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 ‘스펙’보다 ‘인생 철학’ 어필하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취업을 위한 모방은 금물"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기업은 더 이상 똑같은 스펙, 같은 커리어를 가진 인재를 원하지 않습니다. 안전한 취업을 위해 남을 모방하지 마세요. 소용없어요. 지금의 기업은 창의성을 필요로 합니다. 그에 따라 당연히 이미 채용된 직원과 다른 장점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겠죠. 당신만의 차별적인 커리어를 만드세요. 이를 위해 먼저 삶의 지향점과 비전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은 지난 4월 4일 연재 칼럼 ‘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를 46회 차로 마무리하며 가진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이 강조되는 기업 분위기 속에서 유망한 인재로 돋보이기 위해서는 차별된 이력서를 써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그동안 써왔던 칼럼들 중 가장 기억에 남고 핵심이 되는 이야기도 이 부분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이력서 콘텐츠의 차별화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성찰을 통해 이뤄진다. 나만의 단 하나뿐인 이력서는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내려 가는 것이다.

신 회장은 그간의 칼럼을 엮어 ‘세상 단 하나의 이력서’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한겨레신문사 기자, 아시아경제 신문사 대표 출신인 그는 보통 눈매를 가진 인물이 아니었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발휘되는 기자 생활을 평생 업으로 삼았고 ‘제2의 인생’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헤드헌팅 회사의 수장이다.

신 회장은 “인재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고 해석해 절절한 기업에 연결하는 일이 취재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현만 회장이 이끄는 커리어케어는 산업별(금융·건설·IT·서비스 등)로 나뉜 14개 부문에 25만 명의 고급 인력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인재들의 자산 정보를 제외하면 가장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며 “모 기업의 대표에서부터 부장급 인사의 평판까지도 소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 회장은 대한민국 직장인들과 취업 준비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몇 가지 풀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높은 토익 점수나 수십 개의 자격증, 어학연수 경력 등 ‘스펙(취업 시 요구되는 학력·학점·토익 점수 등 평가 요소)’을 비교해 채용하던 시대는 지났다. 너도나도 화려한 스펙을 쌓았기에 변별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 “어떻게 살래”에 대한 답변 명확해야

“저는 직원을 뽑을 때 ‘대학 시절 당신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전공은 어떤 이유로 선택했나’, ‘졸업한 뒤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곤 합니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한 답변이 명확할수록 기업이 당신을 채용하고자 하는 니즈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다양한 관점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는 이를 원한다”며 “인사 담당자들은 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를 원하지만 기존에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과 비슷한 이는 뽑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이를 2명 채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 반면 동일한 스펙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는 이력서도 있다고 말했다.

“가령 똑같이 미국 유학을 다녀온 친구 2명이 있다고 칩시다. 한 명은 취업도 안 되는 분위기이니 졸업 전 휴학하고 잠시 어학연수 경력을 쌓으러 다녀오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다녀왔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이 졸업 후 하고 싶은 업무가 미국에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면 유리하다고 스스로 판단해 다녀왔어요. 기업은 둘 중 누구를 채용할까요. 자격증도 그래요. 자격증의 개수가 많은 것보다 자신의 꿈이 있고 그 목표에 맞는 재능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을 딴 이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겁니다. 핵심은 ‘자기 주도’예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먼저 내놓고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죠.”

그는 김우중 회장이 이끌던 대우그룹이 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덧붙여 설명했다.

“김우중 회장은 자신과 비슷한 인간형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연세대 상경대 출신을 선호했어요. 김우중의 사람들은 회장이 지시하면 천편일률적으로 움직이고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했죠. 누가 봐도 ‘저 사람 대우인이다’라고 알 수 있는 스타일이었어요. 회장은 일하기 편했겠죠. 지시하면 자신의 의중을 잘 파악해 바로바로 해결하니까요. 하지만 로봇 같은 조직은 창의성이 결여되기 마련이에요. 한때 대한민국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가졌던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인재 경영을 잘못 해서라고 봅니다.”

신 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아닌 학창 시절부터 끊임없이 “너 어떻게 살래?”라는 질문을 던지며 삶의 지침을 세우는 데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생 인턴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대학 시절부터 원하는 직종의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해 보라고 조언했다.

신 회장은 마지막으로 모든 직장인들에게 “지금 당장 행복해라”고 당부했다.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며 “행복은 유보하는 게 아니고 지금, 오늘 행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동안 써왔던 직장인의 길잡이 역할을 하던 칼럼도 결국 행복한 직장인으로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취업도, 승진도, 유능한 직원이 되고 기업에서 촉망받는 인재가 되는 것도 모두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그의 따뜻한 조언처럼 우리의 오늘 하루는 행복해야만 하고 찬란하게 빛나야 한다.

◆ 취준생을 위한 ‘아주 현실적인’ 조언

Q :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24세 여성 취업 준비생입니다. 현재 인턴을 하고 있는데 원하는 회사에 취업을 할 때까지 인턴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A : 목표가 취업이라면 인턴을 계속하는 것이 좋아요. 만약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대학원 진학을 해야 하고요. 취업이 되지 않으니 무작정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커리어에 오히려 독이 돼요.

이공계가 아닌 이상 학사보다 석사 출신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만약 2년간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온 이와 2년간 같은 직종에서 인턴을 하고 온 이 둘 중 한 명을 뽑으라면 인턴 하던 이를 채용할 거예요.

아무리 인턴이라도 직장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일의 효율성을 알고 사회생활에서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이거든요. 기업의 현장을 경험해 본 이와 학교에서 공부만 했던 이는 업무 속도나 적응력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을 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알아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공부가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을 때가 올 수도 있고요. 대학원 진학은 그때 해도 늦지 않아요. 무슨 공부를 해야 할지 현장에서 느끼고 전공을 결정하는 것이 앞으로 커리어에 더욱 도움이 될 거예요.


◆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약력
1962년생
1988년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2004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2002~2010년 커리어케어 사장
2010~2011년 아시아경제신문 대표이사 사장
2012년~ 커리어케어 회장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