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통신3사, 무선통신 넘어 인공지능·음원서비스·빅데이터 등 전방위 ‘각축전’
'1위 SKT' 견제… KT-LG유플 '적과의 동침'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국내 대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움직임이 흡사 삼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SK텔레콤을 견제하기 위해 KT와 LG유플러스가 손잡고 협공하는 모습은 고구려가 427년 장수왕 시절 펼친 남진정책에 위협을 느낀 백제와 신라가 이를 막기 위해 손잡았던 ‘나제동맹(羅濟同盟)’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무선 가입자 수는 각각 2624만·1890만·1249만 명이다. 2위와 3위를 합하면 1위를 앞지르는 수치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총 세 번의 동맹을 맺으며 적과의 동침을 이어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3월 17일 음악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LG유플러스는 KT그룹의 음악 서비스 전문 그룹사 KT뮤직에 267억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KT는 지니뮤직에 지분 49.99%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양 사는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 등 기존 주주 기획사들과 함께 음악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며 지니·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독자적인 음원 사이트가 없어 그동안 CJ E&M의 ‘엠넷’을 통해 음원을 공급받아 왔지만 이제는 지니뮤직으로부터 음원을 공급받게 된다.

KT는 이번 제휴를 통해 지니뮤직이 국내 1등 음악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음원 시장 1위인 ‘멜론’과 손잡고 있는 SK텔레콤에 대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서는 우수한 기술과 폭넓은 사업 역량을 갖춘 기업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양 사가 갖고 있는 최고의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KT ‘기가지니’ 등 AI 역량 등을 결합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통신사 간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국내외 뮤직 사업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심 끝에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제휴 배경을 설명했다.

LG유플러스와 KT가 손잡은 것은 지난해 2월 차량용 내비게이션 1위 사업자인 팅크웨어와 공동으로 내비게이션을 새롭게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역시 내비게이션 1위인 SK텔레콤의 ‘T맵’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KT ‘올레 아이나비’와 LG유플러스 ‘U네비’는 실시간 교통 정보와 10여 년 이상 축적한 아이나비의 통계 데이터를 통합해 공동 활용한다.

양 사는 협력 관계를 맺으며 팅크웨어의 축적된 노하우와 커버리지, 목적지 정보(POI), 요일·시간대별 예측 교통 정보 등 내비게이션 관련 국내 최고 수준의 데이터와 기반 기술을 통해 도착 예상 시간과 실제 도착 시간의 오차를 줄이는 등 고도화된 경로 품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KT·LG, 지난해부터 3회째 ‘동맹’

LG유플러스와 KT가 IoT·콘텐츠 등 서비스 부문에서 제휴하며 사실상 적과의 동침을 오랜 기간 이어 가고 있는 것은 1위인 SK텔레콤을 겨냥한 협공 전략이다.

LG유플러스와 KT는 지난해 11월 IoT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공동 개발·구축 협약도 맺었다.

양 사는 사업 협력 계획을 발표하며 SK텔레콤이 채택한 ‘로라’와 비교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두 회사는 이날 NB-IoT의 장점을 로라와 비교하며 커버리지·속도·안정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NB-IoT와 로라는 소량의 데이터를 저전력으로 장거리 전송할 수 있는 IoT 기술이다. 글로벌 이동통신업계에서도 둘을 놓고 시장의 주도권 잡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NB-IoT를 채택했고 SK텔레콤은 로라를 채택했다.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도 KT와 LG유플러스가 손잡는 모습이 보인다.

LG유플러스 최측근 관계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누구(NUGU)’, KT는 ‘기가 지니(GiGA Genie)’, LG유플러스는 오는 9월 AI 스피커 기기를 출시한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출시될 기기에는 최근 지분 투자한 KT 지니뮤직의 음원 서비스를 접목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양 사의 동맹 전략은 국내 사업에만 그치지 않고 해외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방글라데시 현지 매체 파이낸셜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SK주식회사C&C(SK텔레콤 연합 컨소시엄)·KT·LG유플러스가 입찰에 참여한 1000억원대 규모의 ‘방글라데시 광대역 무선통신망 구축 사업’ 선정에서 KT와 LG유플러스가 또 한 번 협공을 펼쳤다.

LG유플러스와 KT는 SK주식회사C&C에 대해 이 사업 컨설팅 업체와의 유착 관계를 지적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기술 평가 자체의 공정성을 지적받으며 지난 1월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업 선정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비유로 들었던 신라와 백제의 우호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553년 신라 진흥왕 시절 나제동맹은 깨졌다. 두 나라는 100년 만에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섰다.

신라의 배신에 백제 성왕은 대가야와 연합해 신라를 공격했지만 패하고 성왕은 관산성에서 전사했다. 이로부터 100여 년 뒤 고구려·백제는 신라에 흡수됐고 통일신라시대가 열렸다.

KT와 LG유플러스가 언제까지 동맹을 맺고 또 언제 갈라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순위 쟁탈전을 위한 고군분투는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이 돼야 한다.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