 TV플러스 서비스를 통해 마치 콘서트 현장에 온 듯이 생생하게 즐긴다.

삼성전자는 동남아의 열대기후라는 환경적 특성을 고려해 이상 전압과 잦은 낙뢰, 높은 습도의 열악한 상황에도 안정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TV를 제작했다. 안티 바이러스, 먼지와 벌레 예방 기능까지 포함한 기술도 적용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불편하지 않게 TV를 시청할 수 있고 자동으로 영상 소스를 분석, 노이즈를 제거하는 클린뷰 기술을 보급형 모델에까지 적용했다. 아날로그 콘텐츠 시청자들을 위한 맞춤형 제품이다.

생활 가전 분야에서는 동남아 시장에 특화된 냉장고(RT7000)를 시장에 선보였다.

냉동실이 상단에, 냉장실이 하단에 자리한 타입으로 그동안 프리미엄 냉장고에만 적용하던 독립 냉각 시스템인 ‘트윈 쿨링 플러스’ 기술을 적용했다. 냉장고 안의 수분량을 최대 70%까지 유지해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휴대전화는 오토바이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특성을 반영했다. 베트남에 론칭한 ‘갤럭시J’ 시리즈에는 ‘S-바이크 모드’를 탑재했다. 오토바이 운전 중 전화가 오면 메시지를 자동으로 응답해 주는 기능이다.

스웨덴 브랜드 컨설팅 기업 유니버섬이 2016년 베트남 30개 대학 2만1062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베트남 삼성전자가 공과계열 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선정됐다.

이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내 사회공헌 활동과도 연관이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의 우수 인력을 육성하고 연구·개발(R&D)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베트남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2012년 하노이공과대, 2014년 우정통신기술대, 하노이 국립대와 손잡고 삼성 탤런트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2016년까지 우수 대학생 420명에게 19만2000달러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1년간 학교 내 삼성 랩에서 안드로이드, 자바, 한국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삼성전자 R&D센터에서 인턴십 과정을 거친 후 원하면 입사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사회공헌 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2015년 베트남 3개 지역에 저소득 낙후 지역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했다. 빈곤을 해소하고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한 ‘삼성 나눔 빌리지’ 구축 사업이었다.

전문 의료인 양성,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소노 스쿨’도 실시했다. 지역 내에 의료진을 대상으로 산부인과와 태아·심장 관련 의료 지식을 무상 교육한다.

한국의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2013년부터 베트남으로 해외 봉사를 떠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집과 정보기술(IT) 교육 시설 등을 구축해 왔다.

2016년 11월에는 베트남 타이응우옌성과 호찌민을 방문해 현지 200여 명의 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타이응우옌성 노동청을 통해 현지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IT 분야에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

봉사단은 학교에 PC·에어컨·무선인터넷망 등을 기증하는 등 IT 교육 시설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이 밖에 장애 아동, 홀몸노인 등 지역 소외계층 80여 명이 거주하는 타이응우옌성 복지센터 환경 정화 활동과 찰흙놀이, 모빌 만들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실시해 왔다.
삼성전자, IT불모지 베트남에 '12조' 투자한 까닭은?
◆ 계열사 동반 진출로 시너지 내

삼성전자 외에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베트남에 법인을 두고 있다.

삼성전기는 2015년부터 하노이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 31만㎡(9만4000평) 규모의 생산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공장은 자동 라인 및 클린룸을 보유했고 렌즈와 액추에이터·카메라 모듈 등을 일관 생산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해외 생산 거점 중 최대 규모다.

삼성전기 베트남법인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과 같은 단지에 있다. 지리적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과 회로기판을 납품하기 적합하다. 공장이 가까이 있어 고객사의 추가 수요 대응 및 밀착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카메라 모듈, 스마트 기기용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고 삼성전자 2공장 가동과 함께 풀가동 체제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연성회로기판(RF-PCB)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시설 등을 증설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통해 베트남 생산 비율 확대 및 고부가 신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5년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에 모듈 공장을 지었다. 삼성전자의 생산 확대에 따른 운영 효율화, 물류비 절감이 목적이었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생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모듈화해 스마트폰 공장에 공급한다.

삼성화재는 2002년 11월 호찌민(본사)과 하노이(지점)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베트남법인 삼성비나는 관계사 보험 영업 및 방재 서비스를 한다. 현지 인력을 포함해 58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자본금은 320억원으로 삼성화재의 지분이 75%다.

베트남 삼성화재는 2011년 5월 신용평가사로부터 손해보험사 중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시장점유율은 외국계 12곳 중 1위다. 삼성생명은 하노이에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삼성물산은 1982년 국내 최초로 베트남과 직교역을 개시했다. 1989년 하노이지점, 1990년 호찌민지점을 오픈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두 곳의 사무소에는 주재원 3명을 포함해 약 30명이 근무하고 있고 화학·철강 등 트레이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일기획은 2003년 국내 광고업계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2011년 베트남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비즈니스 강화에 나섰다.

제일기획 베트남법인은 TV·신문 등 전통 광고뿐만 아니라 디지털·리테일·미디어 등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규모를 확장해 가며 고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제일기획은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베트남에 국내 기업들의 대표 상품과 서비스를 현지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한다.

또한 베트남 식음료 프랜차이즈 그룹, 글로벌 제약회사 등 로컬 및 글로벌 기업의 현지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베트남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s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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