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의사 결정 장점이지만…확실한 수익구조 마련해 실적 부진 극복해야
'자회사만 70개'…덩치 확 키운 카카오의 고민
카카오가 자회사들을 내세워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카카오의 광범위한 투자 행보로 6월 기준 자회사만 72여 개에 달한다. 주요 자회사는 카카오IX·카카오브레인·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그라운드X 등이 있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금융·게임·콘텐츠 등 사업 영역이 방대하다.

자회사 중심의 성장 전략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들을 각 플랫폼으로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카카오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하지만 투자에 비해 카카오가 거두는 수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쇼핑’에 더 힘주는 카카오

카카오가 현재 힘을 실어주는 사업군은 ‘쇼핑’이다. 카카오는 9월 20일 커머스 사업부문을 분사해 독립 법인 ‘카카오커머스(가칭)’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머스 사업 부문을 분사해 사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카카오톡 내 범위를 넘어 본격적인 상거래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한다. 10월 31일 분사를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한 후 최종 승인을 거친 뒤 12월 1일 분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이용자들에게 최적화된 쇼핑 정보와 편의성을 제공하고 사업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해 국내시장을 선도하는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카카오커머스는 분사 이후 카카오톡 선물하기·카카오톡 스토어·카카오스타일·카카오장보기·카카오파머·다음쇼핑 등 커머스 서비스를 비롯해 이후 확대될 신규 커머스 사업을 맡게 된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커머스 사업은 간편결제·콘텐츠 사업과의 연관성도 높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향후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도 높아 기업 가치 향상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를 통한 인수·합병(M&A)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핀테크 자회사 카카오페이는 증권사 인수로 금융 비즈니스로의 첫발을 내디딘다. 카카오페이는 10월 1일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주식·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상품 거래와 자산 관리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8년 설립된 바로투자증권은 지난해 매출 573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한 기업 금융 특화 중소형 증권사다.

카카오페이는 앞으로 은행·카드사·증권사 등 다른 금융권과의 제휴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비대면 기반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여러 제휴사와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사용자들이 차별화된 금융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자회사들 또한 점차 사업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9월 1일 ‘카카오M(기존 로엔)’을 흡수합병한 후 9월 11일 신설 법인 ‘카카오M’을 설립했다.

신설 법인 카카오M은 음악·영상 콘텐츠 사업의 투자 및 유통, 라이선스, 제작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특히 카카오M은 카카오가 보유한 웹툰 등 지식재산권 기반의 콘텐츠를 제작, 유통한다.

카카오M은 이러한 콘텐츠들을 곧 유저들에게 서비스할 계획이다. 먼저 4분기 안에 자회사 메가몬스터가 제작한 드라마 ‘붉은달 푸른해’가 MBC 방영을 앞두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카카오페이지 웹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진심이 닿다’가 tvN에서 방영된다.

김민정 애널리스트는 “영상 콘텐츠 사업 확대를 통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고 향후 카카오TV에 독점 제공하면 플랫폼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상 콘텐츠 사업이 가진 잠재력을 고려하면 이번 자회사 설립은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만 70개'…덩치 확 키운 카카오의 고민
◆무료로 시작했지만 언젠가 꺼낼 ‘수수료 카드’

다만 아직까지 카카오의 활발한 사업 영역 넓히기가 실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2분기 카카오의 실적은 매출액 5889억원, 영업이익 27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는데 이는 신규 사업 투자로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15년부터 멜론 인수, 카카오택시(카카오모빌리티) 론칭 등 활발한 신규 사업을 펼쳐 왔다. 이 과정에서 영업이익 성장세가 더뎌진 후 아직까지 큰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을 1170억원으로 추정해 전년 대비 2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는 새로운 승부를 위해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임지훈 전 대표에서 지난 3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로 최고경영자(CEO)를 변경했다. 김범수 의장 또한 지난해부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모든 자회사가 순항하는 것도 아니다. 하반기 기대를 모았던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상장 철회와 관련해 카카오게임즈 측은 지속 성장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방향의 우선순위를 판단했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올해 목표한 경영 전략상 핵심 사안인 게임 개발과 지식재산권 기업의 M&A를 추진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이 미뤄진 이후 회계 감리가 장기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의 반대로 승차 공유 서비스에 난항을 겪고 있다. 택시업계는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10월 4일 카풀 서비스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택시업계는 만약 카카오모빌리티가 승차 공유를 시작하면 향후 카카오택시의 콜을 받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향후 승차 공유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큰 걸림돌을 만나게 됐다.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수익성 확보다. 주요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는 사용자 저변 확대를 위해 당초 수수료 없는 모델을 시작했는데 언제쯤 유료화 카드를 꺼낼지가 고민이다. 수익화 모델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즉시 배차 서비스가 예상되며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의 자산 관리 서비스 모델을 참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페이 마케팅과 수수료 증가, AI와 신사업 투자로 인건비 증가가 이어져 하반기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자회사들의 사업 확장으로 사업 부문별 외형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4호(2018.10.15 ~ 2018.10.21) 기사입니다.]