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 스토리 = 대선 후보 5인의 일자리 정책 ]
문 ‘정부 주도’ vs 안 ‘민간 주도’…막대한 재원 어떻게 마련하나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대2병’이 유행이라고 한다. 자신감·자존감이 넘쳐흐르는 ‘중2병’과 달리 모든 일에 자신이 없고 위축돼 있는 대학교 2학년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사망년’이 찾아온다. 취업 스펙을 준비하느라 고통 받는 대학교 3학년이란 뜻이다. 취업의 문턱에서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목 놓아 외친 뒤에야 겨우 직장에 들어가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업무는 과중하고 야근은 끝없이 반복되니 결론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절박함이 커질수록, 대통령 선거(대선) 후보들 또한 하나같이 ‘일자리 대통령’을 앞세우고 있다.

일자리 정책은 ‘경제 살리기’의 첫걸음이나 마찬가지다. 일자리가 늘어야 국민들의 소득이 늘고 시장에 활기가 도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삶의 질’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의 표심은 각 후보들의 ‘일자리·노동정책’을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표심 흔들 ‘일자리’…실현 가능성이 과제
◆ 문 “130만 개 일자리 약속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일자리 정책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정부 주도형 일자리 창출’이다. 공공 부문에서 81만 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50만 개 등 총 13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공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공공 분야 일자리는 평균 21.3%의 비율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이 비율이 7.6%에 불과하다. 그만큼 공공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의 여력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소방관·경찰·교사·복지공무원 등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공공 분야의 일자리를 늘려 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것도 주요 정책 중 하나다. 국내 노동법은 연장 노동을 포함해 주 52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주당 평균 52시간 노동자 비율이 23%에 달한다. 문 후보는 “주당 52시간 규정만 준수해도 최대 20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일자리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해 정보기술(IT) 산업·자율주행차·인공지능·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또한 비정규직 격차 해소에도 방점을 찍고 있는데,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의 정규직 고용을 법으로 원칙화하고 특히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한다는 방침이다. 시급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고용을 증대하는 기업에 대한 우대 정책 등 17조원 규모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후보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에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민간 주도가 아닌 ‘관 주도형’ 정책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공공 부문 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강하게 뒷받침되는 동안에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향후 정권의 변동에 따라 ‘지속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일자리 창출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의 고용 창출이 탄탄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안 “일자리는 기업과 민간이 만들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공약 차별화를 위해 ‘민간 주도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 후보는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과 민간이고 정부는 그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책의 기본 방향을 밝혔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는 일자리의 ‘양적인 확대보다 질적인 개선’에 더 무게중심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면서 안전과 복지 등의 공공 분야에서 직무형 정규직 일자리를 제안해 저임금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사회복지고용공단을 설립할 것도 밝혔다.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만큼 중소기업의 성장도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는 특히 청년 실업 대책에도 힘을 주고 있다.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5년간 한시적인 고용 보장 계획을 실시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대기업 80%의 임금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정책에 대해 일자리 창출의 중심 역할을 ‘민간’에 맡겼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방향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청년 취업 대책 등에서 ‘정부의 막대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데 우려를 표했다.

◆ 유 "창업으로 일자리 만든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일자리 창출의 중심에 ‘창업 활성화’를 놓고 있다. 이를 위해 ‘자수성가가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 창업과 관련한 규제를 ‘안 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벤처캐피털의 설립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또 하나 중점을 두는 것은 실패가 자산이 되는 창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혁신 안전망’의 구축이다. 대표적으로 성실 경영 평가를 도입해 사업이 실패했을 때 범죄나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재창업을 위한 지원금 등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식재산권으로 창출한 수익에 대해 비과세하거나 일반 법인세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매기는 ‘특허박스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공약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했다.

◆ 홍 "해외로 나간 기업 유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일자리 정책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기본적으로는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턴 기업’들에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부지를 무상 임대하는 등의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김영란법의 ‘3-5-10 규정’을 ‘10-10-5’로 바꿈으로써 내수를 진작하고 소상공인 등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견이다. 공무원 수를 감축하는 등 공공 부문의 구조조정도 예고하고 있다.

◆심 "일자리 창출보다 '질 개선'에 중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일자리 창출 자체보다 현지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이 주를 이룬다.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고 5인 이상 기업의 상용직 평균 급여의 60%를 최저임금 하한선으로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살찐 고양이법’을 도입해 고위 임직원의 과도한 임금을 방지하는 안도 내놓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이번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대해 “일자리 정책은 특히 노사의 양측 입장이 고루 반영돼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균형 감각’이 아쉽다”며 “노측이든 사측이든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게 되면 합의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총평했다.

vivajh@hakyung.com

['경제 대통령' 성공의 조건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 전문가 17명이 본 대선주자 경제공약
- 위기의 한국, '경제 대통령'이 필요하다
- 표심 흔들 '일자리'…실현 가능성이 과제
- '상생하는 경제 생태계 조성' 한목소리
- LTV·DTI 규제는 무조건 강화된다
- '핀테크 혁신 DNA' 심을 대선 주자는
- 차기 정부 리더십에 달린 '4차 산업혁명'
- '反기업' 공약만 가득…"기업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