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리더십 파이프라인이 성장의 기초…직급에 맞는 역할 필요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회사가 경영 쇄신 차원에서 올해 하반기에 큰 폭의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임기가 끝나는 등기 임원을 포함해 7명의 고위 임원 가운데 상당수가 자리에서 물러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임원의 대거 교체가 조직 불안정으로 이어질까 걱정이 됩니다. 회사 안에 마땅한 후임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 외부 영입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거부감이 상당히 심합니다. 그동안 내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조직의 책임을 맡으면서 사업의 연속성이 약해지고 시행착오가 되풀이됐기 때문입니다. 누가 조직 책임을 맡느냐에 따라 조직 구조가 크게 달라질 뿐만 아니라 사업 내용까지 바뀔 때도 많으니까요.
또한 외부 영입 때마다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조직과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이제는 내부 리더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 이상 외부 영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부족하더라도 내부에서 리더십을 키워 나가자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회사에서 리더십을 육성할 수 있을까요.
본부장 일만 하는 사장, 과장 일만 하는 부장
A = 많은 기업들이 리더의 부족 때문에 속병을 앓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리더가 부족해 전전긍긍합니다. “우리 회사에는 왜 이렇게 사람이 없을까”라고 답답해하면서 어쩔 수 없이 시선을 외부로 돌립니다. 외부에서 리더를 영입하려는 것입니다.
리더를 영입하는 게 잘못됐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필요한 리더십은 언제든지 수혈 받을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필요한 리더십을 외부 영입에 의존해야 하느냐는 것이죠. 회사가 경험과 지식이 없는 생소한 분야에 진출해야 하거나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좀 더 멀리 보고 넓게 보는 안목과 경험이 필요할 때 혹은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특별한 리더십이 필요할 때는 리더를 영입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부에서 성장한 직원들이 조직의 리더를 맡는 게 정상입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필요한 리더십의 90% 정도를 내부에서 충당합니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스타급 인재를 영입해도 기업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입한 인재가 사업을 잘 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업 문화가 달라 적응하기가 어렵고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리더십의 상당 부분을 계속해 외부 영입으로 채워야 한다면 그 조직은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내부에서 직원들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니까요.
직원들은 내부에서 성장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조직을 떠납니다. 직원들이 직장을 선택하는 핵심 기준 가운데 하나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연봉이나 복리후생도 중요하지만 배우고 클 수 있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어쩌면 연봉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성장해 조직의 리더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것을 위해 힘든 것을 참아가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에서 리더가 될 수 없다면 그들이 직장을 떠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더구나 직원이 리더로 성장할 수 없는 기업이라면 우수한 인재를 뽑기도 어렵습니다. 역량이 뛰어나 원하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그런 회사에 입사하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요.
기업이 지속적 성장을 위한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첫째, 내부에 체계적인 리더십 육성 프로그램이 가동돼야 합니다. 내부에서 직원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신입 사원으로 들어와 최고경영자(CEO)인 대표이사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는 리더십 육성 프로그램이 구축돼야 유능한 직원들이 들어오고 장기근속하게 됩니다. 또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경험과 지식을 쌓은 사람이 CEO로 조직을 이끌 때 그 조직은 많은 성과를 내면서 지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직급별 리더십 역할 명확해야
리더십 전문가 램 차란, 스티븐 드로터, 제임스 노엘은 공동 저서인 ‘리더십 파이프라인’에서 직원이 초급 관리자를 거쳐 CEO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6단계의 리더십을 경험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①자기 관리에서 타인 관리로 ②타인 관리에서 관리자 관리로 ③관리자 관리에서 직능 관리로 ④직능 관리에서 비즈니스 관리로 ⑤비즈니스 관리에서 비즈니스 그룹 관리로 ⑥비즈니스 그룹 관리에서 기업 관리로 등 6단계의 진화 과정을 거친다는 겁니다. 이들은 이 단계를 충실히 거친 사람만이 CEO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각 단계의 리더십을 차례로 습득하면서 리더십을 키워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둘째, 각 단계 리더십의 역할과 업무 가치가 분명히 규정돼야 합니다. 겉으로 보면 한국 기업에서도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구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에서 직급 체계와 리더십이 잘 연결돼 있지 않고 제각각입니다. 직급만 존재할 뿐 각 직급에 걸맞은 리더십의 역할과 업무 가치가 불분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직급과 리더십이 맞지 않아 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리더십도 제대로 육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륜이 오래된 기업들조차 리더십 공백 때문에 허둥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가장 많은 리더십 파이프라인은 단위 조직의 기초 구성원인 사원~대리급, 중간 리더인 과장급, 리더인 차장~부장급, 여러 단위 조직의 리더인 임원급 등 4단계 구조입니다. 사원~대리급은 셀프 리더로, 과장급은 파트 리더로, 차장~부장은 팀 리더로, 임원급은 비즈니스 리더로 설정돼 있습니다. 이 같은 한국 기업의 리더십 진화 단계는 너무 크게 나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단계별 리더십의 역할이나 업무 가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입니다. 따라서 단계를 더 세분화하고 그에 따른 역할과 업무 가치도 보다 구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직원들이 회사의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리더십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진화하게 되는지, 각 단계 리더십의 역할과 업무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 구성원들이 각자 리더십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리더십 성장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직원이 늘어날 때 기업은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현 단계의 리더십을 충실히 배우지 못하면 다음 단계 리더십을 습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직원들의 리더십 파이프라인 인식은 조직의 안정적 운영과 성과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자신이 어떤 단계에 있고 그 단계에서 해야 할 역할과 업무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말과 행동을 거기에 맞추게 되니까요. 사람은 아는 대로 행동하고 아는 만큼 움직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언행이 크게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단계에 맞게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각 단계의 리더로 재직하고 있지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사장이 사장의 역할을 하지 않고 본부장의 역할을 하거나 부장이 부장의 일이 아니라 과장~차장의 일을 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요구되는 일이 아니라 하위 직급의 일을 하는 겁니다.
특히 직전 단계에서 역할을 잘한 사람일수록 다음 단계로 리더십이 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전 단계에서 성과를 거둔 역할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새 단계에서도 그 역할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관리자의 상당수가 부하 직원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답답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직위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이나 생각이 바뀌지 않는 사람들을 접하게 됩니다.
-창업 2·3세의 일탈 원인 ‘리더십 부재’
관리자로서 필요한 업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관리자가 된 것입니다. 기업에서 창업 2세나 3세 경영자들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초급 관리자도 거치지 않은 채 경영 전면에 나서다 보니 CEO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직원들이 각 단계에 맞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 부적합한 리더는 빨리 교체해야 합니다.
기업의 최대 리스크는 사람입니다. 적임자를 제때 제자리에 앉히지 못하면 조직은 혼란에 빠지고 사업은 길을 잃고 맙니다. 특히 리더의 실패는 곧 조직의 실패가 되고 CEO의 실패는 기업의 실패로 직결됩니다. 따라서 직급이 높아질수록 최적의 리더를 찾아 배치하는 게 중요합니다. 단계별로 리더의 역할과 업무 가치를 구체적으로 정한 뒤 여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골라내고 적임자를 배치하는 게 조직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회사가 리더십 양성 체계를 갖춘다는 것은 잠재력 있는 직원들에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직원들에게 리더십의 진화 단계에 맞게 역할을 수행하고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면 잠재력이 있는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리더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기업에서 리더가 부족한 것은 처음부터 리더감이 없었다기보다 잠재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을 리더로 키워 내는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리더는 한순간에 태어나는 게 아닙니다. 오랜 기간 경험과 지식을 쌓고 수많은 경쟁과 도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하루빨리 리더십 성장 경로를 체계화해 필요한 리더를 내부에서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십시오.


기업에서 리더가 부족한 것은 처음부터 리더감이 없었다기보다 잠재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을 리더로 키워 내는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