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기적을 만드는 최강의 혁신팀27] NH투자증권 디지털본부


[NH투자증권 디지털본부]'수수료 평생 무료' 선언은 디지털 혁신 출발점

(사진)NH투자증권의 디지털본부 팀원들과 안인성 본부장(오른쪽 두번째)/ 사진=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수수료 평생 무료.’ 아무리 온라인 주식거래의 활성화로 증권업계에서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고객으로부터 평생 동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증권업에서 ‘브로커리지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 말까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나무’로 비대면 계좌를 처음 개설한 고객에게 주식거래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3~5년과 같은 특정 기한 동안 수수료를 면제해 준 적은 있지만 ‘평생 무료’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약 2개월간의 이벤트 기간 동안 새로 개설된 계좌만 6만 개가 넘고 신규 자금은 7500억원 정도가 유입됐다.


NH투자증권에서 이와 같은 ‘파격’을 주도한 팀이 다름 아닌 ‘디지털본부’다. 디지털본부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그다지 혁신적(?)으로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라면 디지털본부 하나쯤은 당연히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의 디지털본부는 단순히 또 하나의 ‘디지털 채널’로서 앱을 관리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통적인 증권업을 영위해 온 NH투자증권에 뼛속부터 ‘디지털 DNA’를 새롭게 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무너진 이통사 모바일 메시징 시장, 반면교사 삼아 설득


NH투자증권의 디지털본부가 큰 변화를 겪게 된 것은 2016년 7월 안인성 디지털본부장(상무)을 영입하면서부터다. ‘NH투자증권 최연소 본부장(1973년생)’의 타이틀까지 얻은 안 상무의 영입은 여러모로 파격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SK커뮤니케이션스와 현대카드 등에서 인터넷 신사업을 주도했던 인물로 증권업계에서는 그야말로 생경한 인물이었다.


NH투자증권 내부적으로도 그의 발탁은 파격적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증권 전문가의 시각에서 ‘금융의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철저하게 ‘디지털 전문가’의 시각에서 금융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사람을 찾은 결과였다.


‘수수료 평생 무료’가 그 대표적인 성과물 중 하나인 셈이다. 안 상무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근무하던 시절, 현재에 머물러 안일한 의사결정을 한 경우의 폐해를 많이 보았다”고 운을 뗐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통사의 모바일 메시징 시장이었다. 이통사의 주수입원이었던 모바일 메시징 시장은 매출이 연간 1조5000억에 이를 만큼 효자였으나, 카카오톡 등 무료 메시징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안 상무는 “이통사는 당시의 거대한 매출금액에 연연하다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고, 결국 매출감소는 물론이고 모바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의 주도권마저 빼앗긴 꼴이 됐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바로 이 이야기로 NH투자증권의 임직원들을 설득해 냈다. ‘수수료 평생 무료’가 지금 당장은 브로커리지 수익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어차피 증권업계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면 ‘다른 증권사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이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안 상무는 이를 두고 ‘브로커리지 종말의 선언이자 디지털 혁신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이후였다. 이를 통해 대거 유입된 새로운 고객들이 실제로 ‘나무’를 통해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경험하느냐에 따라 디지털화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봤다.


NH투자증권은 올해 2월 기존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서비스별로 운영되던 복잡한 앱들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비대면 계좌개설 앱과 해외주식 거래 앱을 합쳤고, 통합 자산 관리를 위해 연금 자산 조회도 가능하다. NH투자증권이 서비스하는 지점 전용 앱인 QV와 비대면 전용 앱인 나무(NAMUH) 모두 개선한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팀, ‘사내 공모’로 박사급 인력 충원


이 과정에서 디지털본부가 특히 역점을 둔 것은 ‘사용자 편의성(UX)’이었다. 로그인하면 홈(HOME) 화면에서 투자자산이 얼마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주식 매수 화면에서 신용 융자 잔액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신용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 해외 주식을 거래할 때 자동 환전 기능도 추가했다. 달러나 엔화 등으로 미리 환전해 두지 않아도 원화로 거래 시 자동으로 환전되도록 했다.


NH투자증권의 디지털본부는 2016년부터 대대적인 팀 개편을 거쳤다. 가장 먼저 기존의 디지털본부 산하에 운영 중이던 여러 부서를 ‘2개 부서’로 통합했다. 디지털영업부와 디지털플랫폼부다.


‘영업’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혀 있는 디지털영업부에는 기획마케팅팀과 고객경험관리팀(CX), 핀테크 업체를 비롯해 다양한 회사들과 제휴를 추진하는 B2B 업무 제휴팀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팀은 ‘고객경험관리팀’이다. 기존에도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CRM팀이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고객경험관리팀은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고객의 시각에서 NH투자증권의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안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에 관심을 갖고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보다 자세히 연구하는 데 업무의 중심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어느 단계에서 충성도가 떨어질 수 있고 이때 어떻게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해야 활동성을 높일 수 있는지 등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설계하는 역할이다. 안 상무는 “다른 증권사의 디지털본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플랫폼부는 ‘나무’라는 브랜드를 ‘디지털 자산관리 앱’으로 구축해 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채널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경험을 설계하는 사용자경험관리(UX)팀, 로보어드바이저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RA사업추진팀, 모바일웹 R&D팀이다.


UX팀은 기존의 매체서비스 기획자 외에 기존 증권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UX전문기획자를 영입해 충원했다. 인력 구성이 달라진 만큼 업무의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완벽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안 ‘불편한 지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끈질기게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지털 자산 관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로보어드바이저팀은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팀으로 ‘사내 공모’를 통해 인력을 충원했다. 그 결과 수많은 지원자들이 쏟아졌고 그중 박사급 인력들로 팀이 구성돼 운영 중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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