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 전종하 퍼플랩스 대표]
무인스토어 식품 판매 스타트업 론칭…‘대기업에 뒤지지 않겠다’
20대에 300억 번 ‘청년 CEO’, 무인스토어로 새로운 도전
(사진) 전종하 퍼플랩스 대표. 서범세 기자 / 촬영 장소 제공=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전종하 퍼플랩스 대표는 최근 스타트업계에서 주목받는 고촐 출신 ‘청년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이다. 2008년 가정간편식(HMR) 온라인 전문몰 ‘더반찬’을 창업해 2016년 동원그룹에 300억원에 매각했다. ‘더반찬’ 매각 후 동원그룹의 온라인 비즈니스 담당 상무로 일하던 그는 만 서른이 된 올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식품 판매 무인 스토어 사업을 위해 퍼플랩스를 창업했다.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 주인공

어린 시절 전 대표는 온라인 게임에 빠진 ‘게임 폐인’이었다. 거대한 성을 소유한 ‘군주’가 될 정도로 ‘리니지’ 게임에 몰두했다. 거느리는 길드의 혈맹원만 300명이 넘었다. 수많은 참가자를 선발하고 관리하다가 ‘리더’ 역할도 익혔다. 그렇게 4년간 폐인 생활을 하다 문득 가상 세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자각과 함께 미련 없이 게임 세계를 떠났다.

그동안 모은 게임 아이템을 팔아 5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열여덟 살 때의 일이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에서 열린 창업 경진 대회에 참가했다. 두 번 참가한 대회에서 모두 은상을 받았다. ‘사업가’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된 계기다. ‘더반찬’ 역시 창업 경진 대회에 출품하려고 구상했던 아디이어 중 하나였다.

“고등학생이었지만 신문을 매일 읽고 창업, 사업 관련 책들을 찾아 읽었어요. 그러다 ‘아마존’이라는 회사를 알게 됐죠. 당시만 해도 김치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먹는 걸 상상할 수 없던 때였어요. 하지만 향후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직장인들을 위한 아침 식사 시장이 생기기 시작할 때라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던 전 대표의 부모님은 네 번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가까이에서 이를 지켜보면 전 대표는 ‘왜 저렇게 하지’, ‘왜 이렇게 못하지’라는 의문을 가졌다.

2008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가 집에서 먹는 반찬을 온라인으로 팔겠다고 하자 모두가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계획을 밀어붙였다.

더반찬을 운영하며 전 대표는 ‘최고의 품질’이라는 원칙을 고집했다. 음식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신뢰’가 가지 않으면 절대 지갑을 열지 않는다.

더반찬은 홈페이지 첫 화면부터 남달랐다. 당시 온라인 사이트는 대부분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더반찬의 첫 페이지에는 제품 사진이 없었다. 그 대신 회사 소개를 매우 자세하게 실었다. 어떤 사람들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등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였다.

“스타트업을 성공시키는 데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사업이든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100명, 1000명 나올 수 있거든요. 이들 중 극소수가 성공하는데, 결국은 오퍼레이팅(운영)과 매니징(관리)의 싸움인 거죠.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에 달려 있어요.”

전 대표는 스타트업에 뛰어든 20세부터 30세까지 10년 치의 계획을 연도별로 정리한 뒤 지갑에 넣어놓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보곤 했다. 예를 들어 ‘2011년 5월 24세에는 더반찬의 셋째 보금자리 공장을 250평으로 이전하겠다’, ‘2015년 28세에는 더반찬의 월 매출 2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 등과 같은 목록이다.

◆매일 새벽마다 고객에게 손편지

“‘고졸 출신’이라는 점에 콤플렉스를 겪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현실을 더 냉정하게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고졸과 대졸의 경쟁력 차이를 솔직하게 인정해야죠. 제가 뒤처져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따라잡기 위해 그 친구들보다 수천, 수만 배의 노력을 했죠.”

전 대표는 더반찬을 운영하던 시절 새벽마다 고객들에게 손 편지를 썼다. 사업 초창기만 하더라도 여러 실수나 시행착오가 끊이지 않았다. 실망한 고객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방법이었다. 2~3년 동안 반복하다 보니 고객들이 먼저 ‘진심’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실수에 대해 따뜻한 조언과 피드백을 보내오기 시작했고 그것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 더반찬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창업 7년 만에 2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국내 최대 HMR 온라인 배송 업체가 됐다. 2016년 동원홈푸드에 회사를 매각한 전 대표는 동원그룹의 최연소 임원이 되는 기회까지 얻었다.

“지난 1년 동안 세상이 얼마나 만만한 곳이 아닌지 다시 한 번 배웠어요. 대기업에서 일하며 더 큰 조직을 운영하는 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지만 그만큼 한계도 느꼈죠.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하고 도전에 나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전 대표가 준비 중인 사업은 ‘식품 판매 무인 스토어’다. 전국 곳곳에 무인 스토어를 설치한 뒤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해 온·오프라인 영역을 넘나드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한 뒤 퇴근길에 스토어에 잠시 들러 주문한 제품을 찾아가는 식이다.

“식품 산업이라고 하면 오래된 전통 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하지만 온라인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기에 이만큼 매력적인 분야가 없어요. 대기업들과 경쟁해 뒤지지 않는 서비스를 구축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봐요. 그저 ‘음식을 많이 파는’ 게 목표라 아니라 고객들이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