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로널드 코헨 GSG 의장 ]
-‘영국 VC의 아버지’에서 ‘임팩트 투자의 대부’로 변신
“밀레니얼 세대가 ‘임팩트 혁명 시대’ 이끌 것”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영국 금융시장에서 ‘로널드 코헨’이란 이름은 전설이나 다름없다. 그가 영국 최초의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이자 벤처캐피털인 에이팍스(Apax)를 설립한 게 1972년이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 MBA에서 수학하며 당시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미국의 금융시장을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영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나 다름없었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새로운 투자 시장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지난 20년간 글로벌 임팩트 투자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영국 벤처캐피털의 아버지’이자 ‘임팩트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는 사회적 금융 국제협력 민간기구인 GSG(Global Soci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의 의장을 맡고 있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임팩트 투자’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임팩트 투자는 모든 범위를 투자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적$환경적인 가치를 추구하려는 목적이 뚜렷한 투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처럼 사회적 성과를 지표로 삼는 투자도 이에 해당되고요. 벤처캐피털$사모펀드$부동산$인프라 투자와 같은 민간 자산 운용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그 출발점이지만 현재는 ‘그린 본드(환경 친화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나 ‘소셜 본드(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 사회 인프라 구축, 범죄 예방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발행되는 채권)’ 등으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15년 전 “사회적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부자와 가난한 자들은 ‘불의 장막’으로 더욱 분리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글로벌 경제가 성장할수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나는 현상입니다. 이와 같은 경제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확실하고요. 지금도 수많은 난민들이 아프리카를 탈출해 유럽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와 같은 선택을 하는 데는 ‘경제적인 어려움에서의 탈출’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깔려 있습니다. 이미 유럽 내의 경제적 불평등은 유럽 사회 내부의 결합을 저해할 만큼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른 방식’의 접근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미 정부도 현재 나타나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 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급진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민간 금융시장 그리고 기업가들이 각개전투를 벌일 것이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미 모두가 지금의 시스템이 사회적$경제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기업가’는 기존의 ‘벤처기업가’와 다른 성공 방식이 필요합니까.
“저는 ‘사회적 기업’과 ‘벤처기업’을 다르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교육$빈곤$환경$보건 등 공공 분야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만한 좋은 기업들을 많이 만나고 있고요. 이미 성공한 여러 스타트업 중에서도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테슬라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겠네요. 오랫동안의 투자 경험으로 봤을 때 벤처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 특히 강조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야망을 크게 잡으라는 것(aim high)과 둘째 ‘버티는 힘(stick with it)’입니다.”

-투자자들에게 임팩트 투자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까.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률’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착오적인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임팩트 투자는 오히려 현재의 주류 투자 상품보다 더 높거나 혹은 동등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투자 대상입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험 요소를 미리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이미 정부도 소비자도 투자자도 화석연료에 반감을 갖고 있다면 이와 같은 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잖아요. 동시에 투자자로서는 엄청나게 잠재력이 큰 수요가 있는 시장에 매우 낮은 가격에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서 임팩트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사회적 가치와 정의에 대한 추구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도하는 ‘기술 혁명의 시대’라면 다음에 뒤따르는 시대는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혁명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임팩트 투자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습니까.
“임팩트 투자가 ‘임팩트 경제(사회적 경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금융시장에서 기업과 투자자들이 자본을 투입하기 전에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리스크와 수익률입니다. 리스크와 수익률 외에도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주요한 요인으로 보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임팩트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 경영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것에도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투자는 향후 자본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는 손’만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였다면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자본주의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도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을 본떠 정부가 3000억원 규모의 사회가치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BSC의 공동 창업자이자 초대 회장으로서 조언해 준다면.
“BSC에서 제가 배운 것은 ‘규모의 중요성’입니다. 정부는 어떤 좋은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기 위해 ‘작은 규모’로 시작하는 걸 선호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가 성공적인 결과를 나타낸 이후 조금씩 규모를 늘려나가는 거죠. 그런데 2011년 이후 BSC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처음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걸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한국 역시 투자 규모를 키우길 권합니다. ‘규모’가 투자를 성공시키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BSC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도매 은행’ 모델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BSC는 사회적 기업들에 직접 투자를 하기 보다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VC나 엑셀러레이터에 주로 투자를 진행하는 ‘도매은행’ 모델입니다. BSC가 처음 설립됐던 당시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 정부는 처음부터 BSC가 정부와 독립적으로 운영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이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와 같은 구조가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됐죠. 우리가 ‘도매은행’ 모델을 택한 건 이미 시장에서 활동 중인 수많은 임팩트 투자자들을 결집시킴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직접 임팩트 시장의 또 하나의 플레이어가 되어 그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이미 시장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임팩트 투자자들을 지원함으로써 혁신을 끌어내고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더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임팩트 투자를 위해서는 ‘도덕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할텐데요.
“지배구조, 도덕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도 객관적인 수치로 측정이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걸쳐 수천명의 기관과 임팩트 투자 프로젝트들이 연계돼서 이를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잇고요. 이러한 모든 노력이 머지않아 ‘임팩트 회계 시스템’의 발전을 이끌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더욱 중요한 요소로 도입될테고 회사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될 겁니다. 바로 이 점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임팩트 투자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겁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