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이디그룹·일본 나브테스코와 야스카와전기 ‘주목’하라 (사진) 중국 상하이 국제산업전시회의 산업용 로봇/제공=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 중국은 세계 1위의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생산 공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임금 상승과 산아제한 정책,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저렴한 인건비라는 경쟁 우위를 점차 잃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중국의 1인당 평균임금은 2016년 6만7570위안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12% 상승했다. 또한 노동인구는 2011년 9억4000만 명을 고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고 2025년에는 9억 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영 환경 변화로 중국에서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 수요에서 이미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수요는 2015년 25만3748대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7.8% 증가했다. 이 중 중국의 로봇 판매는 6만8556대로 10년간 연평균 31.4%의 급증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글로벌 산업용 로봇 판매 시장에서 중국의 비율은 2005년 약 4%에서 2015년 27%로 크게 높아졌다.
중국 산업용 로봇의 최대 수요처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산업이다. 전체 수요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와 전기전자 매출은 지난 5년간 연평균 9~10%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생산 거점이 집중돼 있는 대도시 지역의 임금과 지가 상승으로 현지 생산 거점들의 원가 효율성이 낮아지면서 산업용 로봇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보급 대수는 2015년 현재 아직 49대로 글로벌 평균 수준인 69대를 밑돌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 531대로 세계 최고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고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 독일의 보급 대수는 각각 305대와 301대다.
현재 중국 로컬 업체들은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저렴하고 풍부한 기술 인력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제조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중국 내 시장점유율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력 및 브랜드 인지도 차이로 로컬 업체들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로봇 업체들 역시 발 빠른 생산설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산업용 로봇 적극 육성하는 중국 정부
중국의 로봇 시장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시장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로컬 업체들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모두 경쟁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수입 의존도는 70%를 넘는 수준이다.
주요 분야별로 높은 기술 수준을 요하는 다관절 산업용 로봇은 일본의 파낙·야스카와전기, 스웨덴의 ABB, 독일의 쿠카(KUKA) 등이 중국 시장의 약 83%를 점하고 있다.
또 로봇의 핵심 부품인 정밀 감속기는 일본 업체인 나브테스코와 하모닉드라이브의 시장점유율이 약 75%에 달한다. 서보 모터와 드라이브 등 서보 시스템 시장에서는 파나소닉·야스카와전기·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업체들이 약 40%,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약 3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로봇 및 부품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2012년 ‘12차 5개년 국가 전략 신흥 산업 발전 규획’을 통해 산업용 로봇에 대한 국가 전략을 본격화했다. 2015년에는 ‘중국 제조 2025’에서 중국 산업용 로봇의 산업화, 스마트 산업용 로봇 핵심 기술 개발과 차세대 기술 혁명에 대응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로컬 브랜드 로봇의 대량생산과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1~2개의 중국 기업을 글로벌 5위 수준으로 육성하며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80%, 로봇 시장의 로컬 브랜드 점유율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2016년에는 ‘스마트 제조 발전 규획’과 ‘로봇 산업 발전 규획’을 통해 단기적으로 2020년 인구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보급 대수를 현재의 3배 수준인 150대로 높인다는 목표다.
◆기술 수준 떨어져 아직은 해외 기업에 의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시장은 높은 시장 수요와 정부 정책에 힘입어 중·장기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연히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중국 업체로는 메이디그룹이 꼽힌다. 중국 이외 기업들로는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나브테스코와 야스카와전기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메이디그룹은 중국의 대표적 스마트 홈, 스마트 제조 기업이다. 글로벌 5위 산업용 로봇 업체인 독일의 쿠카에 이어 이스라엘 산업용 로봇 핵심 부품(서보 시스템) 업체인 세르보트로닉스 등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했다. 이를 통해 산업용 로봇 사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 정부의 뒷받침도 기대할 수 있다.
메이디그룹은 또한 중국 최대 종합 가전업체다. 일본 도시바 생활 가전, 이탈리아 에어컨 업체인 클리베(Clivet) 인수 등 제품 고급화를 통해 가전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업체인 나브테스코는 세계 정밀 감속기 시장의 절대 강자로 약 6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정밀 감속기는 로봇 관절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나브테스코는 메이디그룹의 자회사인 쿠카와 야스카와전기 등 세계 5대 산업용 로봇 업체들에 모두 감속기를 납품하고 있다. 올해 중 일본과 중국의 생산능력을 연 80만 개로 20% 증설 중이며 2018년 추가 증설도 검토 중이다.
일본의 야스카와전기는 글로벌 3위 산업용 로봇 업체다. 용접·조립·도장 로봇에서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로봇 등 다양한 로봇들을 생산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약 11% 수준이다. 야스카와전기는 현재 생산 대수를 월 3000대에서 2019년까지 70% 늘어난 월 5000대로 늘리는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 내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 수준인 월 12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중국과학원이 실질 주주인 ‘신송로봇’과 세계 1위 로봇 업체인 일본의 ‘파낙’ 등도 중국 로봇 시장 성장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거론한 3개 기업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높아 주가 매력도는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