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거래소 vs 신규 거래소 간 각축전
'보안·수수료'가 승패 가른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제2라운드가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빗썸을 주축으로 코인원과 코빗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빅3’가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했지만 최근 특화된 기능으로 무장한 신규 거래소들이 속속 등장하며 빅3를 위협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경쟁 '제2라운드' 돌입
◆30여 곳 설립 신구 대결 격화

세계 암호화폐 정보 업체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2018년 1월 4일 하루(24시간) 거래량 기준으로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순위를 집계한 결과 빗썸(4위)·코인원(11위)·코빗(15위) 등 한국 업체 3곳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빗썸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9.38%다. 바이낸스(중국, 19.73%)와 오케이엑스(중국, 17.42%), 비트렉스(미국, 10.80%)에 이어 세계 4위다.

2014년 1월 문을 연 빗썸은 지난해 비트코인 인기에 힘입어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최장 기간(6개월) 세계 거래량 1위의 역사를 쓰는 등 암호화폐 시장의 선두를 이끌고 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특성상 하루 거래량이 시시각각 달라지지만 ‘세계 톱5’ 순위를 꾸준히 유지하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다. 2018년 1월 현재 비트코인·이더리움·비트코인캐시 등 12종의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 기준으로 2위 업체는 세계 시장점유율 1.95%를 차지한 코인원이다. 2014년 8월 핀테크 업체 디바인랩(현 코인원)이 설립한 코인원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해 아이오타·라이트코인·퀀텀 등 9개의 암호화폐를 거래 중이다.

이어 3위는 1.15%를 기록한 코빗이다. 2013년 4월 출범한 코빗은 한국의 첫 암호화폐 거래소로 12개의 암호화폐의 거래를 지원한다.

2013~2014년 가상화폐 불모지였던 한국 시장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도입한 이들 세 업체는 단숨에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데 최근 이 빅3가 주도하는 암호화폐 시장에 이상 기운이 감지됐다. 기존 거래소를 위협하는 신규 거래소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1월 초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30여 개로 추산된다. 2017년 1월 약 70만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1년이 지난 현재 약 1900만~2000만원대로 상승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또한 우후죽순 생겨났다. 후발 주자들은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빈틈’을 파고들어 판을 흔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업비트도 그중 하나다. 핀테크 업체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시가총액 기준 상위의 암호화폐에 집중한 빅3 거래소와 달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를 총칭)’에 특화한 전략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그간 다양한 알트코인에 투자하기를 원했던 이용자들이 비트렉스·폴로닉스 등 해외 거래소를 사용하면서 시간 지연, 복잡한 계좌 관리 등의 문제에 놓였다는 점에 주목해 거래 가능 한 암호화폐 수를 119개로 확대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두나무 관계자는 “기존 국내 거래소들은 6~10개에 한정된 소수의 가상화폐만 다뤄 왔다”며 “업비트는 이 같은 문제점을 비트렉스 제휴를 통해 해소함으로써 서비스 출범 후 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20일 하루 최대 거래액 10조원, 하루 평균 거래액이 5조원으로 국내 1위,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경쟁 '제2라운드' 돌입
◆알트코인·최저 수수료 내세운 후발 주자

업계 일각에서는 올 한 해 알트코인의 성장에 힘입어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 구도 가능성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두나무는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기 위해 작년 말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빗썸·코인원 등 14개 거래소가 공동으로 발표한 자율 규제안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불안 요소로 보고 있다. 업비트는 정부의 모든 규제안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더 강도 높은 자율 규제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BTC트레이드의 기술 투자로 운영되고 있는 코인네스트 역시 20개의 알트코인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코인힐스 마켓 랭킹에서 하루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0.57%로 국내 4위, 세계 20위다.

이 밖에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주장하거나 보안성과 안정성을 특화한 거래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1월 중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의 최경준 코인코리아익스체인지 대표는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시장은 아직 성장 초입이고 기존 국내 거래소에 대한 이용자 불만 역시 팽배한 상황”이라며 “이용자의 니즈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신생 거래소들에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기존 거래소들이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보인 시행착오를 시스템에 반영함으로써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물론 기존 거래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빗썸은 작년 12월 27일 이니시스·모빌리언스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전수용 NHN엔터테인먼트 전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빗썸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반의 핀테크 분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9월에는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코빗 지분 65.19%를 913억원에 인수하면서 향후 게임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암호화폐 거래소의 승부는 ‘수수료 출혈경쟁에서 살아남느냐’와 ‘해커들의 공격 속에서 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은 신규 거래소들이 등장하며 경쟁이 심화돼 수수료가 낮아질 가능성 혹은 기존의 선두 사업자들이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굳건하게 지켜나갈 가능성이 모두 상존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어떻게 돈을 벌까

암호화폐 거래소의 수익 모델은 증권사와 동일한 수수료 수익 구조다. 따라서 하루 평균 거래 대금과 수수료율을 곱하면 거래소의 매출 규모를 추산할 수 있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 기준으로 빗썸의 거래 대금은 하루 평균 2조5000억원 규모로 집계되며 수수료율은 거래 기준 0.15%(할인 쿠폰 적용 시 0~0.075%)다.

편의상 평균 수수료율을 약 0.1%라고 가정하면 하루 평균 수수료 수익은 25억원, 연간 환산 시 9461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발생한다.

한경비즈니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