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글로벌 투자자 ‘선진국 IT·바이오’ 선호…정책 위험 ‘금융·유통’ 보수적 접근 필요
주식 투자의 제 1원칙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
(사진)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에 따라 기업별 주가의 명암 차이가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투자의 언어는 일상의 말과 다르다. 많은 이들은 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의 가치는 자기가 얼마나 싸게 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가치(value)와 가격(price)의 간극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가격은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얻는 것”이라는 명쾌한 정의를 남겼다. 비싸게 사면 수익이 적고 싸게 사면 돌아오는 게 크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치의 의미가 절대적이라기보다 상대적인 이유다.

◆심화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유는

한국 증시는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싸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률(PER)과 주가순자산배율(PBR)은 글로벌(MSCI AC World) 대비 할인 받아 왔지만 최근 들어 그 폭이 심화되고 있다. PER 할인은 45%, PBR 할인은 50%에 달한다. 가파른 이익 증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주가 상승 폭이 미미했던 결과다.

‘구조적 한계일까, 아니면 해소 가능할까’에 대한 답변이 쉽지 않다. 숲이 우거져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일단 높이 올라가 산중턱에서 길을 찾아봐야 한다. 지금이 그러하다. 일단 멀리 보고 그림을 그려 보자.

주가를 결정짓는 두 요소는 펀더멘털(기업이익 및 경기)과 밸류에이션(할인 및 재평가)이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원인은 펀더멘털이 아닌 밸류에이션 때문이다.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견고한 펀더멘털에도 PER이 낮은 저평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만 하더라도 가파른 기업 이익 상승에 기반 한 PER 재평가 장세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 반대다. 밸류에이션 재평가는커녕 할인 받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북핵 위험이다. 여전히 군사적 옵션보다 대화를 통한 봉합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현실적으로 군사적 충돌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어떤 경우든 북핵 이슈의 결론은 동일하다.

하지만 당장의 잡음은 부담스럽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0월 18일 시작되는 중국의 19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구체화로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방관자가 아니라 적극적 제재 공조로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지속 도발할 것이다. 북핵 이슈와 같은 불확실성은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계산 가능한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부정적으로 확대해석하기보다 그에 따른 신경증적 소음 구간에서 주식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할인 요인인 ‘정부 정책’은 다르다. ‘옳다, 그르다’의 가치판단이 아닌 주식 투자의 시각에서만 바라볼 때 ‘J노믹스’의 단기 영향은 증시에 부정적이다.

‘J노믹스’는 ‘재인’의 J와 J커브 효과의 중의적 표현이다. 혁신 정책의 초기 영향은 성장보다 후퇴이고 주가는 이를 반영해 왔다.
주식 투자의 제 1원칙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
주식 투자의 제 1원칙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
◆디스카운트, 가격 아닌 ‘가치’에 집중해야

기업별 명암은 차이가 확실하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대내와 대외의 위험 노출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되고 있다. 대외 노출이 높은 삼성전자·셀트리온·포스코는 상승했고 대내 노출이 높은 현대산업·SPC삼립·하림의 주가 하락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경쟁 정책 정상화를 위한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양형 강화가 기업에는 규제 위험으로 현실화됐고 주가는 이를 반영해 온 것이다.

‘주류는 실패했고 그렇다면 대안으로서의 비주류를 고민해 보자’는 관점에서 J노믹스는 출발한다.

이론적 배경인 포스트 케인지언은 경제가 수요 결정적(demand-determined)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소득 증가→소비 증가→투자 증가→성장률 증가’라는 선순환 고리 구축을 지향하며 이는 내수 중심 성장론이다.

산술적으로 소기업 내지 영세업자를 살리는 정책을 선호한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수급 기업 비율이 높은 기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에 기초한 가격 경쟁력이 생존 조건이었다.

그에 따른 협상력 약화로 영세화 및 의존도가 심화돼 왔고 이제 이를 바로잡으려는 정책 처방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중간 마진 공개 등에 개혁의 칼날을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대외 노출이 높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규제 위험에서 자유롭다. 글로벌 경기가 우호적이라면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이 가능한 것이다.

△낙수효과의 종언 △양극화와 영세화 △기업의 원천 분배 불평등’이라는 상황 인식에 기반 한 정책 제언은 △소기업 지원 △내부 거래 비율 축소 △내부 유보 유출 유도’를 위한 세법 개정과 양형 강화 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 제언은 아직 불확실성이 지배한다. 큰길이 보인다면 뛰어들어 달려가야겠지만 당장은 속도를 내기보다 울퉁불퉁한 길을 건너가야 한다. 최종 목표지가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마음속의 기어는 5단이 아닌 3단 정도로 놓고 가자.

주가는 ‘현재까지 알려진 과거 가치’ 외에 ‘현시점에서 아직 불투명한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 이러한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구간일수록 가격이 아닌 가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과거 가치가 굳건하다면 불확실성이 걷힌 뒤의 미래 가치는 덤으로 주가에 반영될 것이다. 정부 정책 처방에 따라 미래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전략적인 선택은 중요하다.

지수의 높낮이보다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할 시기다. 일단 포트폴리오의 가늠자는 ‘정책 위험에서 벗어나자’다.

국내보다 국외 노출이 높고 소비보다 글로벌 투자 사이클에 연동되는 ‘선진국(IT·바이오)·이머징(소재·산업재)’을 선호한다. 반면 국내 노출이 높고 국내 정책 위험에 노출된 ‘금융·(국내)건설·음식료·유통’은 보수적 잣대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