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2 블록체인, 산업지도를 바꾼다]글로벌 기업 이어 국가 차원 도입 경쟁, 미디어·에너지 분야로도 확산
에스토니아, 암호화폐 발행 준비…두바이 ‘블록체인 정부’ 선언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많은 이들이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지만 일상의 변화를 체감하기에 아직 블록체인이란 기술은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개인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열광하는 동안 글로벌 기업들은 블록체인을 현실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꾸려는 수많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전방위 혁신 쫓는 마이크로소프트

금융$유통$에너지$헬스케어$공공분야 등 블록체인은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접목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툴 및 기술 등을 모두 오픈 소스로 공개해 고객이 가장 우수한 블록체인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프로젝트 블레츨리(Project Bletchley)’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기존 정보기술(IT) 인프라에 블록체인 솔루션을 녹여 넣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록체인 기술이 비즈니스에 적용된 사례 또한 전 분야에 걸쳐 있다. 호주의 저가 항공사 웹젯은 하루에 수천 건의 항공편 예약을 처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웹젯은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블록체인 솔루션으로 항공편 결제 과정을 간소화하고 오류 발생을 현저히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최대 은행인 하오알림은행은 고객들의 신원 확인 절차를 간편하게 하는 것이 난제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하오알림은행은 실시간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개발해 고객이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인증 서류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했다.

해운사 머스크는 출입항 기록 등 해상보험 관련 정보를 담은 기록을 추적하는 데 블록체인을 동원했다. 그 결과 운송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고 사고가 많은 해상운송 환경에서 보험 상품의 신뢰성을 높였다.

‘신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은 ‘계약’ 관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비즈니스일수록 활용 가치가 더욱 크다. 보험$금융투자$부동산$법률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미국의 증권거래소 나스닥은 2015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나스닥시장에 등록된 공개 기업들의 주식거래 기록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스닥은 또 조만간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전문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비공개 시장)에도 블록체인을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건마다 변호사들에게 거래를 승인 받아야 했기 때문에 속도가 느렸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모든 거래를 자동으로 검증하면서도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지며 이러한 불편을 없앨 수 있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수출입 금융에 적용한 선두 기업이다. 2016년 아일랜드 식품회사 오르누아와 무역회사 세이셸트레이딩컴퍼니는 ‘10만 달러’어치의 치즈와 버터를 거래하길 원했다. 바클레이즈은행은 이 거래의 보증인으로 참여해 ‘신용장’을 작성했다. 보통이라면 이 과정은 10일 정도 걸렸다. 하지만 바클레이즈은행은 블록체인을 통해 이를 단 4시간 만에 처리해 냈다.

글로벌 신용 카드사인 비자(VISA)는 2016년 10월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인 체인(CHAIN)과 손잡고 해외 기업 송금 서비스인 ‘비자 B2B 커넥트’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중개 은행의 개입 없이 은행끼리 직접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최소 2~3일이 걸렸던 송금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했다. 거래 위조의 위험성이 줄어든 것 또한 장점이다. 올해 중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서비스에는 현재 한국의 신한은행을 비롯해 미국 커머스뱅크, 필리핀 유니온뱅크와 싱가포르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했던 제이미 다이먼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간도 블록체인 연구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미국 금융 매체 제로헤지에 따르면 JP모간은 2013년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특허를 무려 175건이나 신청했다. 지불 결제부터 개인의 신원 확인까지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에서 블록체인의 쓰임새가 얼마나 전방위에 걸쳐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다이먼 CEO는 1월 9일 미국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말했던 것을 후회한다”며 “개인적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는 관심 없지만 블록체인은 진짜”라고 말했다. JP모간은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화폐 외에 또 다른 사용법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JP모간은 지난해 10월 자체적인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지급 결제와 송금을 간소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거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캐나다왕립은행(RBC)과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굳이 금융회사가 아니더라도 블록체인의 영향력은 물건을 사고파는 모든 일상생활에 맞닿아 있다. 영국의 에버레저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교환·거래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 갈지 보여준다. 이 회사는 다이아몬드나 와인과 같은 고부가가치 사치품들의 원산지 추적과 인증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에버레저는 색깔과 투명성을 포함해 다이아몬드의 40개 감별 특징들을 기록,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과 고객이 모두 다이아몬드의 진품 여부를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검증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쇼핑몰 오픈바자가 대표적이다. 아마존과 같은 기존의 쇼핑몰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를 중개하고 그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를 중개할 필요가 없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날 공간만 제공하면 ‘중개인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개 수수료가 없는 건 물론이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로 결제하기 때문에 이체·카드 수수료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 구매자는 복잡한 결제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판매자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 UAE, 비자 신청 등 블록체인 적용 방침

블록체인은 최근 개인의 일상을 넘어 공공 분야로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중이다. 각국의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가 하면 투표와 같은 공공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정부’를 꿈꾸고 있다. 2016년 30개 부처의 대표자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헬스케어$물류$비즈니스 등을 넘나드는 모든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기회를 잡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매년 1억 건이 넘는 비자 신청, 청구서 지불, 라이선스 갱신 등의 업무를 블록체인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15억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을 온라인 선거 시스템에 활용하는 데 이어 최근에는 국가 차원에서의 가상화폐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투표 서비스는 두 개의 블록체인을 사용해 사용자 등록과 투표 내용을 별도로 저장한다. 이를 통해 유권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투표의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2014년 세계 최초로 ‘전자 영주권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사이버 세계에 가상의 영주권을 주고 세계 어디에서나 에스토니아 가상의 영토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에스토니아는 가상화폐인 ‘에스트코인(estcoin)’을 발행해 전자 영주권 신청자에게 일종의 코인을 나눠 주고 가상화폐처럼 쓰게 할 방침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개별 기업들이 주식 대신 코인을 발행하는 것에 맞춰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에스토니아 외에도 해외에서 블록체인 방식의 온라인 선거 시스템을 활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지역 투표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로 앞서 지난해 9월 치러진 총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이 거세게 인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유타 주 공화당 대선 후보 선정 투표 때 정당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표 인프라를 제공한 바 있고 텍사스 주 자유당 내 대선 후보 선정 투표에도 블록체인이 활용됐었다.

미디어$에너지$헬스케어 등의 분야에도 블록체인의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6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뉴스 플랫폼 ‘시빌(civil)’이 등장했다. 기자와 독자가 직접 뉴스를 거래할 수 있게 한 일종의 오픈 마켓이다. 광고주의 입김이나 포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게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언론으로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언론계 전문가로 구성된 ‘저널리즘 자문위원회’와 기사의 사실을 확인하는 ‘팩트체커’들을 통해 사실 확인 작업을 수행한다.

미국 트랜잭티브그리드(TransactiveGrid)는 블록체인을 에너지 분야에 도입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가구를 대상으로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상호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개인 간 전력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헬스케어 시스템에 도입한 미국의 젬(GEM)은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의료 기록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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