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된 자외선으로 생기는 설맹증, 고글형 선글라스 꼭 챙겨야 4년마다 돌아오는 동계올림픽이 2018년 2월 9일부터 17일간 평창에서 펼쳐진다. 올림픽을 기대하며 스키장·스케이트장에서 스노보드·스키·스케이팅·썰매 같은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얀 눈에 반사되는 따뜻한 겨울 볕을 맞으며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 겨울 스포츠의 매력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설경 속에도 눈 건강의 복병이 있다.
설맹증은 눈에 반사된 자외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광각막염의 일종이다.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겨울 스포츠를 즐기다 갑자기 눈이 시리고 아프다면 눈이 화상을 입은 것이다. 강렬한 햇볕을 맨눈으로 오래 쬐거나 눈(雪)에 반사되는 빛에 장시간 눈(目)이 노출되면 각막세포가 손상되며 발생한다. 햇빛 아래 오래 있으면 피부가 빨갛게 타고 껍질이 벗겨지듯이 눈도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어른들도 주의해야 하지만 어린아이와 함께 야외 활동을 할 때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은 안구가 약해 어른에 비해 광각막염 등 각종 안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자외선에 맨눈이 오래 노출되면 각막 상피세포가 화상을 입고 염증과 통증을 동반하는 광각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눈에 화상을 입었다고 해서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반나절 정도가 지난 후에야 눈이 충혈되고 아프며 눈부심과 함께 상당한 양의 눈물이 흐른다.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이물감이 들고 시야가 흐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당황해 눈을 마구 비비거나 만지는 행동은 금물이다. 그 대신 차가운 수건으로 눈에 냉찜질을 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방부제가 들어 있지 않은 인공눈물을 점안하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2~3일이면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손상이 커 각막혼탁이 심해지면 영구적인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니 통증이 심하면 즉시 스키장의 의무실이나 주변 안과병원을 찾아야 한다. 항생제 또는 스테로이드 같은 소염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 후에는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에 눈이 오래 노출되면 설맹증 외에도 백내장·황반변성 등 안질환 위험이 높다. 특히 백내장은 맑고 투명했던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안질환으로,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지만 수정체의 단백질을 변성시켜 노화를 가속하는 자외선 때문에 발병하기도 한다.
설맹증 등 자외선에 의한 안질환을 예방하려면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야외 스포츠를 즐길 때나 동계올림픽을 관람하는 관객들이라면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는 고글 형태라면 더욱 좋다. 일반 선글라스는 광대뼈에 자외선이 반사되거나 안경 틈 사이로 자외선이 침투할 수 있다.
평소 눈을 잘 관리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5분 정도 따뜻한 물수건을 눈에 올려두는 눈 찜질을 해보자. 금세 노폐물이 배출되고 눈 주변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찜질 후 깨끗한 면봉으로 노폐물을 닦아내거나 세안하면 된다. 이와 함께 루테인이 풍부한 케일·브로콜리·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를 자주 식탁에 올리는 것도 눈의 면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김부기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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